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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우아하게

죄는 지은대로 받고 덕은 쌓은대로 ...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에

죄는 지은대로 받고

덕은 쌓는대로 받는다 는 말을 요즘처럼 절감하고 사는때가 없습니다.

 

어찌 옛 어른들은 그런 철칙을 알고 후세사람들의 처세를 위해 속담으로  전해 내려오게 만드셨는지

정말 존경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옛말  그른게 없다더니 이 나이를 살아오면서 새록 새록 느끼는것이 속담입니다

 

제 지인중에  40여년을 이웃에서 오순도손 살아온 학부모가  있었어요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면서 알게되었고  초등학교도 같이 보내면서

매일이다싶이 서로 얼굴 마주보며 들락거리면서 이웃사촌으로 다정하게 지냈었지요

저는 그때 엄하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기에

언제나 기가죽어 바늘방석에 앉은것처럼 조심 또 조심해서 살고있던 시절이라

은아네는 남편이고 시어머니고 모두 은아엄마를 왕후마마 떠 받들듯하는것이 그렇게 신기하더라구요

 친구집을 처음 갔을때에는 시어머니를 친정어머니로 오인 했을 정도로 고부사이가 완전히 뒤바껴 있었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서로 숫가락 몇개인지 어느날짜에  제사가 드는지도 다 알게된 후에 알았지만

말없으시고 얌전하시고 음식솜씨 빼어난 은아할머니는

20대 청상에 과부가 되시어 두 형제를 바느질로 어렵게 키우셨다는데

말하자면 은아엄마가 맏며느리였지요

그때는 아이들때문에 유치원서부터 끼리끼리 만난 마음이 통하는 엄마들이었기에

매일봐도 보고싶고 무슨 수다떨 일이 그리도 많았던지 이틀이 멀다하고 만나서 국수도 삶아먹고 보리밥도 해먹고...

집에 생일이나 제사가 들면 이튿날은 모두 만나 뒤풀이도하고 정말 지금 생각해도 즐거운 젊은 시절이었지요

대체로 모이게 되는것이 은아네 집인것이

그때 은아엄마가 몸이 좀 아팠기에 모두들 아이들 학교보내놓고는  집합장소인 은아네로 모였었지요

 

그래도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아무리 며느리가 몸이 아프다지만 젊은 며느리 친구들이 모이면 꼭 시어머니께서 식사를 만들어주시고

과일이다 커피까지 다 내어 주시는거였어요

그러고도 갑자기 소나기라도 떨어지는 날은 산꼭대기 학교까지 손주 삼남매 우산 갖다주시는 몫까지..

더러는 아이들 새밥해서 먹여야 한다고 시간맞춰 새로한 점심싸서

산등성이 학교 교실마다  도시락 배달해주는것 모두가 은아할머니 몫이였어요

 

저도 시부모님을 20여년 모시고 살아봐서 알지만..

우리 시어머님은 식사하시고 숭늉도 떠다 바쳐야 잡수시고 과일도 깎어서 포크에 꽂아 드려야 잡수시는데

 친구의 시어머님께서는 젊은 며느리친구들 뒤 치닥꺼리로 잠시도 앉아 쉴틈이 없이

빨래하랴 다림질하랴 간식만들어바 치랴 손자들 심부름하랴 저녁준비하랴 며느리 병구완하랴...

안방에는 한방 가득 젊은 엄마들이 모여 십원짜리 화투판을 벌여도

우리집 같았으면 호랑이 시아버님 무서워 누구 한사람 우리집에 발걸음도 못했지만

아마 우리 안방에 젊은 여자들 모여 화투판 벌였다면..

우리 시남편 요한씨 불벼락 날벼락 떨어져 집안이 홀랑 뒤집히고도 남았을텐데

 

당신 며느리랑 하루 왼종일... 재미나게 놀고있으라고

빈대떡도 부쳐주시고 화전도 부쳐주시고 인절미도 집에서 만들어주시고...

앙꼬내여 찹쌀 모찌까지 만들어주시던 은아할머님!!!

저는 은아할머님이  차려주시는 음식 앉아서 먹을라치면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워 마음이 편치 않았었죠

화투와는 거리가 먼 저는 빈그릇챙겨 할머니와 설거지라도 거들라치면

어여 들어가서 함께 놀라고 왜 맨날 수정엄마는 부엌에 들랑거리느냐고...

설거지는 혼자해도 금방 끝난다고 제 등을 떠미시는 정말 부처님 보다도 마음이 넓으신 분이였어요

 

하루는  들렀더니...할머니가 오랫동안 안질로 고생을 하신다면서

한의원에 한번 데려가 달라고 하시는거예요

시장 내려오시는길에  한의원에 모시고와서  진찰을 해보니 눈꺼풀에 좁쌀만한 물집들이 생겨

눈을 깜빡거릴때마다 아프고 가렵고 하시다고해서 요한씨가 치료도 해주고 언제던지 불편하면 오시라고...

더러 침 맞으러 오시면 담배 사 잡수시라고 용돈도 조금 드리면

어찌나 손사래를 치시는지 제가 하고 싶어서 그러니 꼭 받아달라고 ...

집에 가시다가 뜨끈한 우동이라도 한그릇 사 잡수시라고 하면

고맙다고 하시면서  저고리 소매에   치마꼬리에 눈물도 찍으시고 하셨는데

그리고는 꼭 며느리한테 가서

 맛있는것 사먹으라고 봉투주더라고...제 이야기를 하셨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모두들 금호동을 떠나 살게되었고

그때 30대였던 우리들은 어느새 60 중반도 훨씬넘겨 칠십 할머니들이 되어 있었지요

7-8년 전에도 남양주로 이사간 은아네 찾아가서 할머니 만나뵈었을때 말짱하셨는데

조금씩 치매기운을 보이신다며 시설에 모시고 가야겠다는 이야기를 듣게되었어요

은아엄마도 어느덧 아이들을 다 출가시키고 큰아들과 한집에 4대가 기거하고 있었는데

7-8년전에 찾아뵈었을때도 며느리 친구들이 오랫만에 찾아왔다고 너무 좋아하시며

할머니가 점심차려 주셨거든요

 

제발 앉아서 편히좀 쉬시라고 당부드리니

손주한테 얹혀사니 눈치보여 잠시도 자리에 앉아있기가 민망스럽다구요

그렇게 바지런하고 맘씨고운 할머니도 치매로 조금씩 정신이 흐려지시니

한집에 4대가 살기도 힘이드는데 할머니 까지 정신까지 오락가락하시고

금방 한 빨래 다시 세탁기에 넣어 돌리시고 문밖에 나가시면 길을 잘 못찾아 오는걸로봐서

치매가 많이 진행된것 같다고 아들 며느리와 상의를 한 결과 시설에 모시기로 했다고....

 

그말을 들으니 은아할머니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마구 나오는거예요

그래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지요

조금 힘들더라도 은아할머니를 1-2년이라도  집에서 더 모시면 안되겠느냐고..

은아엄마 젊어서 그 시어머니가 은아엄마에게 어떻게 해 주셨나  한번 생각해보라고...

이 세상에서 은아 할머니같은분이 몇분이나 되시겠느냐구요...

은아엄마도  아들며느리랑 같이 살고있으면서 노할머니 모시기 불편하다고 시설에다 모시고나면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아들 며느리가...손자 손녀가  따라할까 무섭지 않느냐? 

나는 제 삼자입장이라 잘 몰라서 하는소리겠지만

적어도 내 생각 같아서는  은아엄마가 젊어서 받은 은혜 조금이라도 더 갚는게 아이들 보기에도 좋지않을까

설득을 많이 했었지만  결국 할머니가 시설로 들어가신지 벌써 3년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문제는 ...

온갖 치마바람 드날리며 금쪽같이 키운 큰아들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보모님에게 지극정성으로 효도를 해도 은혜갚기가 태 부족하건만..

잘 나가는 커다란 기업체를 운영하며 부부가 같이 출퇴근을 하게되니

어쩔수없이 젊은시절 온갖 호사 다 하던 은아엄마가 가사도우미로 추락하게 된것입니다

아니...아들이 벤츠굴리며 며느리는 BMW를 몰고 다니는데...

어째서 70줄에든 은아엄마가 식모처럼 주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부부가 골프에 쓰는 돈만 아껴도...

다달이 애들 데리고 해외여행 가는 돈만 아껴도 가사도우미 충분히 쓰고도 남겠구만...

 

시장도 며느리가 한꺼번에 봐주기 때문에 푼돈이라곤 만져 볼수도없고

그냥 집안에서 식모처럼 일만 죽어라고 해대고 있다니 이게 웬 말입니까?

손녀딸 두명이 있다는데 영어다 발레다 수영이다 시간맞춰 아이들 라이드는 은아할아버지 책임이고

손녀딸뜰 자고일어나면 애들 씻기고  유치원가고 학교가는 준비물이며 도시락에

비가오면 우산까지 갖다 주어야하니 문밖출입이 어렵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옛날 은아할머님이 하시던 그대로 지금 은아엄마가 답습하고 있더라구요

허리가 아파도 병원에 한번갈 엄두가 안나고 어디가서 물리치료 제대로 받아본적이 없다는 은아엄마....

깊은 주름가득한 얼굴은 나보다 이십년은 늙어보이더라구요

 

내아들  내딸은

 아직까지는 벤츠라고는 구경도 못해봤지만..아직은 엄마 아버지께 언제 효도하나 회한의 눈물을 짖고있구만...

 

일본이다 중국이다 커다란 공장에 종업원 수십명씩 거느리고 사는 은아오빠는

엄마 아버지 쓰시라고 용돈도 한푼 주지 않는다고 하네요

용돈 담당은 며느리라서 그렇답니다

 

먼젓달에도 아이들 방학이라고 아들 부부가 일본으로 싱가폴로 여행가면서

은아엄마부부 제주도 효도관광  보내준다고해서 우리한테 자랑 했었는데

아이들 데리고 여행떠나면서 제주도 여행가라던 말 언제 그랬던가...나 몰라라하고

지들 4식구끼리 문밖에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현관문에 대고 인사 한마디 남기고   떠나버렸다네요

 

이런 괘씸할데가....

 

그것도 노할머니 시설에 모신후로는

60평 아파트도 삼대가 살기에 불편하다고..

자기 식구들끼리 오붓하게 한번도 살아본적없으니

이번 기회에 옆동에 25평 아파트 하나얻어 생활비 드릴테니 딴 살림을 나가게하고

아침저녁으로 와서 밥해먹고 집에가서 쉬라고 했다던데

생활비라고 딸랑 70만원을 주더랍니다

그 칠십만원으로는 ...작지만 아파트 관리비내고 경조사비용 제하면

노부부가 라면만 삶아먹는대도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때문에 일년동안 엄청 고생을 많이 했더랍니다

그 생활도 일년쯤 하고나니.

손녀들도 고학년으로 올라가고 이것저것  잔심부름 늘어나자

다시 집으로 들어오라고해서 다시 살림을 합쳤다네요

세상에...이런일이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제가 그토록 우려하고 걱정하던...인과응보...소름이 돋습니다

 

잘생기고 똑똑하고 돈 잘버는 아들 낳고 길렀으니...

은아엄마야 말로 며느리보면 기세좋아 한마디도 끓리지 않고 큰소리 탕탕치고 살 것으로 알았었는데

70 바라보는 나이에 며느리에게 눈치밥을 먹고 살고있다니...

옛날 은아할머니가 사시던 모습 그대로 ...똑같이 살고있는 은아엄마를 보면서

이런걸가지고 인과응보라고 하는건 아닌가...너무 두려운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 듣다보면...

아직까지 내 자식만한 아들딸이 없구나 싶어 너무 고맙고

멀리서 조그만 일에도 걱정해주고 아버지 어머니 하는말에 아직까지  한번도 거슬르지않는 아이들이 대견하지요

아마...내가 시부모님 모실때 조금이라도 불효를 저질렀다면...

우리아이들 은연중에 노인들에겐 저리해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보고 배우면서 자란다고 하던 옛말이 뼈에 저리게 ...가슴을 후벼팝니다

 

힘없는 노인들이라고...아무렇게나 대접해도 되는줄 알지만...

그분들의 희생없이는 자손들의 성공이 어찌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세상이 좁다하고 이리저리 누비며 자식들 뒷바라지 담당한 부모들이

오늘날 외롭고 서럽게 자식 눈치나 보고살게 될줄알았으면 그 누가 자식낳아 일천정성으로 기르겠습니까

미물인 까마귀도 제 부모를 결초보은..공양한다던데...

 

세상의 모든 자식여러분...

여생이 얼마남지않은 부모님께 받아온 은혜로운 삶을

성심으로 되돌려 드리는 효성깊은 자녀들이 되시기를 빕니다

여러분도 노인이 될날이 멀지않았으니 자녀들에게 좋은표양 보여주며

효성지극한  자녀들이되어 후회없는 삶이 되시기를 간곡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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