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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시츄에이션

천석꾼 만석꾼!!!

 

하하하 오늘은 쥐에 얽힌 History입니당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1학년 겨울이었으니

7살 코 흘리게  단발머리 시절이야기 입니다.

아 진짜 옛날생각 눈에 삼삼한게

어제일처럼 기억이 초롱초롱하네요.

 

우리집은 영주 중앙통에서 아주 큰 여관을 하고있어서

영주 장날이면  통칭 "안면"이라고 불리는 곳의 상인들이

그곳 특산물들을 트럭으로 하나가득 실어다

우리집 창고에 부려놓고 도매상에 넘기고

또 안면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트럭으로 하나가득 싣고 다니는

몇십년 단골 상인들이 있었는데

대체로 큰 장사꾼들은 남자들이었고 

개중엔 중년 아줌마들도 서너명 있어서

일반 객실은 남자들이 사용하고

오랜 단골 아주머니들은 외관남자들이 득실대는 바깥채보다

안방에서 우리식구들과 같이 자는걸 더 좋아했지요

 

아줌마들이 그때 아마 50대쯤 되었지 싶은데

인심도 후덕하고 수단도 좋고 어린 제 눈에도 아주 화끈하신 분 들이었어요

그 비싼 오징어 불에 구워 죽죽 찢어서 먹으라고 주기도 하고

사탕이나 셈베이를 봉지째 안겨주기도 했었답니다

 

안면이라고 불리는곳은 대체로 중석광산이 있던 상동을 지칭했었는데

가까이는 춘양에서 멀리는 삼척 황지 영월 북평등

 강원도에서 마른북어 오징어 같은 건어물을 주로 도매로 넘기는분

그리고 상동광산 쪽에서는 중석같은것을 싣고와서

돌아갈때는 안동 제비원소주 사이다 온갖과자 눌린국수

고무신에서부터 운동화 비누 양잿물 곡식 내의 양말 설탕 그릇등등...

 

온갖 일용품들이 안방에 건넌방에 창고에 태산처럼 쌓아놓고 

큰 꾸러미를 만들어 차에 싣곤하셨는데

지금은 이름도 잊어먹었지만 쌍가풀이 굵게진

아주 미인이었던 아주머니 생각이 나네요

 

안방과 창고가 미닫이 하나로 붙어있고

창고에는 쌀이며 곡식이 가득 쟁여 있어서인지

그시절에 왜 그리 쥐가 많았는지

창호지를 뜯고 안방을 무상으로 출입하는게 보통이었지요.

 

그눔의 쥐벼룩...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벼룩에게

물렸다하면 어찌나 따끔거리고 가렵던지

긁었다 하면 국수꼬리 구운것 처럼 벙긍벙글 부풀어 올라

따끔거리니 정말 참기 힘 들 정도였지요.

 

그래도 그 때는 집집마다 쥐들의 천국인가 싶게  밤중이면 천정에서

쥐들이  이리 저리 우루루 몰려다니는 소리를 들어야했고

걔중에는 용감하게 방구석까지 기어들어오는 놈도 있었으니

윗목에 켜켜로 쌓아놓은 쌀가마니 북어쾌  갉아먹기 예사였답니다.

 

그 겨울 어느 장날이었나봐요

안면의 아줌마 세분이 우리와 같이 안방을 쓰게되었는데

방안에 쥐가 돌아다닌다고

엄마가 불린 곡식에 분홍색의 쥐약을 섞어 구석에 두고 잤거든요.

 

그런데 자다가 보니 뭔가 이상하게 이불속에서

스물스물 기는듯하기도 하고

제 발가락을 자꾸 갉작이는것 같기도 한거예요

 

그때는 혼자된 언니가 조카셋을 데리고 친정살이 할때라

커다란 이불속에 나랑 연년생이던 조카 세명과 같이 자고있었는데

처음에 저는 아이들이 발장난 하는줄 알았어요.

 

그런대 발로 밀어내도 자꾸만 발가락을 꼬집는 느낌이 들어

갑자기 쥐가 아닐까 싶은생각에

외마디 소리를 냅다 질렀더니 모두 놀라서 벌떡 일어났지요.

 

어른들 모두는 제가 잠꼬대하는줄 알고

막 자라고 억지로 등을 두들기는데

발밑에 뭐가 있다고 했더니 엄마가 있긴 뭐가있어? 

하면서 이불을 확 걷었는데...

세상에 고양이만한 쥐 한마리가 약에 취해 비틀비틀 하는거였어요.

 

모두들 자다가 일어나서 빗자루 몽댕이로 쥐를 두드려잡았는데

나중에 아줌마들이 하는이야기가 제 귀에 쏙 들어오는겁니다.

 

아이구...쥐한테 물리면 천석꾼 된다카는데..

니 안 물릿나? 애석타 !!!

 

나중에라도 쥐가 깨물거든

엄마야 찾지말고 천석꾼 만석꾼 부르거래이...

그라믄 천석꾼 만석꾼 된다고 옛날 어른들이 그카드라

 

아이구...아까 그 고양이 맹키로 큰 쥐한테 물맀으면

천석꾼 만석꾼 캤어야 하는데...

그라면 니는 나중에 시집가서 억수로 잘 살게 되는기라....

하는 이야기를 하는거였어요.

 

그때 일곱살짜리가 뭘 알겠어요?

아줌마들이 쥐한테 물리면 꼭 천석꾼 만석꾼 부르라니까

예...대답은 잘 했지요.

 

한참 두런거리다가 다시 한잠이라도 눈 붙어야 겠다고

백촉전구를 돌려끄고 자리에 누었서 막 잠이 들려고 비몽사몽하는판에

이번에는 다리사이로 뭔가 솔솔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었어요 .

 

쥐한테 한번 놀란 가슴이라 엄마야 하면서 소리를 질르니

또 다시 전깃불을 키고 빗자루찾고 방망이 찾고...

이불을 확 제키니 쥐한마리가 이리저리 숨바꼭질 하다가 하필이면  

이리저리 쥐를 피해 동동 뛰고있는 제 엄지 발가락을 꽉 깨무는거예요.

 

아이구...제가 너무 놀라서 엄마야 ~ 찾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

천석꾼 만석꾼...하고 소리쳤지 뭡니까?

 

옛날 제 어린시절은 백만장자가 제일큰 부자였는데

세상에 천석꾼 만석꾼을 어떻게 상상인들 해 보았겠어요?

하물며 일곱살짜리가 뭘 안다고  ...

세상에 아줌마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 떨어지듯 놀란 와중에 천석군 만석꾼 소리를 질러댔으니...

 

사실 기가찰 노릇이지만..

아줌마들이 쥐한테 물려 이빨자국이 쏙 들어간 엄지발가락을 보더니만...

 

아이구...니 진짜 물릿네 아이구 이를 어째

 니 참말로 천석꾼 만석꾼될낀데 이일을 우짜노

아이구.,..너거집 이제부터는 니복에 다 잘먹고 잘 살게 됐다 아이가...

 

아이구...야가 우째 이리 신통방통...영절시러블꼬 시상에...

아이구 아지매요 ...야가 쪼매해도 보통내기 아니라예

얼라들이 놀래면 엄마야 찾을낀데 우쩨 그래 천석꾼 만석꾼 찾았실꼬

 

글쎄 말이다 아이구...

미구딱방맹이가 따로 엄찌...

참말로 기맥힌데이  별종 별종 이런 별종안있나?

 

우리가 그말 한다꼬  우째 그대로 따라 했실꼬

내 참 기도 안막히는일 다 봤지러 아이구 맹랑타..

나중에 니가 천석꾼 만석꾼되면 그기 우리가 갈키준 것이니께네 .

우리한테 나중에 고깃국 끓여갖고 근사하게 상 한번 차리야한데이

 

남은 발가락이 욱신욱씬 쑤셔 죽겠구만

이제는 아지매네 막내딸이 재수좋게 용코로 쥐한테 물려

천석꾼 만석꾼 소리쳤으니

아지매는  막내딸 덕분에 팔자 고칫다고 ..

아줌마들이 이집 막내딸  미구방맹이라고 밤새도록 머리를 홰홰 내젓고

혀를 끌끌차고 난리도 아니었지요.

 

이튿날 아침...

아버지께서 어젯밤 사단을 들으시고 물린곳을 보자고 하셨는데

발가락이 통통부어서 감싸쥐면 혈관이 달막달막 뛰는게

그냥 있으면 큰 탈나겠다고  순창병원에 가니

 

의사선생님이 그냥 두면 큰일 나겠다고 하시며

아까징끼 바르고 붕대로 감아주고 주사도 맞아야 한데서...

지금 생각하니 파상풍주사 같은걸 놓아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그 조그만 쥐가 엄지발가락을  물었는데도

쥐 이빨에 독이 있어서인지 나중에는 장딴지까지 땡기면서 욱신거려

학교도 하룬가 이틀 결석한 기억이 나네요.

 

어른들 말씀이 개한테 물리면 삼년동안 재수가 없다고했는데

쥐한테 물리면 왜 천석꾼 만석꾼 부르는대로 되는건지..

 

살다 살다 쥐한테 물려본 사람 그리 흔치 않을텐데

어느때는 제가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는것이

어떻게 쥐한테 물리면서 어린내가  천석꾼 만석꾼을 소리를 쳤었는지...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것이...

혹시 어릴때 쥐에게 물렸을때 내가 던진 주문 때문이아닐까

얼토당토 않지만 그런생각이 문득문득 떠 오를때도 있답니다.

 

정말...쥐에게 물리면

천석꾼 만석꾼 되는걸까요?

 

갑자기 옛생각이 나서 Daum에서 통합검색 찾아보니

빈 말이 아니라 정말로  천석꾼 만석꾼 이야기가 나오네요

 

아...아까비...

지금 이 나이에 쥐가 깨문다면  억만석꾼이라고 할껄 

아니 그냥 억억억억  조조조조...해야하는건가?

 

그때는 천석꾼 만석꾼이 제일부자인줄 알았던 시절이었으니...

 

그러고보니 벌써 60여년전의 쥐에게 물린 옛이야기..

황당시츄에이션  한 토막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