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어버이날 이랍니다.
우리 아이들이 멀리 있으니 어버이날과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날이지요
그런데...
우리부부가 외로울까봐 각별히 신경를 써 주는 이웃이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리요?
어제는 어버이날 이브라고...^^
제가 늘 신세를 지고있는 존경하는 교수님의 초대를 받았는데...
초대하신분의 성의를 생각해서
모처럼 바지정장에다 핸드백까지 갖춰들고 나갔더니...
아이구 너무 불편해서 맛있는 점심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집에 돌아오니 누구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것 처럼 사방이 쑤시고 결리고...
점잖은 좌석에 초대 받게되면 온 몸이 쥐가나고 불편해 지는게
집으로 돌아오자말자 티셔츠에 츄레닝...
이거야 말로 제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업복이자
동네방네 나돌아 다닐때 입는 외출복이자 잠옷이기도 하지요.
아이구...장롱안의 많고 많은 정장들은 언제 입어야 할지
정장 입을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없던 증상도 생겼지 뭡니까?
나이가 먹을수록 격식차린 정장보다
간편한 옷차림이 이렇게 편하게 느껴지니
남들이 뭐라고 하건 말건..
츄레닝 바람으로 백화점도 들랑거리고...
아이구...이제 늙으니까 남의 눈치 보지않고
모든게 내맘대로 배짱 입니다.
해마다..어버이 날이면 아이들이 꽃다발을 보내는데...
어버이날 카네이션 값은 하늘높은줄 모르잖아요.
그것도 미국에서 꽃배달을 보내면
얼마짜리인지 자식들에게 물어볼수도 없고
덜렁 배달해 놓고 가는걸보면
이게 도대체 얼마짜리를 주문했는지 궁금할때가 많았었죠.
그래 다음 부터는 절대로 꽃배달 시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번 어버이날에는 제 자식 삼남매가
죽은듯이 엎드려 있나봐요 소식이 없는걸 보니...
하.지.만...
큰 말이 없으면 작은말이 큰 말 노릇한다고...
어젯밤 우리 대녀가 어버이날이라고
두분이서 외로울것 같다고 찾아왔네요.
커다란 꽃바구니와 쉬폰케익을 들고...
아이구...정말이지 대모노릇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무슨 날마다 대접만 받고 살고있으니
이 무슨 미안한 일입니까?
또 성당 아우 루시아가 그냥 지나기 서운하다고..
조그만 카네이션 바구니랑 김밥과 유부 초밥까지 싸 들고 왔는데..
이거 앉아서 받아먹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하고...
아직도 내가 남들에게 잊혀지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더라구요
오늘 아침 늦잠에서 깨자 울리는 휴대폰소리...
멀리...시에틀의 jj 아우님의 반가운 전화였습니다.
아이들은 다 미국땅에 두고 두 분이 얼마나 쓸쓸할까 싶어
위로차 걸어준 전화는
자식 교육 잘 시키자...서 부터
선물도 옆구리 찔러가며 받자....케싸며
남은 인생 멋지게 즐겁게 살자...로 끝매짐을 했답니다.
언제나 나를 챙겨주고 사랑해주는
얼굴도 못본 아우님과의 통화는
하하 호호 너무 재미있어
한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거예요
하하하 울 대녀가 들고온 꽃다발과 케익입니당
여러분들도 빨랑 오셔서 같이 드셔요
아침에 일어나니 백합꽃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합니다
미카엘라의 사랑이 백합꽃 향기처럼 다가오네요
제일 왼쪽의 화분은 황선생님이 선물하신것
두번째 화분은 지난 화요일 햄버거패티 만드는것 배우러 오신
풀향기님의 선물..
조그만 카네이션 바구니는 정효순 루시아의 어버이날 선물..
그리고 울 대녀 미카엘라의 사랑의 꽃바구니입니다.
제가 복이 많아 언제나 이렇게 받기만 하는데
언제 이걸 다 갚아야 할지 생각만해도 아득합니다.
미카엘라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달콤하고 부드러운 쉬폰케익이 있어
두사람뿐인 어버이날도 외롭고 슬프지 않습니다.
얘들아...봤지?
니들도 엄마 아버지 걱정일랑 붙들어 매고
나중에라도 엄마 아버지 주변의 고마운분들께
인사 드리는것 잊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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