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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20여년만의 상봉...내게도 이산가족이 있었다네!!!

 

오늘은 결혼식이 있어서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오랬동안 소식없이 지내던 돌아가신 둘째언니의 아들이

며느리를 맞이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마음에

새벽잠을 설치며  둘째 올케와 함께 ktx 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둘째언니가 돌아가신지가 20년인지 25년인지 기억마져 가물가물 합니다

저와는 이복형제인 둘째언니는 살아 계신다면  올해나이 79세 양띠...

큰엄마를 닮아 말이없고 착한 분이었어요

심성착한 우리 큰엄마에겐 단 하나의 소생 무남독녀 귀한딸인 둘째언니는

처녀시절 인물좋고 조신하고 예의범절이 뛰어났을뿐 아니라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키던 인기만점 신부감이었고

그 당시 타관객지 상주가 고향인 형부를 중매로 만나 결혼하여 큰아들을 낳고

한참후에야  늦둥이 둘째아들을 낳았는데

아마 조카들의 나이차이가 15-6살쯤 되지 않았나 싶네요

 

결혼하고 한동안의 처가살이를 벗어나 딴살림을 났을때도

아버지와 큰엄마는 언니가 고생하는것 때문에 노심초사 마음 편할날이 없었고

불행하게도 역마살이 있던 형부가 두집살림을 차리고 소식을 끊자

언니는 온갖 궂은일로 무척 힘들게 아이들 뒷바라지를 했었고 

어느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약한 둘째가 중학생이 채 되기전에 세상을 버리게 되었답니다

 

결혼하여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행동에 자유가 없던 저도

갑자기 돌아가신 언니의 장례식에 잠시 다녀오고..

그후 대구에 살고있는 큰 올케를 통해

같은 대구에 살고있던 두 조카들의 소식은 간간히 들었으나

그것도 세월이 흐르고 저도 아이들을 보러 외국으로 돌아다니다 보니

조카들의 소식을 못 들은지가 벌써 십여년...

두 조카들을 본지도 까마득한 옛 날 입니다

 

그 오랫동안의 세월이 흐르도록 혈혈단신 두 형제만 남아

그 고통의 세월을 어찌보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이제 둘째언니의 큰아들이 며느릴 본다는데 올수있느냐고 ..

큰 올케가 중간에서 연락을 했을때 너무 고마웠죠

가고말고...당연히 가야하는건데 물어볼필요가 왜 있느냐는 제말에

그 아이들은 외가집 경조사에 한번도 얼굴을 보인적이 없는데 무슨 염체로

이제와서 며느리를 본다고 외숙모들이며 이모들에게 연락을 하겠냐고

절대로 그리는 못하니 외갓집식구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당부를 했다는군요

 

그말을 들으니 더욱 미안하고 부끄러운게 사람이 할도리가 아니다 싶은게

그 아이들 마음이 엄마도 돌아가시고 아버지 마져 나몰라라 딴집 살림으로

자식들을 돌보지 않았으니 그 얼마나  소외감으로 고통을 받았을까 싶은게

남북 이산가족이 남의일이 아니고 서울 대구에 살면서도 몇 십년 동안

얼굴한번 마주할수 없었던 무심함에 한없는 부끄러움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거의 20여년만에 만난 조카 상호내외와 신랑 해룡이

 

 

새신랑!!!

탈렌트 못지않은 진정한 꽃미남 해룡이

 

 

1시30분 예식장 입구에 나란히 서있는 조카부부와 새신랑...

갑자기 나타난 외갓집 식구들을 보고 놀라며 반가워하며

왜 이제야 왔느냐는듯 서운해하던 표정...

외숙모님 이모님에게 하고싶은말 너무나 많지만..

지금은 가슴에 담아 두겠다면서 고마움의 표하는 친정조카를보니

불시에 둘째 언니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라구요

그리고 언니가 돌아가시고 형수손에서 밥을 얻어먹고 학교를 다니던 둘째도 만났어요

언니의 둘째아들은 올해 나이 마흔두살..우리 둘째와 동갑나기었죠

 

옛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가 살고있다는 포천인가 동두천인가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이모인 우리집에 잠시 들렀었는데 아마 한 일주일 놀다 갔을거예요

엄마도 일찍잃고 늘 외로움에 풀이죽어있던  그 모습이 눈에 선 하였었는데

오늘 가서 만나보니...언니가 오매불망 연연하여 눈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남겨두고간 둘째가

늠늠한 모습으로 저를 반겨 맞아주었어요

 

 

상현이의 색시와 두살짜리 아들

그 옆의 커리어가 넘치는 멋진 차림의 늘씬한 미녀는 조카딸 장순옥여사

 

 

 

형부를 빼 닮은 상현이 패밀리!!

둘째 조카며느리는 어찌나 인정많고 상냥한지 ..

생전 처음 만난 외숙모와 이모의 마음을 환한 미소로 사로잡았답니다

 

 

결혼하여 두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고 질부도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키는데

이 질부가  내가 막내이모라고 하자 나를 부등켜 안고 마구 우는거예요

어머님을 너무 뵙고싶었는데 이렇게 이모님을 만나보니 어머니 만난것 같다구요

우리 어머님이랑 이모님 너무나 닮았어요 너무 똑 같으시고 너무 예쁘세요 하면서....

아이구...

저도 질부의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어찌나 흐르던지 화장도 다 지워지고...

내 얼굴 한번 쳐다보고 또 끌어안고 울고...또 쳐다보고는 끌어안고...

세상에 얼마나 남편을 사랑하면

시이모를 보고 반가워서 목을 끌어안고 놓아주지를 않으니...

질부가 아들을 가르키며 어머니가 살아계시면

오늘 손자 장가가는걸 보시고 얼마나 기쁘하시겠으며

이렇게 둘째아들의 손자를 보시면 얼마나 좋아하셨겠느냐면서..

눈물을 펑펑 쏱아내는 걸 보니 가슴이 마구 미어지더라구요

.

세상에 요즈음 세상 시부모 만나기를 호랑이 보다 더 무서워하는 이 시대에..

엄마정에 굶주린 남편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이렇게 이모님이라도 계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아주 복스럽고 푸근하고 귀염스러운 언니의 둘째며느리....

언니가 살아계셨다면 잔병치례만 하던 둘째 아들이 늠늠한 대장부가 되어

이쁜색시와 행복한 가정을 꾸몄으니 온갖 효도 바치며 지극정성으로 모셨을텐데...

아이구 복도 없는 우리 둘째언니...장.정.순.언니

 

오늘 장가가는 언니의 큰손자 해룡이!!!

어찌나 화사하고 이쁜 귀공자인지

얼마나 멋지게 자랐는지 언니가 봤어야 하는건데...

법대를 나와 고시공부를하는 청년같지 않게 어찌나 해사한 미남인지...

 

서글 서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공손하여 사랑받기 딱 좋은 상현이 색씨...

 

 

 

 

 

형부가 안계시고 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났어도

반듯하게 자라 예의밝고 인사성 밝은 두 조카를 만나보니

나 자신이 얼마나 내 가정 내 새끼들에게만 목을 메고 살았나 싶은게

양심이 부끄러웠습니다.

 

돌아서는 우리들에게 대구에 들리면 꼭 찾아 달라는 큰 조카와 큰질부.

주차장까지 쫓아나와 배웅하면서 눈물짖던 둘째질부의 소박하고 따뜻한 모습이

지금껏 눈에 아련히 밟힙니다

평택에 살고 있다니...

이제껏 무심했던 못난 이모를 그토록 반갑다고 매달리며 이별을 아쉬워하니

이제부터라도  사랑을 전해주는 행복 바이러스 이모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껏 부모없는 서러움을 혼자 삭이며 속으로 눈물을 삼켜왔을 언니의 두 아들에게

작지만 비비고 기댈수있는 언덕이 되어줘야 겠다며 다짐을 해 봅니다.

 

상호야!!!상현아!!!

너희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럽구나

이렇게 무심했던 외갓집 식구들을 용서하거라

그리고 이제 너희들을 다시 만났으니

앞으로는 더는 외롭지 않게 자주 연락하고

어려운일 생길때 이모를 불러주면 언제나 달려갈께

엄마의 사랑에는 못 미치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이모가 너희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마!!!

 

 

 

금호동 에서 이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