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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메세지

레문도님께 드리는 딸의 편지!!!

안녕하세요 레문도 님.
엄마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레문도 님께서 엄마랑 주고받으신 글을 읽고는 몇 자 띄웁니다.
 
저는 정말로 감사해요.
저같이 맘 속이 늘 소란스럽고 속 좁은 인간한테 주님께서 레문도 님을 만나게 해 주셔서...
레문도 님의 글을 읽으면 레문도 님의 따뜻한 마음 때문에 저도 조금은 착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지난번 미국여행 중에도 일부러 시간을 내주시고 먼 길을 오셔서 저희 연주를 봐주셨는데..
그런 것 생각하면 더 자주 안부 여쭙고 해야 하는데
메일 한번 쓰는데 이렇게 인색하다니... 바쁘다는 건 다 핑계고 그냥 마음의 문제인 것 같아요.
 
지난번에도 엄마 블로그에서 타일하고 은세공 배우시려고 준비하신다는 건 알았고요,
이번글에서 벌서 반지와 목걸이를 만드신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진도가 무척 빠르신가 봐요.
 
저는 지난 8/11일 날 델라웨어로 이사를 왔고요.
이사 오기 전에 한 달간 짐 싸고.
이사 와서 한 달간 짐 풀고...

애 데리고 이사하려니 제 맘대로 일이 빨리빨리 진전이 안되네요.
낮에는 애기랑 놀아주고, 애 재워놓고 몰래몰래 짐 싸고 짐 풀고 하느라고 두 달이 걸렸어요.
그리고 이제 가을학기가 시작되어서 학교일에, 가사에 정신이 없는 데다
애기를 데이케어에 맡기는데 거기서 감기가 옮아오는 바람에
온 식구가 돌아가면서 감기를 앓느라 아주 고생했어요.
 
저는 이번 학기에 성악 레슨하고 앙상블 클래스,
그리고 발레반 피아노 반주를 맡았어요..
내년 봄부터는 피아노 클래스도 맡을 거 같아요.
피아노를 썩 잘 치지는 못해도 제 노래 반주 정도는 했었는데...
몇 년 동안 전자 피아노를 사용해서인지 손의 감각도 많이 무뎌졌고, 또 이사를 하면서 일도 많이 하고 무거운 것도 많이 들고 그래서 그런지 손놀림이 예전 같지가 않아서 지금은 매일 피아노 연습도 거르지 않고 있어요.
에휴... 하루도 편하게 베짱이처럼 지내는 날이 없고, 연습 인생이네요.
더군다나 발레 같은 전통 무용을 반주한 적이 없어서
첫날 반주를 할 땐 너무 긴장해서 식은땀까지 흘릴 정도였는데, 이젠 좀 감이 생겼어요.
 
박자에 충실할 것!!
무용하는 분들은 멜로디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요..
간혹 제가 실수로 틀린 음을 쳐도 별상관을 하지 않는데 박자가 조금이라도 어그러지면
몸놀림이 흩어지면서  전체적인 균형이 깨져버려요.
아... 클래스 안에서는 이렇게 심오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 말씀드리면서 밖에서 클래스 전체적인 틀을 보니 이제야 숲이 보이네요.
지금까지는 전전긍긍 반주하느라고 나무 하나씩만 보면서 수업을 했었는데...
조그만 인생 클래스 같아요...
예쁜 멜로디에만 중심을 두지 않고 꾸준하게 박자에만 충실할 것...외모보다는 마음.... 뭐 이렇게도 해석이 되고  보이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아주 기초적인 것에 중심을 두고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렇게도 해석이 되네요.
흠...
 
뉴욕에서는 조그만 원베드룸에서 살아서 앉아서 손만 뻗으면 다 닿았는데
여기는 땅값이 싸서 3 베드룸 하우스를 약간 무리해서 구입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장소가 넓어진 만큼 어지르는 공간도 더 많아졌고요,
물건 하나 찾으려면 아래 위층으로 오르내리느라 생활 자체가 운동이에요..
아직 적응이 잘 안 되네요.
한복 입은 성모님도 고이 모셔놓고는 집안 치우고 연습하고 하다 보면 저녁이면 아이 재우고 묵주기도 바쳐야지 하는 건 마음뿐이고 같이 곯아떨어져요.
역시 이것도 마음 탓이겠죠?
제가 정말로 간절하지 않으니까 기도도 시간 봐가면서 하고,
조건 따지면서 하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이번에 레문도 님 글을 보고
다시금 느꼈어요..
기도를 생활화하시는 것 같고...
기도가 생활의 중심이신 것 같아요.
저도 좀 더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딸이 되도록 노력할게요.
 
지난 화요일부터 이태리 신부님이 신랑한테 기타 레슨을 받으러 오세요.
이태리 나폴리에서 오셨는데 이곳에서 사목하고 계세요.
제가 이태리에서 공부했다는 걸 신랑한테 들으셨는지 절 보시자마자 이태리어로 인사를 하시길래 저도 얼떨결에 이태리말로 주고받고 했어요.
그러고 보니... 주님께서 이렇게까지 해주셨는데 제가 몰랐네요.
이제부터라도 꼬박꼬박 성당에 나가고.....
아휴 고백성사 해야 하는데, 겁부터 나네요...
 
레문도 님을 저에게 보내주신 것도 그렇고, 신부님을 저희 집까지 오시게 한 것도 그렇고...
이게 다 부르심이 아닐까요?
저같이 껍데기만 신자인 쓸모없는 인간을 끝까지 사람 만들어보겠다고 주님께서 끝까지 붙들고 계신 거 아닐까요?
레문도 님께 메일 하면서 그냥 자꾸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제 이 메일을 보내기 클릭을 하고는 바로 기도드릴 거예요...
건강하시고... 저희 가족 위해서 기도해 주시는 것 항상 감사합니다.저희 큰오빠 서석일 도미니꼬를 위해서 특별히 기도해 주세요..항상 감사합니다.
 
오늘도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는데...
시간을 쪼개서 생활하다 보니 항상 조급해서 그런 것 같아요...
흉보지 마시고.. 이제 기도하면서 마음을 좀 다스리고 조금 여유로워지도록 해볼게요.
 
건강하세요.
 
서연준 글라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