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답장이 너무 늦었지?
아고,애를 키우다보니 이제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의 행동을 내가 하고 있쟎애.
약속 시간 늦는거,콜백 빨리 빨리 안하는거,메일 답장 빨리 안해주는거..
.만약 전화 씹거나 메일 쌩까면 그런 인간들 하고는 빠이빠이 해버리는데 내가 지금 그 꼴 났네..
크크크 애를 둘씩이나 훌륭히 키워낸 언니가 들으면 콧털이 날리도록 콧방귀를 씽 끼겠지만 말야...
내가 내 비밀 하나 알려줄까? 내가 지금 좀 아프거덩....이게 무슨 병인고 하니....
이름하야 울.화.병.
내가 지난 번 한달 내내 감기 앓고 난 뒤에 살도 많이 빠지고 (근데 지금 도로 찌고있는 중)
가슴도 막 답답하고,잠도 안 오고,머리도 아프고,심장을 누가 꽉 쥐고 있는것 같고...
막 딴생각이 들어서..꼭 유체이탈 이란거 있쟎아?
몸은 여기 있는데 정신만 어디 가서 막 싸돌아 다니고 있는듯한 느낌.
한번은 수요일날 메릴랜드에서 티칭 하고 밤에 애들 태우고 도로 뉴저지 올라오는데 잠깐 정신이 나간거야.
빵빵 하면서 뒷 차들이 쌩쌩 지나가면서 헤드라이트를 번쩍거리길래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하이웨이에서 40마일 정도로 천천히 달리고 있더라고.
여기 뉴저지 턴파이크는 사람들이 과속하기로 소문난 데거덩...65마일로 표시가 되어있지만
65마일로 달리면 아마 총 맞을껄? 기본 75에서 80 마일로 달려줘야 교통경찰도 하이 해주는 판에,
내가 40 마일로 다니면서 딴 차들을 방해 하고 있었으니...
아이고 나도 모르게 졸았나,아닌데 난 지금 멀쩡한데 내가 왜 40 마일로 달리고 있었을까 갑자기 막 무섭더라구..그래서 금욜까지는 메릴랜드에서 티칭하는 앤디한테 그 밤에 전화를 걸어서 내가 지금 졸음 운전 하는거 같으니까 나랑 얘기좀 하면서 나 잠을 깨우라고 했지.
한참 얘기를 하고 이제 집 앞 5분전이라거 전화를 끊었는데....나 참....
내가 메릴랜드에서 집에 오는걸 아마 수천 번 했을꺼야.
또 홀랑 정신이 나가서는 정신 차리고 보니까 내가 조지 워싱터 브리지를 건너서
(우리는 조다리 라고 해 ㅎㅎ) 맨하탄을 막 헤매고 있더라고...나 참.
근데 그 와중에 아이고,죠다리를 우리 둘이서 건넜으니 톨비 8불 날라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3명 이상 타고 있으면 카풀이라고 1불만 내면 되는데 말야...이 투철한 주부 정신.
그래서 엄마한테 나 좀 많이 아프니까 좀 와서 같이 있자고 S.O.S.를 쳤지.
그리고 나 몸이 많이 아프니까 올때 약 좀 지어갖고 오라고 아버지랑 통화를 했어.
내 증상을 다 들으시더니 혹시 내가 최근에 화가 많이 나거나 그러지 않냐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특별히 화가 나는 일은 없는데 민서가 저지레 하고,할 일은 많고 몸은 힘들고 하니까
슬프기도 했다가 짜증이 나기도 했다가 또 민서보면 이뻐서 웃었다가,
그걸 5분 간격으로 울었다 화냈다 웃었다를 반복하면서 미친년 처럼 산다고 했더니만
아버지가 울화병이라고 하시더라고. 그게 몸도 힘들고,마음도 힘들고 그래서 그런거라고..
생각해보니까 민서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 많이 받거덩.
언니도 아다시피 뉴욕 뉴저지가 집 값이 좀 비싸?
우리 형편에 맞추느라고 원베드 콧구멍 만한 아파트 살면서
온통 밟히는게 밥풀이고 책이며 장난감이 여기저기 뒹굴지..
밥해먹고, 티칭하고, 빨래하고,우유병 씻고 돌아서면 또 어질러져 있고,그거 뒷치닥거리 하다보면 신랑 들어와서 저녁 해달래지 다 치우고 나면 밤 11시,그럼 그떄부터 커피 한잔 타마시고 공부한답시고 졸면서 책상에 앉았으면 애 중간에 꺠서 울지,신랑 짜증내지...난 공부도 못하면서 그냥 자면 불안하니까 어떻게든 졸면서 책상에 앉아있으니 항상 피곤하지...
내가 이러고 산다고..그러니 애가 정말로 이쁜데 어쩔땐 아이구 이놈새끼 누가 한달만 데려가서 키워주면 좋겠네 하는 생각이 굴뚝 같아.
나 참..그러니 웃기지,내가 내 새끼 낳아놓고 내가 맘에 병이 들어서 이러고 있으니..
내가 싱글일떈...애 낳기 전까지만 해도 성격이 한 칼 했거덩.
아침 7시면 일어나서 요가 1 시간하고 샤워하고 꼭 화장하고 꽃단장 하고
시장갈떄도 색깔 맞춰서 입고 나가고,콜백,메일 백은 칼같이,약속시간 항상 10분 전 도착,
연주 일정 잡히면 한달 전에 이미 다 외워서 연습 끝.
이렇게 살다가 지금은 3일동안 머리 안 감고 지내는거 기본...
화장하면 내가 어디 가는줄 알고 애가 앙앙 우니까 항상 부시시하고 누렇게 뜬 상태,
요가 할 시간이 있으면 잠을 자겠다,요가 안해도 살은 쫙쫙 빠지면서 근육이 없으니까 팔뚝도 덜렁덜렁,
허벅지도 털렁털렁..약속 시간에 맞추느라고 아무리 2시간 전부터 서둘러도 10분 늦는건 기본,
전화도 그냥 씹고 애 자면 안 받고,가사 외는건 고사하고 악보 볼 틈도 없으니 원..
그러니 내 생활이 전혀 내가 아닌 딴 사람이 사는 삶같은거야.
에고..그러면서도 욕심은 많아가지고 연주는 5월 10일까지 꽉 차있지,
그니깐 계속 짜증나고 불안해서 아마 이런것 같아.
내 생각에 노래 안하고 집에 들어앉으면 울화병도 없고 애 둘 쯤 더 낳아서 그냥 주부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것 같은데 노래를 못 버리니까 이렇게 힘든거야.
나도 내 병이 뭔지 알고 치료 방법도 아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안되니 문제지.
내 생각에 노래는 마약인겨...이거 해도 돈도 못벌고 아무것도 아냐,
근데 연주하고,박수 받고 그 기분땜에 하는거지,그니깐 이게 마약이야.
아 요즘은 너무 답답해서 정말 담배라도 한대 피워볼까,술이라도 한 잔 마셔볼까 하다가도..
내 평생에 안해본거라 겁이 나서 못하겠고,누구랑 수다라도 떨어볼까 하다가도
아이고 그럼 목 아프니까 안되지 해서 그것도 안되고..
그러니 내 팔자,이러고 살아야지 뭐.
아 참...언니,언니 블로그 만들었다며..빨리 불로그 이름 알려주고...
엄마가 언니 블러그 가봤더니 화면도 막 바꾸고,잘 꾸며놨다고 샘 내더라고.
역시 가방 끈이 길어서 블로그도 잘 만든다고 ㅎㅎㅎㅎㅎ
언니가 살림도 넘 잘 살고,글도 잘 쓴다고 나보고 배우라고 또 잔소리...
아,...진짜 겨우 가라앉은 울화병 또 도진다 도져.
언니,미국 생활이 다 그렇지 힘들고..그래도 언니는 마음이 평화로운가봐.
블로그도 만들고...마음에 행복하니까 그런 여유가 나오지..부럽당.
엄마가 한국 경기도 안 좋고,이제 울 아빠도 곧 80이쟎아,
아직 한의원 하신다지만 뭐 돈 버는건 아니고
집에서 엄마랑 붙어 앉아있으면 자꾸 잔소리 들으니까 나가 계신거야 ㅎㅎㅎ.
이번에 내가 하도 오라고 해서 엄마가 오시긴 하는데 KAL 타면 220 만원인가 그렇대.
그래서 일본항공으로 도쿄 에서 AA 로 갈아타고 오면 110만원이면 온다고
지금 그렇게 표를 알아보고 있어.
그러면서 얘기해보니까 이모도 미국 오신지 16년인가 됐다고 언니랑 오빠들 다 보고싶어 하시고,
그놈의 손주새끼들이 뭔지...손주들 보고싶다고 우시더라고 그러더라고.
엄마가 KAL 탄 샘 치고 AA로 표 두장 끊으면 이모도 같이 모시고 올수 있는데 어떠냐고 하시길래,
나는 좋다고 했어.
엄마가 항상 그랬거덩.
이모가 12살이나 많아서 엄마를 업어서 키우고..우리 끼리 말이지만 큰이모는 좀 성격이 그렇쟎아,
이모가 엄마 업어서 학교도 같이 데려가고,엄마가 엉덩이에 화상 입었을땐 한달도 넘게
이모가 엄마를 업고방바닥에 엎드리고 잠을 잤대...엄마가 바로 못 누우니까.
그런거 생각하면 내가 이모한테 정말 잘 해드려 하는데 뭐 살다보니 나도 사람 노릇 못 하고 살고..
여기 오시면 방 한칸이라 좀 불편하시겠지만 슬기도 뉴욕 있다니까 한번 만나보시고,
나도 어떻게 사는지 보시고,달라스나 아틀란타도 함 가보셔야 할텐데
혼자서 여행하시는건 무리이실것 같아서...
달라스까진 꼭 비행기 타야하고,아틀란타 까지는 여기서 한 10시간 잡으면 되는데..
이모만 괜챦으시면 내가 운전해서 모셔다 드릴수도 있고..
언니 계획이 어떤지 모르고,또 언니도 언니 생활이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얘기가 되면
좀 부담스럽겠지만 만약 이번에 이모가 엄마랑 같이 오시게 되면 언니가 시간 내서 함 뉴욕 올수 있는지..
아님 꼭 뉴욕이 아니라도 아틀란타라도...
그럼 거기서 간첩처럼 접선하는거지..이모를 교환하고!! ㅎㅎㅎㅎ
모르겠어..언니가 엄마랑 얘기해봐..블로그에 글 남기면 될거야 아마
.
어제 밤에 내가 리허설 하고 집에 밤 11시에 애 찾아가지고 왔더니만 엄마가 컴에서 날 기다리고 있더라고
남대문 시장에서 민서 신발 사올라고 하는데 칫수를 몰라서 나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리고 어제 항공사에 연락해서 표를 끊어야 하는데 이모랑도 연락이 잘 안되고 있다고 걱정하더라고.
기다려서 같이 모시고 올지,여기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이모를 모시고 올수도 없다고.
난 정말 괜챦거덩...아마 여기 오시면 이모가 오신걸 후회하시겠지.
미국에서도 챠이니즈 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말야 ㅎㅎㅎㅎㅎㅎ
그래서 내가 큰소리 팡팡 쳤지...일단 모시고 오라고.. 지난번에 경호 오빠도 만나보니 바쁜것 같고,
대진이 오빠도 지금 힘들고,언니랑 형부도 경기가 안좋으니까 다 힘들겠지만
까짓것 이모가 오셨다는대야 하루 안와보겠냐고..
여기서 한달정도 우리랑 같이 계시다가 시카고도 다녀오시고...이모도 좀 쉬시다가 가시게..
그리고 우리 아파트 6층에 쥬이시 할아버지 하나 살거덩..한국말도 꽤 해.
그 할아버지랑 어찌 다리좀 놓아볼까 생각중!!
이 할아버지 돈이 많은지 좀 알봐야지...몸은 완전 짱...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
그리도 목소리 엄청 커서 이모랑 대화 가능할거 같으..
아이고..그래도 언니한테 편지쓰다보니 맘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언니 블로그에도 가보게 블로그 주소도 알려주고...이모 이번에 오시는건 엄마랑 함 얘기해봐.
어쩌면 이미 표 사는 시기를 놓쳐서 같이 못 오시게 될 수도 있을거 같아.
다시 연락할꼐.
언니 건강하고 행복하게....홧팅!!
연준
2009/3/1 insook lee
<dallasinsook@gmail.com>
연준아, 요즘 바쁜가 봐 감기는 다 나았는지?
아기는 어때? 봄 학기 시작 하여 바쁘겟구나,
에구 ,,,나도 컴턴지 뭔지 배우러 이 나이에 다니느냐고 ,
집구석은 엉망이고, 잠도 안 자 가며 드라마 때리고,,,할짓이 아닌겨,,,
거기다가 인터넷 블러그 만드는것 배우고 있는데
내가 매일 엄마 블러그에 가서재밋는 얘기거리 읽다가 죽치고 맹공(맹순이 공부 ) 하고 있잖아,
재미는 있는데 시간이많이 뺏기네 ,,,일하는 시간 빼면 잠자는 시간 턱 없이 모자라
운전중 졸고 있다 아이가,,,이모껏 스크랩 해오다 들켜서 혼나고 그렇게 살고 있제,,,
아무둔 건강하게 잘 살그래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