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 서울역에서 난생처음 KTX를 타고 동대구역을 향해 출발!
“SOS어린이 마을 감사 음악회”가 있는 날이다.
아양교를 지나 동촌 구길로 들어서자 2년 6개월 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솟아나기 시작했다.
‘어린이 마을은 왼쪽에,중국집은 오른쪽에 있었는데..’
나의 기억은 어느덧 십여년 전을 헤메고 있었다.
한국 SOS어린이마을 본부장님이시자 대구마을 원장님이신
나의 세상보는 시야를 넓혀주었다.
1994년 겨울에
난 성악도의 꿈을 안고 막 이태리 밀라노에 도착한 서울촌놈이었고,
장신부님은 건축공부를 하시며 밀라노에서 5년째 사목활동을 하고계셨는데
귀국을 3개월쯤 앞두고 계셨을 때였다.
갱상도 신부님의 말투가 좀 적응된다 싶을 때 신부님은 귀국하시고,
몇 년후 내가 이태리에서 귀국해서 전화를 드리니
“내,집 짓는다” 무뚝뚝한 한 마디.
그때 천막 성당이던
그리고 강산이 한번 바뀐 지난 2004년 2월,
서울에서의 연주 때문에 미국에서 일시 귀국했을 때 연락드리니
“내,아아들 키운다” 다시 무뚝뚝한 한 마디.
나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천하의 갱상도 싸나이 장신부님이 아이들을 키우신다니..
지금은 신랑이 된,미국인 기타리스트 약혼자도 인사시킬 겸 당장 대구로 내려갔다.
2월이라 날씨가 무척 추웠는데 마을에 들어서니 아이들의 열기로 추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스무명쯤 되는 아이들이 모두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있었는데
이리저리 씽씽 달리는 녀석,
엉거주춤 발도 못 떼는 녀석에,
넘어져서 우는 녀석들로 마당이 시끌벅적했다.
잘 가꾸어진 정원들과 양쪽으로 정갈하게 지어진 양옥집
그리고 유치원 건물이 보이고
아이들만 많을거라는 내 상상과는 달리 어른들도 여러분 계셨다.
신부님이 계시는 원장실에 들어가니 장신부님은 십년전 밀라노에서의 모습 그대로이신데
이젠 무뚝뚝함은 전혀없고 사탕을 미끼로
아이들에게 뽀뽀를 받아내는 기술까지 터득한 전형적인 아빠가 되어있었다.
신부님께로부터 SOS어린이 마을의 취지와
아이들을 보살펴주시는 어머니들과 직원 여러분
그리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노래봉사”를 하겠다고 나도 모르게 청하게 되었고
신부님도 흔쾌히 승락하셔서 그날 오후에
어린이마을 유치원 강당에서 아주 간단한 음악회를 열었다.
기타리스트 신랑이 있으니 반주도 문제없었다.
아이들이 급하게 색종이로 오려붙인 무대에 올라서니
아이들이 올망졸망 마룻바닥에서 앉아서 미국인 신랑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신기해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들이 어찌나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드는가 싶었는데
막상 아이들을 앞에 두고 노래를 시작하자 내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작은 창 하나가
갑자기 세상을 향해서 활짝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달라보였다.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천진난만한 아이들
그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평생 독신으로 사시는 어머니들
아이들이 기 죽을까 쌈짓돈 풀어서 인라인 스케이트 사주신 신부님…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나,...
너무나 죄송했다.
그 날 신부님께 다시 한국에 나오면 아이들에게 노래봉사를 하겠다고 약속드렸는데,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그 약속을 지킬수가 있었다.
다시 찾아간 어린이 마을은 여전히 활기 넘치고
지난번엔 스쳐보았던 집들에 달린 나무 문패의 어머니들 이름도 이젠 눈에 쏙쏙 들어왔다.
올해는 마당의 잔디밭에 무대를 꾸며주셔서 정식 컨써트 형식으로 감사음악회를 열었는데
드레스 입은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아이들은 연신 내 치마속으로 기어들어오고
진하게 무대화장을 한 내 얼굴을 신기한 듯 쓰다듬었다.
호칭도...
언니
이모
아줌마
선생님..이젠 훌쩍들 컸는데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마을어린이들이 준비한 사물놀이와
UDT 밴드(우당탕 밴드란다, 하하하)의 합동무대였는데
그 어느 무대에서 노래할때보다 더욱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음악회였다.
음악회가 끝나자 신부님 이하 직원여러분들이 모두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는데
정말 고마운 건 바로 나였다.
유럽의 여러 성지를 둘러보았지만
SOS마을에서 얻은 깨달음은 없었다.
그곳 어머님들이 바로 살아계신 성모님이고
모든 아이들이 천사들이며
자원봉사자 한분 한분이 모두 예수님인 곳에서
내 조그만 재능을 나눌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SOS 의 뜻은 Save Our Souls 의 약자라고 한다.
이 아이들이 세상의 SOS,
소금(Salt),
산소(Oxygen) 같은
귀중한(Significant) 존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많은 분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기대해본다.
아양교 지나서 동촌 구길에는 살아있는 천사들이 모여사는 성지가 있습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SOS 를 기억하며...
서연준 글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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