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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시츄에이션

* 맞선이후* 퍼 담은글^^*

                                     2001년 9월 9일       ( 밀라노한인천주교회   게시판에 올랐던글) 

 

.....이천일년 사월 십오일.....

 

새벽 여섯시...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있다.

목욕바구니를 챙겨들고 딸딸이 쓰레빠를 끌고 집을 나섰다.

아차!  맛사지크림을 빠트렸다.

맛사지크림을 마치 자신의 자식이라도 되는양 품에 꼭 품고 목욕탕을 향했다.

 

아직 이른시간인지라 사람들이 별로 없다.

기쁜마음으로 뜨거운 물에 퐁당..

"아씨 뜨거워..."

뜨거운 물이 넘치자 옆에있던 아가씨가 날 째려본다.

 

췌...남자친구만 생겨봐라 살 쭉쭉빼서 너보다 더 멋진 몸매로 나타날꺼얏 !!!!

이때 뤼태리 타올로 때를 빡빡밀었다.

 

간만에 하는 때목욕인지라 때가 겁도 안나게 나온다.

"아씨 디러"

옆에 있는 아줌마가 같이 등을밀잔다.

그 아줌마 등짝이 장난이아니다.

 

때를 밀고 났더니 배가 고프다.

음료수를 먹을까하다 우유를 사먹었다.

뽀송뽀송한 피부를 위해 얼굴에도 몇방울 튀겨주었다.

잠시후에 뽀숑해질  나의 피부가 기대된다.

 

가비여운 발걸음으로 목욕탕을 나섰따.

나 때문에 하수구가 막히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며칠전 맞선을 위해 거금 사십만원을 주고 장만한 옷을 꺼냈다

"아! 눈부셔라!"

여태 사다놓고 모셔두기만했던  메이컵세트도 꺼냈다.

 

동생이 일어났다.

"모해? 벌써 맞선 준비하는고얏?"

아씨 부끄럽다.

발로찼다..."디비 자...신경꺼.."

"어련하시겠어?"

동생이 나를 비웃는다.

그래...너도 내 나이 돼봐라..

 

분장을 마쳤다.

"아! 나에게도 이런 화려한 외모가 있었다니?"

 

미용실로 달려갔다.

 

후까시 이빠이 넣어서 머리를 봉실봉실하게 만들어 달랬더니 미용사가 웃는다.

"그래! 양껏 비웃어라 낭중에 멋진 남자친구 옆에끼고 올테니 그때도 비웃나 보자"

 

머리가 썩 마음에 드는 편은 아니지만 나의 미모에 누를 끼치지 않을 만큼은

된것같아 오천원에 팁 천원까지 얹어주고왔따.

 

그녀가 나를 향해 쌩끗웃는다.

'돈맛은 알아가지고...'

 

열한시..

맞선까지는 아직 세시간이나 남았다.

아씨 뭘하지?

 

배가 고프다.

밥을 먹으면 옷이 맞지 않을것 같아 어젯밤부터 굶었건만...

눈치없는 뱃속은 계속 꿀꿀댄다.

 

고픈배를 삶은 감자 하나로 달랬다.

'아씨 씨에푸도 아니고 이게모냐?'

 

스르륵..

"아~~악" 깜빡 잠이 들었다.

 

두시가 다 되어간다.

거울을 보니 입술이 뻘건 머리가 산발인 이상한애가 눈앞에 서있다.

'어케 된일이쥐?'

 

클났다.

머리는 대충 매만졌다.

기름이 둥둥 뜬 얼굴...

애써 기름 종이로 빡빡 문질렀다.

파우더를 듬뿍 쳐발라 주었다.

이 씨... 완죤 사창가 여인네같네...

 

그러나...나의 퍼펙트한 외모가 있지 않는가?..

 

후닥닥 뛰어나갔다.

그가 기다리고 있다.

 

수줍은냥 자리에 앉았다.

뱃살이 겹친다.

아무래도 감자를 먹고 잔 탓이리라...

 

남자가 나를 보며 웃는다.

내가 맘에 드나보다.

자릴 옮기잔다.

일어나자고 하더니 일어나지 않는다.

계속 주춤거리며 그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아뿔사.....그의 앉은키와 일어선 키는 막상막하였던 것이다.

 

나보다 5센티 가량 클뿐..

아무래도 엄마 찌찌를 제때에 못먹었나보다.

 

사람들이 다들 우리만 보는것 같다.

"아씨..쩍팔려...."

그와 있는게 부끄럽다.

 

그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의 눈빛이 참 따스함을 느꼈다.

그의 부드러운 눈빛과 매너에 점점 뻐져드는것 같다.

 

이젠 그의 키 때문에 부끄럽지 않다.

아무래도 그가 좋아질것 같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음에 또 만나요...

 

그가 나의 연락처를 묻는다.

연락처를 적는 나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린다.

그가 춥냐고 물었다.

원래 추위를 잘 탄다고 쌩깠다.

 

그가 옷을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 한다.

그리고 몸이 너무 허약하다고 한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나를..

나에게...약하다고 하니..

그가 정말 좋아질것 같다.

 

집에 도착했다.

엄마가 이것 저것 꼬치꼬치 묻는다.

상대방이 나를 무척 맘에들어 한다고 한다.

수줍은듯 "몰라"외치며 방으로 뛰쳐들어갔다.

 

거울 앞에 앉았다.

뜨~아..

스테이크 쏘스가 옷에 묻어있다.

"아씨 쩍팔려..."

그가 날 얼마나 칠칠치 못한 여자로 봤을까?

그럼에도 나를 맘에 들어했다면...

분명 그는 나에 천생 연분임에 틀림이 없다.

 

아!! 행복하다...

양껏 행복하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음주 둘이서 놀러가잔다...

야 호...

수줍은듯 "특별한 일 없으면 그렇게 할께요" 라고 얘기했다.

사실 몇년동안 주말에 특별한 일이라곤 친구들 결혼식밖에 없었다.

 

아!!!! 기쁘다.

나에게도 애인이 생겼다.

아!!! 전도연 김혜수도 부럽지가 않다.

 

벌써 담 주가 기대된다.

 

킬킬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