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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시츄에이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있다

2006년 11월 8일

 

갑자기 날이 추워졌어요.

오늘 같은 날이면... 내 어렸을적 따스한 아랫목 이불 밑에서

달착지근 뽀얗게 분이나는 군고구마를 까 먹던

호랑이 담배피던  그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사랑하는 여러분 !!! 그동안 안녕 하셨어요?

수다 아줌니 소피아가 오랫동안 뜸하였죠?

두번 말하자면 ...인사가 너무 늦어서 죄송하단 말씀이 되겠군요^^*

 

네...

추위가 한발 성큼 다가와서 혼자 있는 거실이 더욱 냉냉함을 느끼게 합니다.

혼자라는 외로움은...

마음속의 온기 마져 빼앗아 가는듯 심장이 자꾸만 오그라드는것 같습니다.

 

오늘은 모처럼...우리 준원이와 유나랑 화상체팅을 하며

며칠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 하느라고 시간 좀 허비 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 하는 손주녀석들과 만날때는 ...

나도 몰래 얼굴은 함박꽃 처럼 피어나고

몸속에서는 아지랑이 처럼 따뜻함이 묻어나오는걸 느낀답니다.

 

며칠만에 보는 우리 손주 준원이는 얼굴이 대략... 갸름해 졌는게 ..

그동안 준원이의 통통한 턱밑에  덧부치기로  매달려 있던 또하나의 턱이

어디론지 사라지고 나니 어쩌면 그렇게도 핸썸한지...

나는 내 손주 아닌줄로 알았다니깐요.

 

새침떼기 우리 공주님 유나는...

바이러스성  급성장염에 걸려서 병원 신세를 졌다더니만 얼굴이 조막만해져서

모처럼 할머니  얼굴를 보고는 홀짝 홀짝 눈물을 흘리는게 얼마나 가엾던지요

 

샘바리 유나는 어쨌던지 공주님 이란 칭호를 해 줘야 샐샐 웃습니다.

요즘은.. 미국 친구들과도 조금씩  이야기를 한다니 도대체 어떤 말을 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모처럼 할머니랑 대화를 하자니 아이들은 그동안 필요한 목록을 외워 뒀다가

할머니한테 부탁합니다.

 

진게타 광펜인  초등학교 5학년이 었던 우리 준원이는

미국에 가자  마자 중학생이 되었지만 항상 요구하는것을 보면

건담 � 에서

무슨 무슨  toy  그런 종류 아니면 코믹 xxx  만화책  등등

(애비야..이 멜보고 준원이 야단치지 마라 딱 한번 부탁했어 알았지?)

 

우리 유나는  일학년 넉달 다니다 갔으니

한글 잊어 먹을까봐 재미있는 만화책

할머니가 보고 대강 재목이 그럴듯하면 사서 보냅니다.

 

요즘은 한국도 미국을 따라 잡을려고 그러는지 책 내용 못보게

비닐로 꽁꽁 싸매어 놓았으니   제목밖엔 볼수가 없더라구요

그렇게  사 보낸 책도 재미 있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오늘은....아이들이 좋아하는 육포를 만들려다

갑자기 어제 본 신문 기사가 생각 났지뭐예요

미국산 고기에 항생제가 엄청많이 들어있어서 병이 났을때

고단위 항생제도 들어 먹지 않는다...그런 말 이었어요.

 

사실은 우리 아이들이 내가 만든 육포를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는데 ...

그만 육포는 고사하고..그럼 어포로 해봐?

 그래서 어제 벌써 쥐포 3kg을 사다 놨는데...

 

오늘 우리 손자녀석 얼굴을 보니  3kg으론 택도 없어 보이더란 말이지요.

한자리에 앉아서 1kg은 너끈히 해 치울  준원이의 실력을 아는지라....

제 머리속은  광 울트라 나노  쎈서가 마구마구 휘졌고 지나가는 겁니다.

 

그냥 이때다 하고 모른체 해버려?

그럼 한 2-3.파운드 쯤은 더 뺄수 있을텐데???????

 

아니지?????

애가  입에 맞는걸 못먹어서 그 은진미륵 부처님 같던 두볼이 홀쭉해져 가지고  ㅉㅉㅉ

다이어트 하다가 사람 잡는다던데...

그냥 생긴대로 살아야지 어린애가 무슨 다이어트야???

 

내 머리속은 모처럼 갸름해진 준원이의 해맑은 얼굴을 그리면서도

내 발은 내 의사를 무시하고 자꾸만 버스정류장으로 내 딛고 있지 뭐예요?

 

좋아...처음 오는 차가 0212,또는 2233이면 시장을 갈꺼고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자.

맘을 먹는 순간 ..눈치없는 0212 버스는

내 앞에 턱 하니 서더니  어서 올라 타시라고 손짓하며 부르네...

 

에구..이게 다 하늘의 뜻이여  하며!!!

나는 중부시장으로 목표를 정하자  0212에 성큼 올라탔네요

동대문에서 내려  지하도를 건너서 밀리오레 앞에서

을지로행 261번을 타고...무사히 중부시장 도착

 

또 다시 쥐포구이 3kg을 사가지고...

(에구 내가 전생에 쥐포랑 무슨 원수 진것도 아니건만 참 나!!)

무사히 돌아 왔으면야 ..

내가 왜 이렇게 할일없이 컴퓨터에 쭈구리고 앉아서

사설을 늘어 놓고 작업을 하겠습니까요?

 

네...오늘 소피아 큰일 저지를뻔 했다 아입니까?

왜냐구요?  그게 다 몸에 밴 자린고비 찜쪄먹을 소피아의 내핍,절약 생활 때문이죠

 

 

내가 왜 금호동에도 하고많은 건어물집 두고 중부시장 가겠어요?

조금이라도 싸게 좋은 물건 사려는거 아입니까?

(급하니께네 갱상도 말이 지절로 튀어 나오는구마요  헤.헤.헤.)

 

사실은 기다리는 버스도 잘 안오고...

날은 춥고..쥐포는 시간을 초월해서 자꾸만 무게가 더 느껴지고..우짤꼬???

그만 택시를 타 버려?

기냥..택시를 탓으면야 무신 일이 벌어 졌겠어요?

 

내 머리속에서는...

빈차라는 불을켠 택시가 지나갈때 마다 자꾸만 타라! 타라! 타라! 외치지만..

제가 누굽니까?  장 소피아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널름 택시에 올라타면???

내가 말라꼬 여기 까지 이고생 하고 왔는데??

우짜던지 교통비라도 애껴야 도매시장 온 기분 만땅 느낀다니깐요.

 

그래 다시 2백 몇번인가를 타고 을지로 6가 하차..

길건너서 동대문 밀리오레앞까지 걸어가서 다시 탄거시....

또다시 0212 였더라 ...

 

오늘 따라...중부시장에 가려고 나선게 아니라..

아기를 가진 둘째새아기가  오징어 젓깔 먹고싶다 그래서...

사실은 바깥사돈 어른이 더 좋아 하신다기에..

아야진의 인천갈매기집에다 오징어 젓깔 5통 부탁하고 온라인으로

돈부치러 나갔다가 그만  이 사단이 벌어 졌으니 원 참 나!....

 

하긴 저도 몰라요

제 발이 가는 대로 따라 가다보니께네 중부시장 이었다니께요

그래 그 0212 을 떡~~하니 타고  금호동으로 오는 도중에...

그만 사고가 발생했지 않습니까? 

 

네...이 소피아는 한가지 고질병이 있어서요

절대로 약으로 못고치는 병이라  제 남편 요한씨가 아무리 빼어난 명의라고 하더라도

 마누라 병만은 고치지 못한답니다.

 

네...그게 뭔고하니???

네...제가..그만  닭...소리만 들으면 사족을 못쓰는 고약한 병이 있어요.

지금껏 비밀에 붙여 왔지만서두요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미는 제 병을요...

 

 

그러고  길 가다가도 ..누가 치킨! 말만하면...금방 숨 넘어 갑니다.

죽을병이 나도 금방 튀겨 바삭 바삭한 닭다리 한쪽이면..

언제 아팟냐고 물을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고 맙니당^^

 

오죽 하면 우리딸 연준이 밀라노서 유학할때 ..이놈의 나라 망할놈의 나라

 켄터키 치킨없는나라  그런 노래꺼정 했다 아입니까요?

연주니 엄마가 그리도 좋아하는 켄터키치킨 ...

이태리 땅에는 눈 씻고 찾아봐야 말짱 도루묵입니다.

 

아이고 .. 아까 맹끼로 0212 를타고 금호동 로타리가 가까워 오자

로타리 전철역옆의 치킨집 ..꿀뚝같이 생각나지만 ...

초인적인 힘으로 오늘만은 참자!!!를 머릿속으로 줄기차게 외치고 있었는데...

아뿔싸!!!이번 역시  제  발이란 놈이  ...

나도 몰래 성큼  로타리에 내려서는 우를  범하고야 말았으니...

 

제가...전생에 닭이란 놈 하고 무신 원수가 졌다고 이렇게 닭만 보면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니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예요.

 

이런걸 보고 아마도 미스테리라고 한다 안캅니까?

제가  띠로 말한다 카더라도 닭띠 아입니까 참 나 

같은 띠 끼리 친구해야 할 판에 보기만 하면 잡아먹으려고 하니 참.. 

왜 나는 닭이라면 사족을 못쓰진지 원!!

 

네... 어쨌던..소피아는 단거리 선수처럼 잽싸게 치킨집으로

꼴~~~~인!!!!!

 

드뎌  검지 손가락으로 1마리 를 주문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지갑을 꺼내 려는 순간...

 

아뿔싸!!!

아니? 아니?내 지갑 어딧어?????

오마  오마  오마~~~

오잉~~내 지갑 ... 아니 쓰리 맞았잖어?

나는 치킨집에서 담아주는  통닭 봉투를 팽게친체

빨간불이 켜져서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를  미친듯이 파출소로 한달음에  파바박...

 

시계는 오후 5시... 

어두 컴컴한 파출소 안에 착하게 생긴 경찰관 아저씨가 우째 왔냐고??

나 원 참!!

사람 숨넘어갈 판에 말은 얼마나 느려 터졌는지 속에서 열불이 파박 나오지만 ..

소피아 초인적인 힘으로 참았습니데이...^^

 

버스에서 소매치기 당했다면 물건너 갔다고 모른채 할까봐서리...

일케 일케 해서리...초록색 지갑을 이렇게  요기다가 넣었는데 그만...

운전석 뒤쪽에서 네번짼가? 아님 다섯번째 의자에다 떨군것 같으니..

빨랑  버스 붙잡아서 내 지갑 찾아 달라고 하면서리...

내 손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삼신 할미처럼 비벼대고 있지 않습니까?

 

아저씨가 비상호출로 뭐시 뭐시...계속 하면서 

저 보고 딱 하다고  우째 지갑을 그렇게

흘리고 다니면서  이렇게  나를 괴롭히냐는 듯이 쳐다보며

끌.끌.끌...

 

나는 또다시  크래딧카드 생각에  머리에서 번갯불이 번쩍*****

에고 일단은 못찾는데 확률이 99%라고 보고 분실 신고 해야 하는데..

이눔의 국민은행  분실신고 ARS지 뭔지가 아주 사람을 잡습니다.

 

이걸 누르라 저걸 누르라..

사람은 마음이 바빠서 죽을 지경인데

다이알 터치가 제대로 된다고 보십니까 여러분들?들?들?

 

핸드폰 팽게치지 않은게 다행이지 옆에 은행직원 있었으면 대갈통 터지는 

큰 사고 날뻔 했다 그깁니더.

(소피아가 급 하면 약간 무식이 노출 되는 편입니다.)

 

방방 뛰길 10여분....

네...참 일각이 여 삼추 라더니만...

한시간 더 된것 같았어요

느려터진 경찰관 아저씨를 몰래  몰래 꼬나 보면서 

일 제대로 못한다고 속으로. 쭝얼 쭝얼..

 

그러자 갑자기...무전기가 뛰뛰빵빵 울리더니만..

세상에  0212 붙잡아 세우고  내 초록색 지갑 ...

찾았다고  쨘쨘쨘!!!!!

 

참말로...세상에...

어째  이런 천사같은 경찰관 아저씨가 다 있나?

 

갑자기  경찰관 아저씨 너무 너무 믿음직한 미남으로 보였습니당^^

아주 아주 VERY VERY 에다가  GOOD 입니당^^

그리고 그때서야 생각이 났어요 제가 쥐포 사가지고 왔다는거...

하이고 고맙습니당...지갑이 도착할때 까지 심심 하실테니까 ..

이거 ...쥐포 좀 드셔 보셔용용용... 콧소리와 함께 미소 100단...

 

아이구 됐습니다.

우리도 이제 지갑 갖고오면 퇴근 해야 하는데...

안주셔도 됩니다

아니 ..아니예용 이것 디게 맛있으니까 쫌 들어 보시라니께용 해해해.

 

그리하야..장장 이십여분을 기다린 끝에 백차 한대가 쓰윽 도착 하더니만

초록색 지갑을 턱 건네 주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안에 없어지것 있나 보라고.....

마침 남학생이 깔고 앉았는걸 일으켜 세우고 찾았다고...

 

너무나 고마운 나머지 경찰관 아저씨에게 커피라도 사 드시라고 

사례금 조금을 드렸더니 세번다 거절 당했습니다

(이것도 다 삼고초려 라고 네....지가  책에서 배운대로 삼세번은 했습니다)

언제 파출소앞 지나가실때 쥬스라도 한박스 사다 주시면 감사히 먹겠다는... 

 

 정직하고 친절하신 경찰관 김정훈 아저씨  감사합니다

제가 내일 로타리 파출소에 커피 한박스 사들고 가겠습니당^^*

 

네...우리나라 좋은나라 대한민국 만세 입니다.

저는 진짜 소매치기 당한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주머니가 얕아서 빠진걸 모르고서리...

그래서 ...

어쨌던 치킨은 담아놨으니 가져 와야 하지 않습니까?

근데...

그 좋아했던 치킨 두쪽 먹으니까 그만 코에서 닭 비린내가 ...

네... 제가 놀라긴 놀랐나봐요.

 

저녁을 먹고...다시 찾은 지갑을 열어 봤습니다.

내용물을 쏟아놓고 보니 ...현금 십만삼천삼백원

한달전에 새로찾은 주민등록증 크레딧카드 4장

그리고 우리딸 연준이 사진한장  그리고 준원이 유나 사진 한장씩

행운을 불러온다는 2$짜리 달라 1장

여고 동창생 주소록..

 

그리고 도원문고 구매 적립카드 ...그런게 들어 있었어요

(네...준원이 할머니는 독서광 입니당*^^*)

 

네...참으로 웃기는 헤프닝 아니겠어요?

 

그래도 지갑을 찾았으니 지금 이렇게 헤헤 하하 하면서  컴퓨터로 수다도 떨지

아니면 아마 이번 주일미사..

더 나아가서는 명동성당 교구 합창제도 못나갔을게 뻔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미국으로 떠나고..

지금껏 아픈 마음을 달래느라 컴퓨터와 담을 쌓고 있던 내게...

이렇게 뜻밖의 애피소드로 여러분들께 소식을 전하게 된것이..

다 하느님께서 예정하신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네...사랑하는 여러분...

그리고 제가 마지막으로 한일이 뭣인지 아십니까?

모르신다구요?

 

네...

제가 이래 봐도 끈기 하나는 끝내 줍니다.

 

아까 ..파출소에서 국민은행에 전화하다 실패 했잖아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고로 성공할때 꺼정 분투노력 해 보자!!!

네...설거지를 끝내고 차분히 앉아서 전화를 시작했습니다.

 

정확하게 8시였어요

이번에는 국민은행  콜쎈터 1588-9999

 

네 ...띠리리리링... 신호음이 들리고

다음은 음성 메세지대로 따라 하기 입니다

뭐는 몇번 뭐는 몇번....

네...따라 했습니다.

 

이번에는 차분하게..실수도 없고 덩벙대지도 않고

그러니 오타도 없었죠.

 

네...드뎌 어느 순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습니다.

소요시간 정확하게 4분...

네..4분이면... 급한  마음일때는 40분 처럼 생각 되더라구요.

상담원 아가씨와 여차 저차 해서  이러구 저러구 부라부라 부라....

 

네 ..이실직고 했더니만  아가씨 죄송하다고 그럽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더 죄송 하다고 ..

몇분에 통화가 가능해서 분실신고가 되는지 지금 시험해 보고 있다고 

미안 하다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네...이러고 보니 벌써 8시 20분  열아홉순정을  보고 나서 이렇게 ...

모처럼 잊어먹었던 지갑 찾았다고 ...

콧노래꺼정 불러가며 사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메신져에서 딸이  제아무리 불러도

 이 편지를 끝짱낼때 까진 모른체 하깁니다.

 

네...여러분

밖이 많이 추워 졌어요

내일은 더 추워 진다니 따뜻하게 옷도 껴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셔요

그리고 이 메일을 빌어...

내가 며칠전에 카푸치노 배달시켰는데 받았다는 답신이 없는걸로 봐서

물에 한번 빠졌던 내 휴대폰이 중간에서 떼어 먹었나? 참 궁금증이 생기네요 ^^

 

여러분..늘 건강하시고

또 늘 행복 하시고 늘 좋은일만 가득하소서.

 

금호동에서 수다아줌니 소피아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