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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I love beautiful angels

망태할아버지와 벼락방망이 유나

                                                                                            2003  1,  24.

나는 올해 아홉살이 되는 첫손주 준원이와  다섯살이 되는 손녀 딸 유나랑 ..
말하자면 삼대가 한집에 살고있는 셈이다.
우리 남편은 한의사이고 아들은 일본이나 미국을 오가며 컴퓨터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하나뿐인 큰며느리는  한때  메이크엎  아티스트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애들이 한참 엄마손을 타는 나이라 지금은 집에서 전업주부로  살림을 배우고 있다
어쨌던 우리 가족은 전업이 놀고 먹고 나돌아 다니는 것으로 되어있는 나를 포함해서
여섯식구가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티격태격 다투기도 하면서
내 남편의 말 대로라면...
삼대가 한통속이 되어 야금 야금 남편and 할아버지 등골 빼 먹는 재미로 살고있다나?
하긴...남들이사 뭐라고 하건말건..
우리식구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3대가 한집에서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이 어찌 다행한일이 아니랴?


우리가족중..
둘째 아들은 일찌감치 부모곁을 떠나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직장을 다니고 있고 
성악전공인 막내딸 또한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성악의 본고장 이태리 밀라노의 베르디를 졸업하고
다시  미국 메네스 음대에서 전문연주자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데
외국 생활에 지치고 힘들땐 조카들의 재롱떠는 소리에 마음이 행복해 진다며 
자주 전화하는데 되도록이면 모든 식구가 깨어있을 저녁 시간대를 염두에 두고

두 아이들은 전화를 걸어준다

 

어려서 부터 국제전화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은 밤9시 이후 걸려 오는 모든 전화는  
무조건  삼촌이나  고모전화 라는걸 알고 전화가 걸려 올때 마다
내가.. 내가.. 내가..를 외쳐가며
두 아이가 서로 먼저 받겠다고 아우성을 쳐 대는건 두말할 나위도 없으려니와
팔짝 팔짝 뛰며 고래 고래 소리 지르고 나딩굴지를 않나 완전 난리 굿을 해댄다

때 마침 걸려온 전화가 삼촌이나 고모 일 때는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유치원에서 배운노래랑 산토끼 무용에 이르기 까지

전화기를 엎어놓고 해 보이는거다


전화기 저쪽에선 고모의 숨 넘어가는 애절한 소리
준원아 ..유나야  어디갔어 말좀해봐  하고 통사정을 해도 막무가내
그눔의 율동이 끝이나야 수화기를 든다

철없고 순진한 준원이 마져도  제 고모가 전화 하면  어떨땐 애국가 사절 까지 
그것도 가사틀리면 다시 하고 .... 그런 지경이니 말해서 무엇하리?
근데~~~로 시작해서 끝이 없는 사설은 일분에 몇백원인지 돈가치를 모르는 애들은
서로 자기 이야기 들어 달라고 진땀을 빼게 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작은것은  얼마나 영악 스럽고  기가 센지 제 오빠가 가진거라면 뭐든지 뺏고만다.
먹는것 입는것  공부하는 학습지   학용품 에다  책가방  교복 까지 ...
하다못해 제 오빠  꺼라면  팬티까지 제 옷속에 몰래 몰래 껴 입는다
애미가 유나를 데리고 어디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이쁜 원피스 밑으로 제 오빠 커다란 삼각팬티를 몇개씩 포개어 훔쳐 입곤
벗으라면 울고불고 발버둥을 쳐댄다


그래도 한가지 무서워 하는게 있다면
제 애비  방문여는 소리랑 내가 더러 써 먹는 망태 할아버지란 말엔 오금을 못편다
그 얼마나 다행인가
그게 아니면 아무도 유나의 생 떼를 막아낼 자가 없으니...


유나는 제 애비가 귀국해서 한집에 생활하는걸 그렇게  싫어할수가 없다
저녁만 되면 아예 베게를 가지고 내방으로 와서 나랑 같이 자는거다
보통때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지만
애비만 보면 오늘만 할머니랑 자 준다고 헛 인심을 써재키면서 큰소리를 탕탕 쳐댄다.
전에는 준원이랑 함께 잤는데 준원이도 제 애미와 한 6개월 가량 떨어져서

 미국 삼촌 집에서 지내다가 온후론 다 큰놈이 제 애미 옆자리에 떡 하니 누워서
애비가 어디서 자야 할지  눈치를 보게 만든다


그래도 손주놈은 어찌나 착한지 지금에사 일학년이 되니까
망태 할아버지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걸 알지만 순진하기는 매 일반이다
할머니 컴퓨터도 유나는 언제나 제꺼라고 벅벅 우겨댄다
그래서 우리 준원이는 컴퓨터 한번 하는것도 지 동생이 허락하지 않으면 못하는걸로 알고
애간장을 태우며 동생한테 한번만 오빠가 해보자며 졸르다가 제풀에 못이겨서

 눈물 흘릴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왜 엄마는 유나같은 동생을 낳아서 자기 속상하게 하느냐고 맨날 할머니인 내게 부탁한다

제발  유나를 어디가서 좀 팔아버리라고...


그럴때 마다 나는 저렇게 고집세고 말 안듣는 애를 팔았다가
 이쁜인줄 알고 샀는데 미운이에다  고집탱이라고  도로 물려 달라고

  경찰서에다가 신고 하면 어쩌냐는 내말에
준원이는 난감해 하며 할아버지 한테 부탁 해서

 말잘듣는 약을 좀 먹이면 어떻냐고  울상을 하면서 부탁에 애원이다


오죽 하면 제 고모가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 보고낮선 사람 따라 가면  큰 일 난다고 조심시카라고 하면서도
하긴 유나 같으면 만원짜리 한가방 들려 보내면 애는 안델고 가고 돈만 가져 갈꺼라고...

 

그러 중2002년 12월
한겨울에 집을 대폭수리를 하게되는  특별한 일이 생겨 버렸다
그 참에 15년을 거실 한쪽에 자리잡고 있던 벽난로를 헐어내고 마루를 다시 까는

대공사 였는데  옥상까지 연결된 굴뚝을 헐어내니 천정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채

공사 마무리 까지 막지를 못했다

한겨울이라 굴뚝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소리가 회오리를 일으켜

 음산한 소리를 내는 일이 많았다

 

어느날 부터 유나는 "시컴천정"속에  "무숨소리"  (무슨소리) 난다고 그게 뭐냐고???
때는 이때다 싶어 유나에게 겁을 줬다
"저기 시컴천정 안에 있지? 망태영감이 살고 있어
두눈이 시뻘겋고 이빨이 삐죽 삐죽하고...
또  손톱이 이따만하게 길어 가지고...
아이고 무서바라...그 긴 손톱 으로다가  스윽....하면 얼굴에 피가 마구 철철철 나는게....
아이구 무서워서 말도 몬하겠다 엄마야!!!"

그랬더니 유나가 기절초풍 혼비백산 할머니 가슴속에 파묻히는 거 였다

"유나야...너 이제 오빠랑 싸우지마 그랬다간 망태 할아버지가 그 긴 손톱으로 스윽..."
"아냐 안싸울꼬야 "
"망태 실러 망태 나빠..."

그러던중 기회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느라고...
안면 홍조증으로 오래동안 고생하던 내가 레이져 수술을 받은것이
공교롭게도 거의 두어달 동안 피멍이 든 얼굴이 함지박만 하게 부어 올라서

가라 앉지를 않는거였다

유나는 무참하게 변해버린 할머니 얼굴이 애닯아서 매일 얼굴에다

호!호!입김을 불어대고 야단이다
"함머니 이거 얼굴 누가 그랬어?"
"이거? 누구긴 누구야 망태영감이 그랬지 누구겠어?"
"함머니 근데...망태할아버지가 왜 함머니 얼굴 스윽한거야?"
"아니 그런걸 몰라서 물어?
어제 너 오빠 컴퓨터 못하게 훼방놓고 오빠 속상하게 해서 울리고

또 말썽 있는대로 부리고 했잔아?
그래서 어제밤에 망태 영감이 내려와서는 이 함머니 한테 그랬어

 너는왜 아이들 교육을 그따구로 시켰나? 한번 맛좀 볼래?그러면서

 이렇게 할머니 얼굴을 피가 철철 나게 만들은거야
그러니 너 또 오빠랑 싸우고 그럴꺼야 안그럴꺼야 어쩔꺼야?"


"안 말썽 부리고 안싸우고 안훼방 놓을꼬야"
"정말이지?

한번만 더 그랬단 봐라 ..망태 영감이 오늘 밤에 또 몰래 내려 와 가지고 설랑
이번에는 ..유나 얼굴을 이렇게 만들면 좋아 안좋아 엉?"
"안좋아"
"그러니까 어때 말을 잘들어야지"
"내가 아까 그랬잔아 안말썽부린다고..함머닌 벌써 잊어 먹었써?"
"아...참!!
"마자 마자 유나가 안 훼방 놓는다고 했었는데 그만 함머니가 깜빡하고서...."


"망태 할아버지!!!우리 유나가 착한 사람 되었으니까 제발 내려 오지말고 딴집에 가세요!!!"
"저기...쌀집에도 애들이 마구 싸운다니까 그집으로 가세요"


그러자 우리 유나도 목소리를 높여 합세한다


"망태 나빠 .망태미여 .우리 함머니 쓰윽 할키고 나빳어"그런다
유나가 망태..라는 소리만 들어도 부들 부들 떠는걸 보고

우리 식구들은 옳다 됐다 하면서
유나가 투정부릴 기미만 보여도 망태할아버지를 목청껏 불러제키며 있는대로 겁을 줬었다.

 

어쨌떤 ..뚫어진 천정 때문에 한동안은 유나가 착한이 표가 된거다
마루에 돌아 다닐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것만 발뒷꿈치를 들고
살금 살금 걸어다니며 왕방울 굴러가는듯한 목소리는 어느덧 소근소근 속삭임으로 바뀌고
에지간한 일에는 나딩굴지 않으니 살것만 같았는데...

 

그런데...

어느날 부터 조금씩 약발이 사라지더니만
쬐끄만 것이 오히려 할머니를 되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제가 가지고 싶은것 하고 싶은것이 있으면

지가 나보다 먼저 망태 할아버지를 찾는것이다
"망태할아버지 우리 할머니 잡아가라..."하면서
어떤날은 밤새도록 이야기 해달라고 잠안자고 떼를 쓰면서
"할머니가 재밋는 이야기 안해주니까 망태할아버지야 울 할머니 잡아가라..."
어떨땐 침대 난간을 툭툭 쳐 가면서 나를 처다보며 겁을 주기도 한다
"함머니 이거 무숨소리 났지? 

이거..할머니 잡아갈려고 망태 할아버지 왔다 ~~~" 이러지를 않나

 

에고...애들 델고 거짓말 하는거 아닌데 이렇게 꼬맹이 손녀딸 한테 되잡히다니???
벼락방망이 우리유나는 아무도 못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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