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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Primadonna Yeonjune-Suh

내가 정신병자 취급을 받다니???

                                                                                                  2006년  4월 8일

 

아..요즘 날씨 정말 종 잡을 수 없네요.

더웠다 추웠다 맑았다 비왔다...엊그젠 눈까지 오구...

전 워낙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아직까지 저희 아파트에는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놓구 있는데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날씨를 종잡을 수 없어서 창 밖을 내다보곤 해요.

근데 미국사람들 옷 입는 걸로는 도저히 짐작이 안 가네요.

아직까지 밍크 코트 입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반팔 티셔츠 입은 총각도 보이고,

바람막이만 될 정도로 얇은 쟈켓 입은 사람도 있고..

이래가지고서야...

 

항상 반팔 안에 입고 그 위에 스웨터 같은거 껴입고

(이래야 실내에 들어갈 경우 더우면 벗을수 있거든요)

그 담에 좀 따뜻한 쟈켓에다 목도리는 필수..날씨가 그다지 춥지 않으면 겉옷은 벗고 목도리로

충분히 보온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오늘 일어난 일은 아니구요...백만년 쯤 전에 일어난 일인데 이제야 쓰네요.

신랑은 월요일날 출근해서 티칭하고->연주 세번하고-> 다시 티칭하고 다음주 목요일날 오구요,

전 돈 많이 벌어오라고 등 두들겨 준 다음에 집에서 딩굴딩굴 하고 있는 중예요.

 

신랑이 미국인이다 보니,가끔씩 문화 차이 때문에 웃지못할 일들이 일어나요.

저는 노래를 하다보니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손도 자주 씻고 양치질도 자주 하는...

저희 엄마 표현으로..일종의 정신병자 입니다 ㅎㅎㅎ.

그래도 걸릴 놈은 걸리더라구요 에구~

그래서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서 청소기를 돌리기 전에는 카펫에 뿌리는 가루도 듬뿍 뿌리고,

설겆이가 끝나면 개수대에 곰팡이 안 생기는 스프레이도 뿌리고,

공기 정화기계도 비싸지만 세균까지 잡아먹는다는 업그레이드 된 걸로 샀을 정도거든요.

 

제가 한참 오페라 준비로 바빠서 정신이 없을 때 얘긴데요,

하루는 제가 저녁때 행주를 빨고나서 노란색 "선학표" 들통에 넣고 삶고 있었어요.

먼젓번 살던 사람이 두고 간 것같은데 덕분에 제가 잘 쓰고 있읍니다.

약한 불로 삶고 있다가 제가 그만 깜빡 잊어먹고 말았겠죠.

신랑이 저보고 이상한 냄새 난다고 하길래 부엌으로 뛰어가보니 이미 물은 다 쫄았고

하얗게 삶으려던 행주가 "선학표" 들통에 눌어붙고 있는 중이였어요.

 

들통 안에서는 뜨거운 김이 무럭 무럭 올라오고,그대로 두면 행주가 누렇게 눌러붙을 것 같아서

튀김요리 할 때 쓰는 기다란 젓가락을 이용해서 행주를 들어냈어요.

근데 신랑이 그 모습을 보고는 이상한 듯이 갸웃하더니

"허니..왜 행주를 쿡 하고 있어?"

 

들통 안의 행주를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고 있는 제 모습이 쿡  Cook 하는 걸로 보였나봅니다.

또,제가 이태리서 부터 커피와 함께 가져온 빨래비누.."Mulino Bianco" 도 떡하니 나와있고,

이태리 빨래비누,정말 세계 최강입니다...땟물이 쏙쏙 빠진답니다.

어쨌거나 신랑 눈에는 제가 행주에다 갖은 양념을 해서 요리 하고 있는것 처럼 보였나봐요.

 

"너네는 빨래 안 삶아?  이래야 더 하얘지고 세균도 다 죽는거야"

앤디는 전혀 모르는 일이랍니다.

어..시어머니 보면 항상 하얀 면양말이 정말 새하얗고,

식탁보에 와인 묻은것도 깨끗하게 처리하길래 미국사람들도 빨래 삶는 줄 알았는데...

 

"너네들 이상하다...빨래를 삶아야 더 깨끗하지"

 

"너네들이 더 이상하다...왜 빨래를 쿡 하냐고~"

 

나 원 참..

"옛날에는 빨래판에다 싹싹 문질러서 빨고,빨래 방망이로 두들겨서 땟물 빼고, 삶아서,

말려서, 풀 먹여서,다듬잇돌에 놓고 다듬이질로 마무리 했다!!"

 

"와...진짜 이상하다..빨래를 막 패고, 쿡하고, 양념하고, 또 패다니..."

 

그러면서 신랑이 앞으로는 빨래를 쿡할때는 꼭 자기가 집에 있을때 하라고 하더라구요.

만약 자기도 집에 없는데,빨래를 삶다가 깜빡 잊어먹어서 화재 경보라도 울리면

소방관들한테 어떻게 설명할거냐구요.

빨래를 쿡했다고...정신병원에 데려갈 거라고 하네요.

 

여름에 한국가면 한국어 학당에 보낼게 아니라 청학동 마을에 보내야 할것 같아요.

청학동에서 옛 문화로 생활하면서 우리 조상님들의 과학적인 삶을 직접 체험하고,

우리가 얼마나 위대한 민족인지 다시금 알게 해주고,

내가 절대로 "빨래를 쿡하는 정신병자" 가 아님을 증명해야죠.

 

앤디야, 네가 "아주마" 라고 부르면서 푹 퍼져있는 나를 비웃지만,

살림은 잘 한다구....

앤디,복 받은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