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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Primadonna Yeonjune-Suh

끼아라가 사는법

                                                                                                                 2005년 7월 9일

아직 장마철인가요?

아침에 한국 뉴스를 가끔 보는데 장마가 끝나면 다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거라 하네요.

뉴욕은 무척 습하고 덥고...짜증이 머리 끝까지 뻗쳐요...그래서 머리가 자꾸 빠지나봐요.

 

저는 지난 3월 중순부터 유아음악 프로그램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Kindermusik 이라고 하는데 독일에서 유래된 프로그램이구요 "Children Music" 이란  뜻이예요.

제가 Kindermusik 이라고 했더니 어떤 분은 "친절한 음악?" 하시더라구요.

영어의 Kind 의 최상급으로 생각하셨나봐요...기재오빠라고 말 안하겠음 ㅎㅎㅎ

그러면서 저같은 성격의 사람이 어찌 "친절한 음악" 을 가르칠 수 있느야고 의아해 하시더라구요.

 

인터넷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 따로 학원에 다녀야 하는 수고는 없었지만,

학급 친구들이 어떻게 공부하는지 모르니까 자극도 좀 덜 받고,

인터넷 공부 그까이꺼~~ 대충 대충~~하면서 쉽게 봤는데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었어요.

제가 동양인으로는 유일한 저희반 학생이었구요,과제물은 앤디의 도움으로 진도를 따라가겠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인터넷 채팅을 해야하는데,여러명이 채팅하다보니 한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는데 저는 남들 쓴거 읽고 저도 한마디 쓸려고하면 벌써 딴 주제로 넘어가 있고..

혼자서 맨날 뒷북치고 있고...제가 하는말이라고는 "녜..그렇군요" 혹은 "동의해요" 정도예요..ㅎㅎ

일주일에 한번씩 퀴즈도 있구요 가끔씩 선생님하고 통화해서 제가 익힌 노래도 불러야하구요..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비지니스 부분이었어요.

아이들 가르치는 기본 교재와 함께 학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한다는 기본 비지니스인데 제게는 너무 생소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죄없는 신랑만 졸라대서 읽고 요약해 달라고 하는건 기본이구요,

시험볼때도 아리송한 문제가 나오면 책 펴놓고 찾아가면서 문제 풀구요..인터넷으로 하는 거라

감독관이 없다는 건 좋더라구요.

그렇게 15주를 보내고 얼마전에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너무 기뻤어요...Kindermusik Educator .... 너무 좋았는데..좋은것도 잠시구요.

이제부터가 진짜 힘든 부분인거 같아요.

 

자격증만 취득했다고 두손 놓고 있으면 학생을 모으기 어렵죠.

일단 학원으로 적당한 장소도 물색해야했고,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도 계산해야 했고..

많이 다니면서 시장조사도 해보고 저희가 얼마나 융자를 받아서 학원을 낼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답이 안 나오더라구요...역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죠.

그런데 너무나 운이 좋게 앤디의 기타 소사이어티 멤버 중 한 사람이 맨하탄에 음악학원을

운영하는데 학원생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저녁무렵 부터 학원이 바빠지고 아침이랑 낮동안에는

비어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앤디랑 킨더뮤직에 관한 자료랑 학원에 이 프로그램을 유치시키면 이로운 점 등등..을 만들어서

학원 원장님이랑 상의를 했어요.

주로 앤디가 얘기를 하고 저는 옆에서 착한 웃음을 계속 보내면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어요.

'당신은 이제 우리에게 호감을 갖고 킨더뮤직을 유치할 것입니다~~수리수리 ~~'

앤디가 비지니스 부분을 너무 착실히 공부해서 저보다 훨씬 더 잘 알아요.

그래서 앤디는 비지니스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저는 킨더뮤직에 관해서 이야기를 했어요.

 

이야기는 잘 되었구요,이번 9월 둘째 주 부터 가르치기로 했어요.

지난주 부터는 킨더뮤직을 알리는 홍보물을 인쇄해서 돌리기 시작했구요..

그거 하다가 죽는줄 알았어요...학원이 위치한 54가 부터 85가 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길에서 만나는 엄마들한테 돌리고,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손자들에게 주라고 쥐어 주구요,

아이들 옷가게,아이스크림집,서점, 장난감 가게,슈퍼마켓,세탁소등..엄마들이 드난들 만한 곳에는 좀 큰 인쇄물을 붙이구요..

많이 걷는것도 힘들었지만 전단지를 돌리는데 외면하는 엄마들 땜에 너무 속상했어요.

저도 돌이켜 생각해보니 길에서 전단지 주면 우습게 알고 차갑게 외면했는데,이젠 꼭꼭 챙겨서

받기로 했어요.

저는 아이들을 한명이라도 더 모아야한다는 욕심에 큰목소리로 학원을 선전하면서 전단지를

돌리는데 앤디는 워낙 목소리도 작지만 좀 창피했는지 입속으로만 중얼중얼하면서 수줍게 내미니까 아무도 앤디가 주는 전단지는 안 받는거예요.

그대신 앤디는 가게에서 주인들하고 협상을 잘해서 전단지를 붙이고,그곳 인쇄물도 받아서

우리 학원에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눈에 띄는 곳에 전단지를 잘 붙이더라구요.

저보고 "너 아주마(아줌마) 같아..." 하더라구요.

제가 너무 억척스런 모습을 보였나봐요 ㅎㅎㅎ 한국 아줌마 정신을 확실히 보여줬죠.

 

앤디는 그날 전단지 2000장 들은 쇼핑백 들고 다니느라고 손바닥에 끈자국이 많이 나고

저녁때는 손이 좀 많이 부어서 힘들어 하더라구요.

미안해,앤디야..그런것도 모르고 목소리 작다고 구박해서...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한 엄마가 문의전화를 했어요.

그런데 결과는 잘 모르겠어요.

나름대로 충실히 설명을 해줬는데,바로 옆에서 아기가 계속 울면서 보채는 거예요.

우는 아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려니 서로 싸우듯이 목소리 높여서 대화를 했는데,

앞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런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겠죠?

 

산 넘어 산이라고 공부라는 산을 넘고 나니 이젠 정말 현실이란 산이 버티고 있네요.

그 다음에는 유난스런 엄마라는 골짜기도 있고, 울고 보채는 어린 토끼들도 있을거구..

학생들을 다 품에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캥거루 같은 선생님이 되어야 할텐데..걱정이네요.

"Kindermusik"  그리고 "Kinder Music" 이 되도록 해야겠어요.

기재오빠한테서 얻은 아이디어예요.

우리 한글 문장도 써넣고 한인타운에 붙일건데,32가 쪽 나가게 되면 연락할께요.

밥이라도 한끼..................사주세용~~~~ 기재오빠!!

 

아휴...전단지를 돌리면서 엄마들한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멋진 문구를 생각해야겠어요.

뉴욕 엄마들은 걸음도 어찌나 빠른지 종이 쥐어주면 릴레이 선수들이 바통 이어받듯이

낚아채서 가버리거든요.

쥐어주면서 딱 한마디로 엄마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마디를 생각하는 중이예요.

여러분도 혹시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장마철이라 많이 덥고 짜증 나시겠지만 ..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안녕히..

 

서연준 드림

 

 

chi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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