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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Primadonna Yeonjune-Suh

너무 늦기 전에

외가쪽 친척 언니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합니다. 언니는 7년이 넘도록 암과 투병하고 있었는데,최근 두달 동안에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어서 가족들이 전국에서 언니의 병상으로 모여들어서 언니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을 함께 했다고 합니다. 지난주에 엄마가 언니를 보고왔는데 그런 얼굴색은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청동색에 구리색에 회색에...모든 색깔을 엉터리로 마구 이겨놓은것 같은 얼굴빛이어서 언니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알았다고 하네요. 형부는 7년동안 언니 병수발을 하느라 마음도 몸도 황폐해져 있었는데,아침 저녁으로 언니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병을 고쳐줄테니까 조금만 참으라고..조금만 참으면 고쳐주겠다고..... 지난주에 언니의 소식을 듣고 엄마한테 부탁해서 언니와 통화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문병시간에 맞추어서 새벽까지 기다렸는데 전화는 오지 않았어요. 그 다음날 엄마가 말하길,이미 폐에 물이 차서 호흡곤란으로 말을 하기 힘들다고 했읍니다. 한다리 건너라고,만약 우리 아버지가 우리 엄마가,조카가 아팠다고 했으면 난 꿇어 엎드려 묵주신공을 드리고 당장에 한국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을 겁니다. 그런데 외사촌 언니라니 마음 한켠이 아프면서도 하느님께 간절히 매달려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리고 어제는 신랑하고 메릴랜드에서 연주가 있었어요. 신랑이 메릴랜드에서 묵는 친구집은 주중에는 비어 있어서 우리가 언제든지 쓸수 있는 곳이긴한데 우리가 "귀신 나오는 집" 이라고 부를 정도로 낡은 3층 목조 건물에 오래된 고가구와 옛날 사진들로 장식이 되어있는 집이예요...신랑은 혼자 있으면 좀 섬뜩할때가 있다고 해요. 집이 너무 오래되어서 에어컨디션도 달 수가 없다고 하는데,후끈한 공기가 밤까지 사그러지질 않아서 저희는 방문을 다 열어놓고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이 들었어요. 새벽에 문득 눈이 뜨였는데 신랑쪽에 검은 물체가 보이는거예요. 그런데 당시에는 별로 무서운 생각도 안들고 그냥 눈이 떠지더라구요. 꼭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저승사자 같이 검은 도포에 높은 관을 쓴 형상이었는데,제가 무섭다고 느낄 틈도 없이 사라졌어요...그리고 우습게도 저는 미국인데 왠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이지?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는 아침이 되어서 신랑한테 말해줄까 하다가 저는 오늘 뉴욕으로 돌아오는데 신랑은 거기에 목요일까지 묵어야하는데 괜한 소리하면 무서워하겠다 싶어서 아무말도 안했어요. 그런데 신랑도 별 말은 안했지만 오늘은 친구집에 가서 하루 잘거라고 하네요. 목요일날 오면 물어봐야겠어요,혹시 신랑도 보았는지..무언가 느끼고는 오늘 밤은 다른데서 자겠다고 하는지.. 그리고 집에와서 보니 엄마가 언니의 소식을 남겨놨네요. 내가 언니 목소리 한번만 더 듣고 싶다고 했는데,언니가 가면서 이곳 미국에까지 와서 나를 만나고 간걸까요? 언니의 부음을 듣고도 슬프지가 않았어요. 슬펐는데,눈물도 안나고,믿겨지지도 않고,형부도 불쌍하고,아이들도 안됐구,너무 많은 생각이 들고... 언니가 끝까지 자기는 살거라고 버티다가 결국은 유언 한마디 못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간것이 너무 화가 나고 언니가 왜 자기의 죽음을 느끼지 못했을까 한심하고,자기 혼자 끝까지 살겠다고 외숙모 고생시키고 형부 고생시키고,아직 어린 애들은 돌볼 처지가 안되니깐 외국으로 유학 보내놓고... 기치료사를 비롯해서 병고치는 집사님,교회 목사님,무당까지 불러가면서 언니는 살아나려고 몸부림 했어요. 언니는 영세까지 받은 천주교 신자인데도 신부님의 기도 뿐만 아니라, 병만 고칠수 있다면 어떤 일도 서슴지않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 눈물이 나요. 이제 언니의 마음을 알것 같아요. 언니는 그저 미안했던 거예요. 너무 미안해서 자기는 꼭 살고 싶었고,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알면서도 자기의 끝을 보이면 가족들이 슬퍼할까봐 악착같은 모습으로 살거라고,살아낼거라고 장담했던 거예요. 그래도 언니..아직 말 할수 있을때 형부한테 고맙다고 한마디 해주지.. 외숙모한테 울지 말라고 한마디 해주지.. 아이들 한번씩 꼭 안아주지... 바보같이 살거라고 큰소리만 치더니....이렇게 떠날거면서.... 내가 진즉 알았다면 내 장기 중 어느 부분이라도 떼어주었을 거예요. 뉴스에서 O 형 혈액이 터무니없이 모자르다고 하는데,저 수혈 할거예요. 그리고 장기기증 해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살아야만 하는 사람들 꼭 살리고 싶어요. 너무 늦기 전에 말이죠.. 그리고 너무 늦기전에,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사랑한다 말해주고,안아주고 싶어요.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마지막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아낌없이 사랑하고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싶어요. 아버지,엄마 너무 사랑하고..내가 부모님의 딸일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내가 지금까지 어려움없이 공부할수 있게 뒷바침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내가 힘들었을때 항상 내곁에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엄마가 딸을 낳았는데,그게 나였던게 아니고,나를 간절히 원해서 나를 낳았다고 했건것 기억해요. 내가 지금 건강하게 생활할수 있는것 감사해요. 저를 위해서 항상 기도해 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해요. 부모님은 물론이구 내 가족들,신부님들,성당 아주머니들,친구들,동료들 모두 감사해요. 언니를 이렇게 보내고 나니 너무 후회가 되요. 지난 주에 언니랑 꼭 통화했어야 하는데,그렇게 무심히 넘겨버려서 너무 후회가 되요..너무 미안해요. 그동안 연락 자주 못했던것 너무 미안해요...형부 애많이 썼는데 너무 불쌍해요. 내 가족이 이렇게 고통스러웠는데,내가 너무 행복해서 미안해요. 우리 외할머니가 언니가 이렇게 일찍 세상을 버린걸 알면 얼마나 울까 생각하면 할머니도 불쌍해요. 그리고 내 가족의 아픔을 지금껏 모르고 있었던 내가 너무 미워요..너무 바보같아요. 만약 제가 언니와 같은 경우가 된다면,누구라도 제게 알려주세요. 제가 마지막을 차분히 정리하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고마운 사람들께 다 사랑한다고,고마웠다고 말할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제가 혹시라도 상처를 준 분들께는 제가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제 장기중에 깨끗한 부분은 모두 필요한 분들께 돌려드리고 제가 가볍게 돌아갈수 있도록 해주세요. 저 때문에 울지 마시고 박수로 절 기쁘게 보내주세요. 지금 이 순간이 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우리 언니,장금주 데레사 위해서 기도해주세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고,예쁜 얼굴로 건강하고 기쁘게 지낼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뒤에 남은 형부,아이들,외숙모....이 슬픔을 빨리 이겨낼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부모님 너무 사랑해요. 내 조카 준원이,유나 금쪽같은 내 조카 녀석들...너무 보고싶다. 말없이 도와주시는 분들,고맙습니다..저 같은 걸....아껴주시고,사랑해주시고...감사합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이 순간,사랑하는 분들께 사랑한다고 꼭 말씀하세요. 지금 한번 더 안아주시고,지금 사랑한다고 하세요. 내일이 되면 너무 늦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많은 사랑과 존경을 여러분께 드립니다. 서 연준
chi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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