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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Primadonna Yeonjune-Suh

엄마가 울까봐 딴예기도...

엄마

멜 쓰다 보니까 내가 괜히 감정 몰입되서 울었당.

역시 타고난 성악가라 그런지 감정몰입 되니까 기냥 콧물 눈물 줄줄 나오네..

 

엄마가 계속 울까봐 딴 얘기 하나 더 할께.

엄마가 편지에 잘 차려 입어서 오히려 부끄러웠다고 했는데,당연히 잘 차려 입어야 해.

나도 밀라노 있을땐,동네 구멍가게 갈때도 색깔 맞춰서 신발신고,옷입고 그랬는데

미국에 오니까 거지같이 하고 다녀도 아무도 뭐라 안그래서 너무 편해.

하긴 미모가 받쳐주니까 아무거나 입어도 옷태가 나지만 ㅎㅎㅎ

 

한 3주 전에 앤디 대학에서 "Open House" 라고 학생들 모집하기 위해서 학교를 개방하고

음악회도 하고,음식도 가져다 놓고 행사를 치루었는데,앤디는 당연히 그 학교 교수니까

가서 연주한다 치고,난 왜 자꾸 불러대는데?

나보고도 와서 앤디랑 듀오로 연주해달라고 하는데, 안 가고 싶었거덩.

근데 학장이 날 너무 잘보고 빨리 성악과 만들면 당연히 내가 가르치러 오는줄 알고 있는

상황이라서 안 간다고 모질게 할 수도 없고.

딱 안갔으면 좋겠는데,앤디 체면 봐서 이번만 간다 하고 갔거덩.

마침 오픈 하우스도 일요일날 이고,앤디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강의가 있으니까

끝나고 나만 기차타고 먼저 오기로 하고 토요일날 메릴랜드로 가는데,

가기 싫은 거라서 내가 자꾸 궁시렁 거리고,5일치 도시락 싸느라고 바쁘고 해서

앤디 짐 싸는거 건성으로 들여다봤더니만 대형 사고를 친거야.

실컷 메릴랜드 가서 죠네 집에다 짐 풀어놓고,우리끼리 리허설도 하고 도시락도 까먹고..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 학교 오픈 하우스에 참석하려고 드레스랑 앤디 양복을 꺼내는데,

앤디가 구두를 안가져 온거야.

평소엔 월요일 새벽에 집에서 출발할때 이미 수업때 들어가는 복장으로 가니까 구두를 신는데

그날은 토요일날 먼저 출발 한거라 운동화를 신고 간건데..당장 나가야 하는데 신발이 없네?

난 벌써 급한 성격에 팔팔 뛰면서

"지난주엔 속옷 안챙겨가더니,이번주엔 신발이야? 정신 엊다 두고 짐쌌어?"

생 난리를 치는데,앤디는 그냥 검정 양말 신고 할까? 하면서 실실 웃쟎어.

내가 바가지를 긁고 있는데,마침 일요일이라 집에 와있던 죠가 무슨일이냐고 물어서

내가 쪼르르 가서 홀랑 얘기해줬지..하나부터 열까지 안챙겨주면 맨날 뭐 빠트리고 다닌다고.

죠가 자기한테 검은 구두 몇개 있으니까 골라보라고 해서

죠 신발들을 봤는데.....ㅎㅎㅎㅎ

죠가 물론 말 안하니까 알 길은 없지만,우리 생각에 분명히 죠는 게이거덩.

신발 취향보니까 제대로 게이 인거야...당연히 앤디 취향이 아니지.

내가 앤디보고 어차피 사이즈도 두 칫수나 크고하니까,어디 가까운데 가서 하나 사자고 했더니

앤디는 그놈의 "내집 마련" 때문에 돈 안쓴다고,운동할때 신는 두꺼운 흰양말 신고 그 위에 검은 양말 신고 신으면 된다고 그나마 덜 게이같은 신발 하나를 골라서 신었거덩.

 

헐떡거리거나 말거나 일단 눈에 보이는건 괜챦으니까 그러고 학교로 갔는데,

우리는 항상 서둘러서 가는 편이라 가서 보니까 우리가 처음으로 도착한것 같았어.

학교 정문 바로 앞에 꽃집에서 꽃배달 나온 봉고차가 하나 주차되어 있고 텅텅 비었더라구.

근데 우리가 학교 앞으로 다가가는데,그 주차되었던 꽃집 봉고차가 쓱 나가는거야.

그래서 우리가 올타꾸나 하고 그 자리에 주차를 했거덩,학교 정문 바로 앞에.

근데 떠나는 줄 알았던 봉고차가 우리 뒤에 다시 차를 대더니 우리보고 비키라고 하는거야.

근데 우리는 이미 내려서 기타며 내 옷가방이면 꺼내느라고 분주해서 뭐라고 하는지

잘 못알아듣고 그냥 섰으니까,그 기사가 손짓으로 좀 불쾌하게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것 같더라구.

우리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냥 엉거주춤 서있는데,그 아저씨..한 50은 되어보이던데..

그 아저씨가 봉고차에서 꽃 화환을 신경질 적으로 꺼내더니 우리 옆을 지나치면서

"하옇든 뉴저지에서 온 것들은 다 정신이 이상해" 하면서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 옆에서

뱅글뱅글 돌리면서 미쳤다는 표시를 하쟎아.

앤디 차의 번호판에 뉴조지 마크가 붙어있는걸 보고는 그러는거야.

그리고는 학교 안으로 들어가더니 화환을 안쪽으로 들여다 놓더라구.

 

난 당연히 이미 열이 확 받아서 길길이 뛰면서

"앤디,쟤 뭐래? 지금 우리보고 그런거 맞지? 아이고 분해, 아이고 분해" 하면서

나오는 그 뚱땡이 아저씨 손가락을 확 물어뜯을 준비 자세로 돌입해서 눈에 불을 활활켜는데,

앤디가 다시 나오는 뚱땡이 한테로 다가서는거야.

속으로,"그래 우리신랑,잘한다.

그동안 내가 스테이크 해먹인 보람을 느낀다. 한대 후려쳐.내가 뒤를 맡으마"

그러는데 앤디가 그 예수님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청하더니

"저는 이 학교에서 기타를 가르치는 앤드류 디킨슨 입니다. 반갑습니다. 혹시 주차 문제 때문이라면 죄송합니다.지금 차를 딴 곳으로 옮기겠읍니다.다른 도울 일이라도 있읍니까?"

 

아악~~~ 내가 미쳐. 앤디,넌 내손에 죽었다~~~ 뚱땡이보다 앤디가 더 밉더라니까.

 

그래서 혈압이 올라서 거의 코피가 터질려고 해서 난 먼저 내 옷가방 들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고 씩씩거리면서 앤디 들어오면 한판 붙을려고 하는데,앤디가 예수님 처럼 웃으면서

들어오더라구. 누구 염장 지를 일 있나...

들어오는데 기냥 따발총으로 "너 뭐야? 니가 예수님이야? 바보야? 넌 화도 안나?

사람이 화가 나면 화도 내고 그래야 정상이지,혼자 잘난체 하고,그래 너 착하고 난 악마다!"

엄마는 상상이 되지?

그랬더니 앤디는 "스위티,화내지 마"

그놈의 스위티도 지겹다..뭐가 달콤한 내사랑이냐....

근데 앤디의 세 마디에 내가 힘없이 나가 떨어졌지.

"Kindness always wins"  친절함이 언제나 승리한다

 

내가 거의 미친 사자같은 모양으로 눈에서 불을 켜고 팔팔 뛰면서 들어오고 나서

앤디가 차도 딴데로 옮기고,그 아저씨 도와서 나머지 화환도 학교 안으로 옮겨줬더니

아저씨가 너무 미안해 하면서 미안하다고 정식으로 사과하고,자기가 아침부터 일이 너무

많아서 신경이 날카로와 있어서 그랬다고 하더래.

 

그러면서 앤디가 자기한테 정식으로 그 아저씨가 사과했고,자기는 얼굴 붉히지도 않고

그 사람을 도리어 더욱 미안하게 만들었으니 된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 웃는 모습이 너무 착한거야...............바보같이..으이구~~

 

"앤디,너!!! 오늘부터 다시 수염길러. 니가 나이가 너무 어려보이니까 개나 소나 다 얕잡아보고

사람을 우습게 알쟎아.. 나이도 어려보이는데다 등뒤에 기타매고 있으니까 아주 날라린줄 알고.."

 

내가 화를 못 삭이고 팔팔 뛰니까,앤디도 다음엔 꼭 한판 붙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책상에서 뭘 주섬주섬 꺼내는데 보니까 일회용 반창고야.

아무리 양말을 두개 신어도 죠 신발이 너무 커서 자꾸 헐떡거리는데 무거운 꽃까지 여러번 옮기다가 발 뒷꿈치가 까져서 피가 나오는거야.

안그래도 속이 상하는데 그거 보니까 또 열받아서 "신발 사신어!!!!!" 하고 � 소리 질렀거덩.

앤디가 일단 반창고 붙이고도 신발을 신으면 아픈지,일단 트렁크에 실어두었던 운동화를

꺼내다가 자기 사무실 안에서 신고 연주할때만 죠 신발 신기로 했는데,

양복입고 운동화 신고 앉아있는거 보니까 얼마나 웃기던지...

 

"앤디,너 아까 그렇게 양복에다 운동화 신고 있었으면 그 뚱땡이 아저씨가 어떻게 했을까?

그나마 양복에 신사화 신고 있어서 그 정도였지,네 꼴 보면 아마 우리 차 확 들이받았을껄?"

 

그 점에 대해선 앤디도 동의를 하더라구.

물론 사람을 보는데 외모가 우선이 될수는 없겠지만,어느정도 외모가 차지하는 비율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걸.

 

"앤디 너, 이제부터 다시 수염 기르고,맨날 신사복 입고 다녀"

내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바가지 긁으니까 앤디도 맞받아 치더라고.

 

"스위티,만약에 아까 그게 설정된 몰래 카메라 였다면 어쩔뻔 했어?

너 아까 팔팔 뛰는거 텔레비젼에 나오는 거 보면 되게 재밌겠는데.."

 

윽......

 

어쨌거나 우리가 얻은 교육.

"참는것이 이기는 것이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자"

"사치스럽게는 아니더라도 항상 깨끗하고 품위있게 입자"

"몰래 카메라 일수도 있으니 어떤 상황이라도 미친듯이 화내지 말자."

"진짜 화가 나면 참지말고 주먹을 사용하자" ㅎㅎㅎㅎㅎ

 

그니깐,엄마가 하느님 만나러 가는데 예쁘게 차려입는건 전혀 문제가 안된다는 걸 말하고 싶다구.

겉모양도 이쁜데,마음까지 이뻣으니까 괜챦아.

자책하지 말고,미사때마다 예쁘게 입고 가라구.

 

얘기하다보니 꼭 신랑 자랑하는것 같은데,절대 자랑이 아니야.

내가 아주 속이 뒤집어 진다니까....아이고,착해 빠져가지고...

그래도 배울점이라고 생각하고 나도 옛날같이 벌컥벌컥 화내지 않아.

근데 화를 안내고 참고 있으면 앤디가 그게 더 무섭다고 차라리 화를 내래네..

어쩌라구 나보구~~

화를 안내야지 하지만 눈에 전자빔이 켜지는것 까진 아직 자제가 안되서말이지 ㅎㅎㅎㅎ

난 아직 좀 더 수양이 필요한가봐.

 

이것 읽고 마음 풀고 좀 웃으라고..

엄마도 더 열받을래나??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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