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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손자에게 나의 뿌리알려주기

가족에게 덮친불행 폐결핵.


지금도 생생한 기억의 편린 28.

71년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소식을 전해주는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춘삼월이 왔어도 어머니의 기침은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고  
밤새 건넌방에서 들려오는 시부모님의 기침소리가
마음이 쓰여 아침저녁으로 모과차와 한약을 달여 드렸지만 별효험이 없는 가운데
요한 씨 까지도 간간히
마른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 점심 저녁을 안방에서
두레상을 펴고 식사를 하면서 식구대로 돌아가며
기침을 해대니 요한 씨가 시아버지께 독한 봉초담배를
제발 끊으시라고..
그 좁은 방 환기도 제대로
안 시키면서 밤늦게 까지
피우는 독한 담배연기 때문에
계속기침을 하게 되는 것이고
집단으로 감기에 걸려
고생하게 되니 제발 담배를 삼가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젊어서  50대까지
탄광 노동부로 일하시면서
규폐증에 걸려 쉴 새 없이
내뱉는 가래며
쌕쌕 대는 숨소리가
듣기에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는데 식구들의 기침이
약을 써도 안 듣자
요한 씨는 아무래도
폐결핵의 전조증 같다며
특단의 조치를 내려
갓난아기를 빼고 여섯식구가 국립의료원에서
가슴 X레이를 찍어보기에 이르렀다.

결과는 참혹하게도
시부모님이 
오래도록 지속된
폐결핵 3기로 판명되었고
남편 역시 폐결핵에 전이되어
폐 사진이 허연 연기에
뒤덮인 듯  선명치가 못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식구 모두가
약을 먹어야 한다는 진단에
요한 씨는 그만
망연자실 주저앉고 말았다.

시부모님의 오랜 폐결핵이
합가 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식구들에게 전이가 된
기막힌 상황에 그저 눈앞이 캄캄해질 뿐이었다.

그때부터 우리 식구들의
투병이 시작되었고
파스와 나이드라 짓
그리고 시부모님께는
스트렙토 마이신 주사약을
남편이 직접 놓아주기를 1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나를 비롯해서
세 살짜리 둘째와
다섯 살 첫째도
6개월가량  그 큰 알약인
파스와 나이드라 짓을
복용하게 되니
우리 집에 닥친 불행이
두렵고 무섭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약을 먹기 시작하면
남에게 전이가 안된다니
그런 다행히 없었고
결핵을 이겨내기 위해
요한 씨와 나는
무진 애를 썼지만
방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담배연기와
아무 대고 마구잡이로
뱉어내는 가래침을
마주할 때마다
협조라고는 조금도
할 생각이 없는 시아버지가 야속하고도 원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