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19.
개. 호. 강.
일요일 새벽 6시 30분
시카고 오헤아 공항에서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로
델라웨어 딸네 집을 향해 비행
시카고 보다 1시간이 빠른 뉴욕시간 1시간 40분 만에 도착한
필라델피아 공항
이곳 시간으로 1시간을 앞
당겨야지 하고 휴대폰을 열어 보니 하늘을 날면서 어디만큼 줄을 그어 표시를 해 놓은 것도 아니구먼 어느새 똑똑한 내 휴대폰은
자동으로 시간 변환이 되어있네.
모처럼 엄마가 도착하는 일요일
모든 스케줄을 비우고 오로지
엄마를 위해 봉헌하는 성당 미사
미사 시간에 맞춰 도착하는
비행기표도 끊었겠다
몇 달 만에 윌밍턴성당 미사에
참례하니 낯익은 교우분들이
어찌나 반가워하시던지...
미사를 집전하시는 분홍 제의를
걸치신 제단 위의 신부님 모습도
오늘따라 예수님의 모습이 보인다.
미사가 끝나 집에 도착하니 내 얼굴은 본 고양이 니냐는 멀찌감치 떨어져 꼬리를 살랑대며 얌전을 떠는데...
검둥 아가씨 루나는 반갑다고
길길이 날뛰며 달려들다가
나를 쓰러트릴 뻔..
반갑다고..
할머니가 어인일로 나타났나 싶은지 엄마가 다칠세라 달려들지 못하게 가로막고 선 딸 뒤로 흥분한 루나는 저 혼자 괴성을 지르며 뒹굴다가
들어 누워 네발을 허공 중에
허우적거리다가
마룻바닥을 벅벅벅 긁어 재키다가 벌떡 일어나더니 경주마를 방불하게 스리 온 집안을 미친 듯이 뛰어다녀서 진정시키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루나가 극 하게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 양심이 조금은 가책을 받는 것이 평소에 말썽쟁이 루나보다 새침 뜨기 니냐를 예뻐해 준 게 약간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턴 루나도 이뻐해야지..
생각을 하는 순간 어느 사이 내 침대 이불을 짓밟고 몸을 털고 있는 루나
예뻐해 줄 내야 예뻐해 줄 수 없는 천둥벌거숭이
아이고 맙소사 루나야 쫌...
나는 천둥벌거숭이같이 제 맘대로 인 루나를 별로 예뻐하진 않지만 하나뿐인 사위 앤디는
루나 없인 못 산다.
애지중지의 도 가 지나쳐
업고 안고 물고 빤다고 할까
잘 때도 앤디옆은 마누라 대신
루나가 차지하고 앤디 팔베개
까지 베고잔 다니
나원 참 걱정스럽네..
모처럼 엄마 덕분에 시간이 났다며 외출복 갈아입지도 못한 채
가스레인지 앞에서 부지런히 요리를 만들고 있는 딸..
계란 10개를 삶아 다지고..
감자에 고구마 깍둑 썰고
브로콜리 잘게 썰더니 지지고 볶고 생선 구이까지..
내심.. 엄마가 왔다고 지중해식 요리를 만드는가 보다 했는데
웬걸...
이게 다 ~~ 루나의 영양식이랜다..
뭐시라???
네가 지금 쓰리쟙 뛰면서
모처럼 쉬는 날에 개밥 만드는데
시간 허비하고 있다는 게
지금 말이 된다는겨 시방..
엄마 ~ 앤디가 루나 죽으면 자기
못 산다고 따라 죽는대
나도 앤디 죽으면 못 사는데
어찌 됐건 루나를 오래오래
살려야 하니 시간이 날 때마다
이렇게 영양식이라도 해 먹인다니까 ..루나가 병들거나 죽지 않고 제발 앤디옆에 오래오래 붙어 있으라고..
정말 기도 안 차는 말을 지금
내가 듣고 있다니..
그 와중에 타파 통 4개 가득 담은
개 영양식 이거 어디다 보관할 거냐고 물으니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하네
시간이 없어 한꺼번에 만들어 조금씩 덜어서 레인지에 데워서 준다며 루나 밥통에 영양식 덜어 놓으니 앤디가 내려와 보더니 입이 함지박 만큼 벌어져
땡큐 땡큐 해 싸며 뽀뽀를 열댓번 했지싶다 했더니만
치즈까지 한 움큼을 뿌려 루나
먹이는 걸 보니..
아주 돈 벌어 개 입에
다 털어 넣고 있네 소리가 그냥 튀어나올 뻔한 걸 겨우 참았다.
늦게 결혼해서 달랑 아들 하나 있구먼 줄리안에게 잘해 줄 생각은 안 하고
앤디는 루나에게 미치고
딸은 고양이 니냐에게 전심전력
집안은 완전 개판..
비싸게 주고 산 쏘파는 어느날 부터 루나의 낮잠에다 운동장이라 어느 하루 쏘파 등받이가 제대로 놓여있는 꼴을 본 적이 없음에도 두 내외는 루나의 미친듯이 헤집어 놓고 길길이 뛰는 모습도 이뻐서 죽는다.
이 눔 시키들 아이고 내 못살아..
사람들이 이르건대 극심한 고생을 개고생이 라 한다지?
말썽꾸러기 루나야말로 이승에서 호강 중의 최고의 호강 개. 호. 강. 을 하는 특별히 간택된 검둥 강아지 인 것 같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루나야 지금처럼 계속계속
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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