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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복되십니다.향기로운선한목자

2017년 01월 02일 15:45에 저장된 글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신부님을 

지근 거리에서 본것은

성당 미사가 끝나 문밖에서 악수를 청하며

손 내밀고 서 계신

수단 차림의 신부님의 모습이

가장 가까이 본 모습이었고

그나마 보기보다 내성적이고

사람 사귀는데 익숙치 않는 나는

선뜻 다가가  손잡고 악수하기가

그리도 쑥스러울수가 없었다.

 

 주일미사가 끝나면 우리 성가대단원들이 친목을 위해

가까운 음식점에서 점심을 나누는것이

연례행사처럼 고정되어 있씀에

지하실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가기를 일삼으로

본당 신부님과는  한달이면 한번쯤이나 마주칠까

되도록 멀리서 바라보는 편을 좋아 했었다.

 

더구나 일년이면 6개월 이상을 시카고에 머물다 오니

부임하신지 삼년이 넘은 신부님도 

언제나 처음 만난 사람처럼

소 닭보듯 그냥 신부님이 저기 서 계시는구나...

이렇게 주변머리 없고 융통성 없는게 바로 나였다.

 

성직자나 수도자와는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받을수도 있다기에

나같이 일요 미사만 다니는 날나리 신자에겐

신부님과 가까워질 껀수도 생기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편하게

자유롭게 행동하며 성당을 오갈수있는게

오히려 편하단 생각이다.

 

그러다가 지난 8월의 일이었다..

요양원에서 집으로 휴가차 나온 요한씨가

모처럼 냉면이 먹고 싶다기에

불편한 몸을 부축하여 우리동네 부원 냉면집을 갔었다..

 

여름이라 덥기도 하였지만

찬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요한씨가

그날따라 곱배기로 시킨 냉면을

순식간에 들이키는것이었다.

 

내가 먹던 냉면을 반을 덜어주니

기다렸단듯이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수녀님 한분이 들어오셔서

십분쯤 후에 다섯명이 식사를 할수있냐고

미리 예약을 하러 오셨단다.

 

어느 성당 수녀님이

여기까지 예약을 하러 오셨나 싶은게

우리 본당 수녀님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으니

내가 얼마나 신통찮은 눈썰미를 가진 날나리 신자인지...

 

나는 입구쪽을 등지고 앉았으니

누가 들고 나는지 몰랐지만

계산하려고 카운터로 가며 뒤 돌아보니

본당 신부님께서

중년의 남성 한분과 여성신자 두분

예약하던 수녀님까지 모두 다섯분이

출입구쪽에 자리를 하신게 보였다.

 

계산을 하면서 저 신부님 일행의 식사값을

내가 미리 좀 내면 안되겠나고 물었더니

그러시라며 54000원을 더 내시면 된다해서 계산을 하고

돌아서 나오는데 요한씨가 걸음을 제대로 못 걸으니

팔짱을 끼고 부축을 해서

나오는데 구석자리에 앉아계시던 신부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아는체

인사를 하시었다.

 

아니..세상에...이런 황송할때가...

 

대다수의 신부님들은 앉아서

신자들의 인사를 받는걸로 알고 있는데

어찌 저 신부님께서 나를 잘 아시지도 못하면서

저리 서서 인사를 하실까

미안스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내 남편이 몸이 좀 불편하다고 말씀드리고

 식사값을 미리 계산했으니 맛있게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나섰다

그것이 성당이 아닌 곳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만난 신부님과의 첫 대면이었다.

 

하긴 몇달만에 귀국하여 성당마당에서

신부님과 마주쳐 악수를 나눈적이 있었는데

그때 말씀하시길 이 자매님은 한국분이 아닌것 같다...그러셨고

최성철 가브리엘이  장 쏘피아님은 크레도 성가단원이신데

미국에 자녀들이 살고있어

 일년의 반은 미국에서 생활하신다고 말씀 아뢰니

신부님이 보시기에도 

외국물을 많이먹은 자매님처럼 보인다고...하신적이 있었다..

 

이것이 신부님을 가장 가까이서 뵙는

모든 금호동 신자들의 연례행사인

악수로 친교 나누기의 일환 이었던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성당에서 직책을 맞은것도 아니고

열혈신자로 신부님 수녀님 가까이 다가서는 사람도 아니고

일년이면 태반은 미국들 들락거리니

나같은 존재는 기억에도 없으셨을텐데

어느날  미사끝나 신부님과 악수 나누기가 쑥스러워

도망치듯 나오는데

수산나가 소리쳐 나를 불러새웠다..

 

형님 신부님이 형님을 부르시는데 왜 그냥 가시냐고..

하긴 나도 신부님께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게 나를 지칭하는줄은 꿈에도 몰랐고

쭈볏쭈볏 신부님께 다가가 부르셨냐니까

신부님께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자매님이 점심을 사주어서 정말 고맙게 잘 먹었다고...

 

아니  냉면한그릇을 사드렸을 뿐인데

불러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시다니...

 

우리 성당에는 냉면 한그릇도

사 주는 사람이 없었던가 싶은게

하긴...나도 신부님 부임 삼년만에 처음으로 ..

그것도 어쩌다가 식사 값 을 낸것 뿐인데

성당 분위기로 보면

중류 이상인 나도 지금껏 대접이란 없었는데

모든 신자들이 나처럼 신부님이나 수녀님께

식사대접 한번을 안하는 모양이구나 느꼈다..

 

그리고 작은것에 감사 할 줄 아는

신부님이 존경스러웠고

더욱 존경스러운것은

앉아서 인사를 받는것이 아니라 

나를 발견한 신부님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숙여 인사를 하시니

정말 몸 둘바를 몰랐었다..

 

요한씨도 나도 칠십이 넘고

팔십이 넘은 고령자라서

그리 대접을 하신건가?

아니면 신부님의 품성이 어질고 착하셔서

예의를 갖추고 어른을 공경하는

본 보기를 보이시는 차원에서 그리 하신건가?

 

그후..몇달간 내 눈은 신부님을 예리하게 관찰하며

 신부님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위깊게 바라보며

신부님의 그릇 크기를 가늠 해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