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늦게까지 며늘아이와 민서에미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수다 삼매경이다
은박지를 오려 대나무꼬치를 테잎으로 붙여 가면을 만들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데 필요해서 밤늦도록 만드냐니까 민서에미왈
지원이 식스틴파티를 못해줬는데 고모가 온김에 뭘해줄까 물으니 친구들과 가면을쓰고 사진찍는걸 해보고 싶데서 만들고 있는중이라고…
그래도 그렇지 유리애미까지 합세해서 조카딸의 소원들어주느라 날밤을 세운다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너무 고맙고 기특하여 마음흐뭇하였다
내일은 늦은 아침을 먹고 저녁8시에 가족모두 둘째네 레스토랑에서 모여 막년회겸 파티를 하겠다고해서나는 2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29일은 내리던 눈도 그치고 바람이 불어 날씨가 얼마나 차겁던지…
오후 5시쯤 준원이와 애비가 도착했고 유리어미는 먼저가서 할일이 있다며 서둘러 떠나고
남아있는 꼬맹이 손녀들을 우리가 준비해서 데려가기로 했다.
방학중에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
집에서 한시간 거리에 방을 얻어 자취를 하는 준원이도 이제겨우 3번째만나보게 되네
크는 청년들의 변신은 무죄…
몇달 못본 사이 어찌나 훤칠하고 멋있는 청년으로 변했는지 어떤 배우 탈랜트가 이보다 더 꽃미남이랴
자랑스런 내 손자
우리 가문의 주춧돌…
효손 준원이를 볼때마다 볼때마다 행복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
7시 30분 드디어 우리가족은 레스토랑을 향해 어둠을 달렸다
감빠이는 예약손님들로 좌석은 이미 만석
고기굽는 연기와 냄새가 홀안을 가득채우고
입구에는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 손님들이 줄을서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로가야하나
애비도 유리애미도 보이지 않아 스시바로 사람을 보냈더니
우리가족은 별실로 사용하는 스테이크 하우스에 자리를 마련했단다.
때 마침 도착한 준원어미와 우리식구들은 스테이크 하우스로 발을 옮겼다.
특별한 행사때나 사용하겠다고 계획중인 스테이크하우스는 100여명의 행사를 치룰수있는
밝고 넓고 공기도 맑고 깨끗하여 가족단위큰 행사나 회사의 단체손님용으로 아주 그만인 홀인데
오늘은 우리식구들 만의 오붓한 파티가 계획되어 있었다.
어느 누구의 귀띰도 없어 영문도 모르고 홀에 들어서니
척추협착으로 다리가 저려 오래 서있지도 못하는 둘째가
스테이크하우스 주방에서 식구들 먹을 음식을 혼자서 직접 만드느라 분주한모양을 보니
그냥 다른 손님들 틈에 테이블하나 차지하고 철판요리로 저녁한끼 떼우면 될것을…
마음이 짠해 연신 지청구 해댔다.
유리어미 역시 바쁘게 테이블을 오가며 세팅에 여염이 없고
한쪽에 마련된 코너를 보니 아이들 어렸을적 사진들이 걸려있고
벽에는 축 고희라고 쓴 현수막도 걸려있었다.
엊그제부터 손주들이 돌려보고 연식 웃어대던 ..
옛날 사진들이 돌아다니기에 딸네식구들이 와서 각자 자기들 사진 찾느라 그런줄 알았더니
이제보니 엄마를 위한 깜짝파티였구나 싶은게
어찌 이리도 깜쪽같이 속여넘겼는지 그냥 콧마루가 시큰해 눈물이 나왔다.
메뉴로는 큰 배에 오밀조밀 가득 담긴 갖가지 생선회와 스시
엄마가 좋아하는 닭날개튀김과 족발 아이들이 좋아하는 큼직하게 자른 감자튀김
그리고 싱싱하여 쫀득하고 달콤한 랍스터구이와 와인과 샴페인…
어느것부터 먹어야 할지 그냥 목이 메이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이렇게 가족파티를 마련하느라 년말 가장 바쁜때에 감빠이와 스시바를 직원들 손에 맡기고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한나절 그 많은 음식을 장만한 둘째의 마음이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다.
그때까지도 나는 영문을 몰라
아이들 삼남매가 서로 합심해서 엄마의 70생일을 다시 차렸구나 내심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큰아이가 문자를 보냈다
동생이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 깜짝파티를 열어준것 너무 고맙고
비용도 많이 들었을것 같은데 도저히 그냥 있을수 없다며
자신도 파티에 든 비용을 같이 보태고 싶으니 넌즈시 알아보라고
세상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딸에게 물어봤다.
아니..엊그제 깜짝파티라고 열어준것 그렇게 크게 잔치를 하는줄을 큰오빠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된거냐 그럼 너와 짜근 둘이서 계획한거냐? 물었더니
아니 언니랑 오빠가 부모님위해 써프라이즈 한다그래서..
언니랑 둘이서 가면 만들때 엄마가 안자고 이게 뭐하는거냐고 자꾸 물어서 지원이 핑게를 댔는데
언니 아이디어였는데 이렇게 거창한 파티인줄 나도 몰랐어…하고
늙으면 죽어야 한다던…
역시 옛말 그른게 없다
이렇게 부모를 위한 깜짝파티를 준비하는줄 모르고
아들며느리 딸에게 그동안 이리 무심할수 있냐고 온갖 푸념 넉두리 퍼부은게 오늘 따라 그리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아들 며느리 딸이 저마다 효자 효녀 효부라 이렇게 효도를 받으니
지금껏 한 고생끝의 보람이 이런것인가
늙어 마음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하고있으니 이보다 더큰 행복은 어디에 또 있으랴
자식들의 효성에 감동한 행복한 칠순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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