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째날 등반10일 마지막 순례
1.어제의 순례 마지막 일기는 너무 늦게 들어와 작성을 할 수 없었다.
산티아고 콤보스텔라 입성하여 미사하고, 저녁먹고 온 시간이 열두시가까이 되었기 때문이다.
2.기억을 되살려 마지막 순례 일기를 쓴다.
3.200키로의
장정. 마지막날이다. 오늘은 20여키로만 걸으면 된다.
날씨는 쾌청하다.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발걸음이 가볍다.
짙은 유프라테스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참 아름다운 숲길로 이어진다.
북부지역의 광대한 아름다움은 없지만 숲을 통과하는 오솔길의 아름다움이 있다.
4.문득
이제 남은 10년의 사제현역생활을 봉헌하고 싶어졌다.
여때까지 잘 이끌어주셨듯이 이제 남은 10년도 잘 이끌어 주실것을 간절히
기도한다.
아니 매 순간 이끌어 주신는 그 손길과 사랑을 잘 느끼고, 깨달을 수 있도록 기도한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내안에 그분이 사시길 기도한다.
반성해본다. 그동안 나의 삶을 그분께서 기뻐하셨을까?
야고버
사도는 정말 기쁘게 이 멀고 험한 길을 걸어가셨을것이다.
세례물을 붓기위한 조개껍데기와 세례수를 조롱박에 담고
기쁘게 걸으셨으리라
생각된다.
이 마을에서 기쁜 소식을 전하고, 그 다음 마을에서 또 전하고,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사람들에게 세례의 생명수를
부어주고.걷고 또. 걸었으리라.
산티아고의 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다.
복음이 전해지고 새로운 생명들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을까?
이길은 고통의 길이 아니고 살아계신 하느님을 체험하는 기쁨과 축복의 길이다.
또 돌아오는
길에서 새생명이 무럭 무럭 자라는 것을 보면 그 기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을것이다.
식어가는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고, 불타는
사람에게는 정도를 가르쳤으리라.
복음을 전하는 이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안을 받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이 길은
참으로 하느님께서 살아계시고, 역사하는 길이 아닐 수 없다.
5.오늘
식사하면서 깜짝 놀랐다.
한 신자가 철의 십자가를 보며 바벨탑이 느껴졌다고 한다.
아니 그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기도와 봉헌이
모인 십자가를 보면서 바벨탑이라니!
어이가 없었다.신자라 해도 정말 뭘 모른다.
아는 것도 없고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 왜 왔는지
모르겠다.
소위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눈이 멀고 귀가 멀어있다.
이번 순례에서는 나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내가 보다 더 자유롭고 싶어서이고,
신자들이 세상사람들과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서였다.
끊임없는
수다와 술. 하느님을 느끼기 위해서라기 보다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서 또는 자기 신체적인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산티아고 순례
완수라는 자랑을 하기 위해서, 등등인거 같다.
많은 시간과 돈을 쓰면서 제대로 된 순례.
하느님과 자신이 만나야 하는 본래의
목적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6.신자들을 비롯한 세상사람들에게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
7.점심을
먹고, 기쁘고 들뜬 마음으로 남은 5키로를 전력을 다해 걷는다.
산티아고 도심을 통과해야하는 코스이다. 하나도 힘들지 않다. 발에
힘이 더 붓는다.
일등으로 산티아고에 입성한다.
마음은 풍선처럼 부프렀다. 대성당 그 시끄러운 곳. 제대 중앙에 자리잡고
앉았다.
마음이 너무 평화롭다.
그저 아무생각없이 40여분을 앉아 있었다.
주위의 시선에 신경이 써지지도 않았다.
8.다
모인후 순례인증을 받기위해 사무소로 간다.
단체로 인증 받겠다 하면서 옆에 달린 작은 성당에서 기다리라 한다.
거기서 나는 깜짝
놀랄 성모상을 보았다. 성모님손에 지팡이와 조롱박이 달려 있었다.
아! 성모님께서 이길을 같이 걸어주셨구나!
순간 턱 숨이
막히는 감동이 마음을 뚫고 지나간다.
그 생각은 구체적으로 못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성모님께서 함께 걸어주셨음을 깨닫게 된다.
9.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매일 저녁에 있다.
그때 마지막 강복 및 축복으로 봉헌자가 있을경우 대향로 축복을 한다고 한다.
월요일이고 순례자도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아 큰 기대를 안했는데 향로축복이 있다고 한다.
큰 감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볼만은 했다.
큰 향로가 숯과
향을 담고 큰원을 그리며 회전을 한다.
참 하느님께서는 곳곳에서 우리를 위한 축복을 준비하고 계셨다.
10.미사후 해산물로 입성기념 식사가 있었다.
모두 기분 좋을 수밖에 없었다.
크게 다친사람 없고, 큰 불화없이 긴 여정, 힘든 여정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꽤 오랜시간 즐거움과 기쁨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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