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 종이라고 알려진 성덕대왕신종
봉덕사종 또는 에밀레종이라고도 한다.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찬양하기 위해 동 12만 근으로 주조를 시작했으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자 아들인 혜공왕이 771년(혜공왕 7)에 완성했다고 한다. 종의 꼭대기에 있는 용은 사실적으로 조각되었고 그 옆에 붙어 있는 음통에는 화려한 보상화무늬가 3단으로 장식되어 있다. 어깨와 구연부에는 보상당초무늬가 장식된 문양대가 돌려졌고, 구연부의 끝부분 각 모서리마다 연꽃 한 송이씩을 배치하였다. 어깨 밑에는 보상당초문양대가 장식된 유곽이 4곳에 배치되어 있다. 유곽 아래로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4구의 비천상과 연화 당좌 2개를 교대로 배치했다. 이 종은 8세기경 금속공예의 높은 수준을 알려주는 예이다.
국보 제29호.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왕의 공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종을 만들고자 하였으나 완성은 혜공왕 때인 771년에 이루어졌다. 이 종은 봉덕사(奉德寺)에 달았으나 수해로 폐사된 뒤 영묘사(靈廟寺)에 옮겼다가 다시 봉황대에 종각을 짓고 보호하였다. 1915년 8월에 종각과 함께 박물관으로 옮겼고 국립경주박물관이 신축 이전됨에 따라 이 동종도 지금의 국립경주박물관 경내로 이전되었다. 일명 봉덕사종·에밀레종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최대의 거종(巨鐘)으로서 제작 연대가 확실하고 각 부의 양식이 풍요 화려한 동종의 하나이다. 상원사 동종(국보 제36호)과 함께 통일신라시대 범종을 대표한다.
이 동종을 완성하였을 당시는 통일신라의 예술이 각 분야에 걸쳐 극성기를 이루던 시기로서,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이와 같은 우수한 작품이 제작되었다. 특히 이 동종의 명문은 종명(鐘銘)의 효시일 뿐만 아니라 문장면에서도 지극히 뛰어난 것이다. 지은 사람은 신라 혜공왕 때 한림랑급찬(翰林郎級飡)인 김필계(金弼溪)라고도 하고 김필오(金弼奧)라고도 하나 글자가 마멸되어 분명하지는 않다. 종명은 630자로 된 서문(序文)과 200자로 된 명(銘)으로 짜여 있다.
종명의 주제는 성덕왕의 공덕을 종에 담아서 대왕의 공덕을 기리고, 종소리를 통해서 그 공덕이 널리 그리고 영원히 나라의 민중들에게 흘러 퍼지게 해서 국태민안(國泰民安)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발원이 담겨 있다.
서문은 다섯 단락으로 나누어져, 첫째는 종소리야말로 일승(一乘)의 원음(圓音)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신기(神器)임을 역설하였다. 둘째는 성덕왕의 공덕을 찬양하고 그러한 공덕을 종에 담아서 그 공덕을 영원히 기릴 뿐만 아니라, 종소리와 더불어 나라가 평화롭고 민중들이 복락을 누리기를 바라는 발원(發願)을 담았다. 셋째는 그러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성덕왕의 아들인 경덕왕의 효성과 덕을 찬양하였다. 넷째는 그러한 사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경덕왕이 돌아가자 그 아들인 혜공왕이 그 사업을 이어서 완성하였는데, 이것은 혜공왕의 효성과 덕망의 소치라고 찬양하였다. 다섯째는 종이 완성되자 이에 대한 감격과 신비로움, 그리고 종의 효용성을 서술하고 종소리와 함께 온누리가 복락을 누릴 수 있기를 빌었다. 이어서 명이 덧붙여지는데, 이것도 서문의 내용을 근간으로 하여 4자구(四字句)로 시적(詩的)인 맛을 살려 찬양과 발원을 간결하게 표현하였다.
종신의 상하에는 견대(肩帶, 上帶)와 구연대(口緣帶, 下帶)를 둘렀고, 그 속에 주로 보상당초문을 주문양대(主文樣帶)로 장식하였으며, 특히 하대에 속하는 구연대는 종구(鐘口)가 팔능형(八稜形)을 이룬 특수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팔능형의 윤곽형이 되는 능(稜)마다 당좌(撞座)와 유사한 대형 연화를 배치하고 있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견대 밑으로는 4개소에 연주문 안에 견대에서와 같은 보상당초문양으로 조식된 유곽을 둘렀으며, 그 내부에 돋을새김 연화로 표현된 9개의 유두(乳頭)가 들어 있다. 이 유곽 밑으로 종신에 비천상(飛天像) 2구(軀)를 상대적으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서로 어긋나게 8판(瓣)의 연화당좌 2개를 배치하였다.
오대산 상원사동종의 명문이 동종의 정상부인 천판 (天板)에 명기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종신에 장문의 명문이 돋을새김되어 있는 것은 신라동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징이다.
전체적인 동종의 조각수법은 동양 어느 국가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종인 동시에 상원사동종과 더불어 최대의 조각양식을 구비한 동종이다. 종신에 2구씩 마주보는 4구의 비천상은 연화좌 위에 무릎을 세우고 공양하는 상으로서 주위에 보상화(寶相花)를 구름과 같이 피어오르게 하고, 천상(天上)으로 천의(天衣)와 영락 등이 휘날리고 있는 것은 다른 신라동종에서는 볼 수 없는 훌륭한 비천상으로서 한국비천상의 대표가 되는 조각수법이다.
종정(鐘頂)의 용통(甬筒), 즉 음관에도 몇 개의 단(段)을 두어 단마다 앙련과 복련으로 된 화려한 연판(蓮瓣)이 장식되어 있고, 용뉴의 용두(龍頭)와 몸체도 박진감 있고 사실적인 조각수법으로 생동감을 주고 있다.
이 동종의 명문 내용과 종의 형태가 고유섭(高裕燮)의 해석에 따르면 “팔화(八花)는 팔음(八音)을 상징하였으리라. 화엄의 유(乳)를 없애고 36화(花)를 안배함은 삼귀계(三歸戒)를 옹호하기 위한 36선신(善神)의 상징이리라(大音震動於天地間, 聰之不能聞其響, 是故憑開假說, 觀三貴之奧義, 懸神鐘悟一乘云圓音).”고 한 것은 이 신종의 법기(法器)로서의 존재이유일 것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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