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긁어 부스럼이란 말이
제게 딱 맞는 말이더라구요.
둘째 아들넘 말마따나
가만히 있으면 2등은 간다는데
이놈의 소피아는 가만히 있지를 몬합니데이.
누가 뭘 잘 하는꼴을 몬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걸 꼭 따라서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고로...
그런데 나이는 생각지 못하고
젊은 사람들 멋지게 그려낸 문인화에 고마
풍덩 빠져버린기라예.
맞다~ 이거여~
나도 문인화 함 배워보자...
이렇게 된 거라예.
그리하여
한번 마음먹고 나니
좀이 쑤셔 살 수 없어
그때부터 두 달 동안은
불철주야
인터넷 이 잡듯 뒤져도
갈 곳이 마땅찮더라구요.
겨우 알아낸 것이
도봉구 창동에 오후 7시 시작한다는
문인화 교실에 등록을 했는데
어느날 우연히
울 동네...
여기 한신 아파트 이사 와서
골백번도 더 드나든 곳인데
바로 중앙병원 옆에 서예학원이 있고
지나다보니 문인화라고 써 있어서
그날부터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다 좋은데 한 가지 약점이,
아주 고질병이 있어요.
작.심.삼.일...
아주 고약스런 병이지요.
요 병만 아니었던들
제가 오늘날 이러구러 집안 귀신처럼
집구석에 쳐박혀
행주질만 하고 있었겠습니까?
서예학원 등록했다니
울 남편 가상하단 눈으로 쳐다보더라구요.
그러든지 말든지
어쨌던 거금 가져다 들이밀었어요.
제가 뭘하면 정말 3일은 죽기 살기,
식음전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요한씨가
저렇게 열심히 하다가 병나서 드러눕지...
그랬지 뭡니까?
아... 진짜 열흘 댕겼나?
일본 여행 다녀오니
11월 15일
고마 큰일이 터진겁니다
사랑하는 아우가
하늘나라로 가버린 사건이 터진 거예요.
그 후 마음을 잡지 못해
본의 아니게 내리 한 달 쉬었어요.
그리고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관둘까 말까? 하다가
코흘리게 어린 초등학생들이
붓글씨 삼매경에 빠진 걸 보고
다시 용기를 내어
한글 궁체 겸해서 배우겠다고...
그러고 보니 이제 정식 한 달이 되어가네요.
한글 궁체는
줄 긋기만 잘 하면 된답니다.
선생님은 배우는것은 어렵지 않지만
누구던지 시일이 지나면
다 잘할수 있다고 하시는데
아..진짜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나 미친거 아녀?
무슨놈의 영화를 보겠다고
이 어려운걸 배운다고 나섰냐 말이야~
하루에도 수십번
제대로 써지지 않는 붓글씨 때문에
머리카락 한줌씩 쥐어 띁습니다.
아이들도 쓱쓱 잘 긋는 ㅣ ㅡ ㅏ ㅑ
왜 이리 발발 떨리면서 안 써지는지
정말로 사람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내 말은...
선생님이 써 준 채본을
열나절 들여다 보고
허공에다 손가락으로
수십번씩 그리기 까지 하는데
종이에 배껴 적는데 왜 그게 안되냐구요.
제가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 기다리면서
무의식적으로 허공에다 난초잎
이리 저리 그리고
그도 성에 안차서 손바닥에다
계속 난을 치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불쌍하단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더라구요
깜짝 놀라서 행동을 멈추었더니
그 할머니曰
아이구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구만
정신이 아주 나간것 같지는 않는데
에고 입성이랑 인물 아깝다.....
뭐 이랬다능..
이러구러 맨날
버라이어티 쌩쑈를 하면서 사는
소피아 아지매 입니다. ^^
어디에 힘을 둬야하는지
어디에서 힘을빼야 하는지...
아이구 골머리 빠개집니다.
한 획을 내리 그은다음
삼등분으로 해서 점을 찍어줘야한다는 공식입니다.
에고..한글도 이런 공식이 있는지 어찌 알았겠습니까?
이게 다 긁어 부스럼 만들기입니다.
붓글씨 이대로 가다간
맨날 머리카락 쥐어뽑는 나머지
대머리 아지매 되지싶어요.^^
내 딴에는 잘 썼다고
의기 양양 칭찬 받을줄 알았것만
이게 글씨를 쓴거냐 그림을 그려낸거냐
선생님의 일성에 고마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점이 삼분의 일 자리에 찍혀야 하는데
너무 붙어있다~는 지적입니다.
어쨌던...그린거나 쓴거나
뭐다 다르다고 그러시는지 나 원 참...
속으로 중얼대면서 대여섯장 쓰고 보니
그린것인지 쓴것인지
그 차이를 조금 느끼겠더라구요 ^^
역시 귀신은 속여도 선생님 눈은 못 속인다는...
집에 가져와서 요한씨에게 자랑하려고
엄청 공드려 썼는데...
ㄴ받침에 힘이 안들어 갔다고 찍어 눌러 주셨네요
내가 보기엔...
선생님이 채본에 써 주신것과 다름이 없어 보이는구만...
아니올시다~라네요 ㅋㅋ
위의 난 그림 두장은 선생님의 채본인데
이거 막 표구해서 집에다 걸어두면 딱인데....
열나절 고심 하면서 그린 난을 보시더니
난 (蘭)뿌리가 이게 뭐냐고..
아니..난의 뿌리가 시작되는지점이
쥐의 꼬리처럼 그려야 한다고 하셔 놓구선
평생 본적도 없는 쥐꼬리 상상하면서 그렸는데
이게 아니라고 하네요 에효~
이번에는 포기사이가 너무 들러 붙은데다가
옆으로 모두 누어있으니 되겠냐고 하십니다.
어째 이리 꼭꼭 찝어내시는지
국전추천작가 아니랠까봐..
아..진짜 보고 따라서 그리는건데
왜 이리 안되는지
애간장 다 녹아삡니다.
계속 한숨만 쉬는 소피아를 보기 딱했던지
금방 잘 할수있을거라고 시간이 가면
자연히 다 잘 그리게 된다고 말씀하시니
또 힘을 얻습니다.
내가 이번에야 말로
나이를 생각해서라도
끝을 확실하게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작.심.삼.년. 쯤..
산 위에 산...
첩첩산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우 난초잎 두어장 그리고 나니
이번에는 태산같은 바위가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 바위 10초만에 그리시는데
화선지 뚫어져다 쳐다보면서 10분만에 그린 바위...
또 아닙니다
선생님께 보이고 자시고 없어요
제가 보기에도 이건 정말 아니거든요
나..나 왜것밖에 안되는거야
울고싶어 집니다.
어째야쓰까이~
요한씨가 힘들게 벌어온 돈
비싼 먹 갈아서
화선지만 죽여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멋스럽게 사군자를 치고있을
장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열심히
죽어라 하고 먹을 갈고
또 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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