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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우아하게

삐뚤 빼뚤....줄 긋는데 열나절...

 

 

 

오늘 가까운 서예학원에 등록을 했다.

잘 아는 블벗님께서

수묵화를 얼마나 멋지게 그려내시는지

감탄만 하고 있다가

 

그리고 나보다 십년쯤이나 아래인

새블아 동기님이

문인화를 얼마나 멋지게 잘 그리는지...

넋을 놓고 바라보며 부러워하다가

정신이 번쩍 났다

 

 

맞아...

늦었다고 할때가 빠른법이야

나도 이제는

빈둥빈둥 놀고먹는 백수에서 탈출하여

건설적인 일을 쫌 해보자 싶어서리..

 

아이들이 다녀간 여름

그리고 초가을의 문턱에 닿을때까지

나는 하릴없이 무아지경에 빠진 사람마냥

세상 만사가 다 귀찮아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지나던 길에

서예학원을 보게되었고

때는 이때다

나도 배울수 있는지 물어보자 싶어서

가까운 병원 담장에다 잠깐 주차해 놓고

 10분 정도 상담하고 나왔더니

그사이에 주차위반 딱지가

떡 하니 붙어있었네...

 

에고...

그런것도 모르고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놨는데

저녁에 퇴근하던 요한씨가

위반딱지를 떼 가지고 와서

어딜가서 무슨짓 하느라고

주차위반 딱지 붙은것도 모르고있냐고...

 

간만에 건설적인 일 좀 해보자고 노력한것이

벌과금 딱지 사건으로

초장부터 기분 망쳐버렸다.

 

그러고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오늘 갑자기 무슨 바람불었나 몰라

에라 모르겠다

학원에나 가보자 하고설랑

아침 나절 분주하게 집안 일 해놓고

찾아간 서예학원

 

역시 젊으나 늙으나 공부가 힘 겹다는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답중에 정답이더라

50년도 더 전에 잡아 본 붓이

손에서 겉돌기만 할뿐

사부님이 한획 긋는데 1초도 안걸리는구만

아이고..원씨야

획 하나 긋는데 열나절

손은 또 왜 그리 떨리는지

삐뚤 빼뚤...

화선지에 줄무늬도 있더구만

줄 무늬 대로만 따라하면

그까짓 줄긋기하나 제대로 못할라구?

오만에 오산까지...나 원 참

내 손은  내 마음 같지않고

붓을 쥔 손은  제 마음대로 내 닿는다 .

 

삐뚤 빼뚤...

도대체가 초등학교 1학년보다 못한...

소피아 아지매의 줄긋기 작업

 

 

 줄도 제대로 못 긋는 대다가 두꺼웠다 가늘었다

도대체가 내 마음대로 되지않는 손,,,,

음식 만들듯 쉽게 쉽게 왜 안되는겨 시방...

그래도 첫 작품이라고

고이접어 가지고 오는데

우리 사부님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신다.

 

그래도 한술 밥에 배 부르랴

나도 초보운전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씽씽 잘도 다니고 있자녀 시방!!!

언제나 힘든일 부닥칠때 생각하는것

......

 

나는 무슨일이건

초보운전에 비기고 만다.

왜?

맨 처음 핸들잡고 벌벌기던 내가

 지금은  씽씽

어떤곳도 겁내지 않고 잘도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하하하

정말 보기에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이 나이에 서예학원 문을 두드린 용기가 어디냐 말이다

 

오늘 오후 학교가 파하고 온 초등학생들

6살부터 붓글씨는 배웠다는 4학년짜리 여자아이의

붓글씨를 보고 고마...

기절 안한게 다행이다

 

내가 왜 이 좋은걸 진즉에 배우지 못했던고

후회에

한탄에

그때부터 분심이 들기 시작해서 또 다시 삐뚤빼뚤

할수없이 쓰던글 접어서 집.으.로.

돌아 오고야 말았다.

 

이노무 획은 숨만 쉬어도 금방 표가나니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숨을 쉬지말라는 말인 모양이다

 

 

언젠가 이 종이 꺼내 들고 하하웃는 날이 오겠지

제발..그런날이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고대하며

다소곳이 앉아

사군자 치고있는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지금부터 너무 맘 설레고

 

 너무 기쁘고 즐겁다

상상은 자유라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