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가 작은오빠의 옛날 고리짝 편지들을
블로그에 공개하시는데,
조만간 모두들 기대하시는 반전 페레이드가 펼쳐질테니
모두들 기대하세요.
엄마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이
저희 삼남매를 두고,
정이 많다던가,
가정 교육을 잘 받았다던가,
속 안썩이고 성장했을거라고
오해들.들.들을 하시는데...
실은 저희가 자라면서
"나중에 너희같은 자식 낳아봐라"
이런 소리도 엄청 들었거든요.
그리고 자식은 애물단지라고...
나이가 이렇게 들었는데도 여전히 걱정하시고..
아마 저희가 걱정을 끼치는거겠죠..
저도 엄마랑 주고받은 편지가 굉장히 많은데,
오늘은 일단 일년 전쯤 보내주신
저희 아버지 편지를 공개하려고 해요.
모두들 손수건 지참하시고...
참고로 저희 아버지가 연세가 높으셔서
한글 맞춤법이 좀 약하세요..
하지만 필체도 뛰어나시고
한문은 추사 김정희 선생님이 질투하실 정도인데
필체까지 확인 못시켜드리는 점이 너무 아쉽네요.
맞춤법은 좀 틀리지만
아버지의 하늘같은 사랑이 글 속에 실려있기에
그대로 공개해 드립니다.
제가 2년 전에 델레웨어로 이사오고 나서
환경도 바뀌고,
또 이 근처가 알러지가 심해서
6개월 정도를 시름시름 앓았거든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치고 힘들고...
병원마다 다녀봐도 속 시원한 대답도 없고..
오죽하면 제가
"무병"이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예요.
아버지 약 한첩만 먹으면 벌떡 일어날것 같은데
아프다고 말씀드리면 걱정 하실것 같고..
한 6개월 병명도 모르는 채로 아프니까
나중에는
아이구 아버지 살려주세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구요.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고 제 상태를 설명하니까
전화기를 붙잡고 하염없이 우시던 우리 아버지...
며칠 후에 바로 빠른 국제우편으로
약을 보내주시면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사랑하는 내딸 연준아
보고푼대 아푸다고 약을 지어 보내고저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지금까지는 독한 마음으로 깡단으로 버티여왔지만
이재는 너의 나이가 00 이 되니 채력의 한계가 왔다고 보고
너무나 노력이 심하여 몸에 진기와 정기가 소모되여
몸속에 비자금(애나지)가 고갈되여
감기나 위력이 약하여 병을 물리칠 저항역이 부족하니
보 하지않고 먹지않코는 견디지 못한다.
몸이 물이 없고(고갈되고)
불이 이걸(글)거리고(화가 많아서) 있으니 보하라는 뜻이다.
잘먹고 살이부터야 (붙어야)힘이나고
피부가 윤택해지고 노래가 매꾸럽게 나올터인데
애비말을 너는 믿어주지 않코
시골 무지렁이 영감에 노망으로 인정하니
서운하고 야속하고 기맥키고 눈물이 앞서고
항상 목이 매여 허공만 바라본다.
동양 서양 세계적 아버지들 중에 나와같이 노력하고
오로지 가정과 자식들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가족을 위해서는 불이고 물속에도
뛰어덜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차저보아라.
너이들이 성공하여 돈벌어 달라는 말이 아니고
애비의 말을 들어달라는 뜻이다.
나죽거던 울지말라는 말을 수년전 부터 하였다.
연준아
고생하며 노력하며 지금에 너에 위치에 오르고저
그 얼마나 고생하였느냐
몸이 건강하여야 써먹을터인대
몸이 약하니 여러가지 저항역이 부족하니
채중을 늘여다오
보내는 약을 먹고 처방을 보내니
급하면 시카고나 뉴욕 한약방에서 지어서
자주 지어먹고 필요하면 내가 다시 지어 보내주마.
사랑하는 내 딸 연준아
나의 소원은
너에 채중 너르나는것(늘어나는것) 뿐이다.
인생 80 황혼기에 허무하고 답답하다.
때때로 너와 민서가 많이 보고푸고
앤디는 사랑하면서 마음을 전하지 못하니 답답하다.
몸조심하고 애비를 생각하여 채중을 불여다오.
연준아 민서 앤디 사랑한다.
그리워하는 애비가
2010.1.7
약을 대릴때 펼리할까 생각하고 보자기를 보낸다.
1.한약첩을 풀어서 약자루에 너코
약첩 종이를 빼고 자루 입구 난간에 실끈으로 매고
2.왜 난간에 매느냐면 자루안에 한약너코 공간이 많으야
물이 많이 들어가서 우러나리라 생각되기에
견본자루 묶어보낸다.
재탕 짤때 어미가 힘들까하여서
만약 약이 물에 불으면 자루가 적구나 생각되면
한첩을 두 자루에 너코 대리면,대려서 자루만 건지면 되겠기에...
약물 마시고 재탕때까지는
약자루를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하였다 재탕하면 되고..
알아서 하여라.
약보자기는 빨아서 말리여 다시 사용해도 된다.
제가 혹시라도 서툴게 약을 달여먹을까봐서
약 달이는 방법과
설명을 보고도 못 따라할까 싶으셨는지
약보자기 하나에다는
민서먹을 인삼 캔디를 약처럼 넣고
보자기 끝자락을 꼭 묶어서
이렇게 사용하라고 보내셨어요.
그리고 약첩을 얼마나 꽁꽁 묶으시고
테이프로 몇 겹을 둘러감으신 뒤에,
제 팔팔한 성격때문에
테이프 벗기다가 지레 성질 낼까봐
일일이 번호를 써서 붙이시고
번호대로 뜯어내게 해주셨어요.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자식사랑 하는 마음은 다 똑같겠지만
정말 저희 아버지를 생각하면....
정말 정말 잘 해드리고,효도 많이 해야하는데...
저희가 이렇게 사랑받고 컸고,
이 나이가 되도록 이렇게 사랑해주시는데
저희가 해드리는게 없어서 항상 죄송할 따름이예요.
혹시 아버지의 편지를 읽으시면서
너무 많이들 우실까봐서 한 말씀 드리자면...
일단은 제 나이 부분은 삭제 했읍니다..
흠흠...좀 삭은 28이라고
뻑뻑 우기면 아직 먹히거든요..
그리고 제가 실은 별로 마른 편이 아니구요...
저희 아버지가 원래 통통한 체형과 영계를 사랑하셔서...
저희 엄마보시면 아시겠죠?
어떤 날은 한의원에 당장 내려와 보라고 막 전화를 하세요...
엄청 예쁜 아이가 왔다고 빨리 와서 보라고 하시는데
막상 내려가보면
살짝 비만 아동들 보고 굉장히 예뻐하세요 --;;
편지에는 애비 평생 소원은 네가 살찌는 것이다 하셨지만..
평소 말씀을 고대로 옮겨보자면..
내가 이 금호동 골짜기에서 알아주는 명의인데
딱 두가지 못고치는게 있다.
딸년 살 찌우는것과 마누라 살 못빼주는것!!!
이제 아버지 뵐 날도 얼마 안 남았네요..
이번에 가면
정말 함께 시간도 많이 보내고,
사진도 많이 찍어드리고,
또 창 부르시는 것도
꼭 녹음해보리라 다짐합니다.
사랑해요 아버지
오래 오래 사세요
저는 아버지 없으면 못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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