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엄마 생일을 잊어먹고 지낸게 계속 맘에 걸리는 막내딸입니다.
생일 선물 보내 드리기엔 시간적으로 너무 늦은것 같아서 엄마가 오시면 해드리기로 하고,
민서 얘기로 대신 웃겨 드리려구요..
근데 난 우리 아들이니까 하는 짓이 다 이쁘고 귀여운데
,"하나도 안 귀엽구만.."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엄마도 내가 해주는 이야기 듣고 혹시 너무 웃어서 또 눈 밑에 피멍이 드는 일이 없도록
눈 주위를 손으로 잘 싸안고 이 글을 읽도록 하세용.
요즘 민서가 한참 말을 배우느라고 뭐라고 뭐라고 하루 종일 쏼라쏼라 하는데
제 눈에도 지 에미가 잘 못알아듣고 딴소리를 하면 답답한지 발을 구르면서 몇번이나 반복합니다.
"업스티,업스티!!"
제가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뭐라고? 물으면 첨엔 음절을 끊어서 "업.스.티!" 하다가
그래도 제가 양미간에 주름을 잡고 뭐라꼬?? 하면 그떄부터 막 울부짖습니다.
"어업스티이~~어업스티이~~"
나중에 신랑이 와서 듣더니만 단박에 "Oh,Upstair!!" 하더군요.
그래,니들 영어권이다....이놈시키,"위층" 그러거나 "이층" 그러면 쉬운데
왜 업스티 라고 해서 사람 무식하게 만드냐고~~
저는 저대로 무슨 말인지도 못알아듣겠고,우는 아이 달래느라 진이 빠질대로 빠져있다가
"업스테어" 라는 말을 들으니까 열 받더라구요.
"야,너 발 없어? 니가 올라가면 되지
왜 나보고 업스테어 가자고 그러는거야 앙? 앙?" 하면서 성질 냈읍니다.
완전 승질 1000단 에미입니다.
하지만 이쁜짓 할때가 더 많아요.
아래의 사진은 제가 이태리 있을 때 노래하는 후배한테 얻은 에어로빅 비디오 인데,
제가 띵겨먹은게 아니고,그 친구가 워낙 거구의 베이스 가수였는데 막 결혼하고 나서
자기가 이 비디오를 틀어놓고 에어로빅을 하니까 와이프가 웃다가 거의 거품 물고 쓰러지길래
너무 자존심 상한다고 저보고 가지라고 주대요.
그떄부터 민서 낳기까지 거의 하루도 안 뺴놓고 틀어놓고 장장 두 시간씩
아령들고 운동하던 씬디 크로포드의 에어로빅 비디오 입니다.
하도 틀어제껴서 가끔 화면에 비도 내리고 ㅎㅎㅎㅎ
근데 요즘은 신랑이 이걸 틀어놓고 운동을 하고
저는 주로 느긋하게 커피 마시면서 신랑 운동하는거 보면서 코치만 해줍니다.
"다리를 더 쭉 뻗으라고...그래가지고는 운동이 안되지.." 하면서...
근데 우리 민서가 이 비디오만 돌아가면 좋아라 박수를 치면서 "마미,마미" 합니다.
핫핫핫..도대체 내 어디가 씬디 크로포드와 닮았는지 모르지만...
긴 다리? 잘록한 허리? 탄탄한 어깨?
에효....어쨌거나 민서 눈에는 우리 둘이 닮아 보이나 봅니다.
땡꾸! 민서 발음 입니다.
지금 보니 헝클어진 헤어스탈만 닮았네요.
요즘 민서한테 숫자를 가르치는데 제가 먼저 말하면 곧잘 따라서 일,이,삼,사,오,육...하면서
십까지 거뜬하게 한국말로 셉니다.
그리고 숫자를 가리키면 1,3,5,8 은 정확하게 일,삼,오,팔 이라고 하는데
6 보고 육이랬다가 구 랬다가 지 기분내키는 대로 육 에서 구 로 왔다갔다 하구요..
1 부터 6까지만 깨우치면 이제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가르치려고 했는데
2,4는 아예 모르고 6은 헷갈려하니..반짝 반짝 작은 별 노래를 아주 좋아하는데
계명으로 "도도 솔솔 라라 솔,파파 미미 레레 도" 그렇쟎아요.
번호로 전환하면 1 1 5 5 6 6 5,4 4 3 3 2 2 1 이런식이 되니까
1부터 6까지만 알면 피아노 건반에 숫자 스티커를 붙여놓고 번호로 치는 연습을 시키려고 하는데
아는 숫자를 제대로 몰라서 기다리고 있는 중예요.
바이얼린이나 첼로 같이 돈 드는 악기나 레슨은 못 시키고 집에 있는 피아노와
기타로만 음악 레슨 해주려고해요...어떻게든 집에 있는걸로 다 때웁니다.
알파벳은 아무리 갈쳐줘도 대문자 M 밖에 모릅니다..
언제는 겁나게 영어권인 척 하드만...
그런데 W 를 보면 지 혼자 고개를 거꾸로 쳐박고는 거꾸로 보면서 "엠" 그럽니다.ㅎㅎㅎ
거꾸로 된 모습이라고 신랑이 "업 사이드 다운" Up side down 이라고 하니까
"엄싸다웅" 하면서 고개를 까꾸로 쳐박고는 "엠,엄싸다웅"을 외쳐 부릅니다.
사물을 보고 단어도 곧잘 말하는데 (복수로 S붙여서)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보고
"코오오온" 하면서 제법 알 발음까지 챙겨서 말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어느 날은 이 옥수수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만 "엠" 하는거예요.
오호...어린것이 역시 안목이 보통이 아닌것이,어찌 옥수수를 보고는 "엠"을 연상을 했는지 신통 방통합니다.
옛날 고리짝에 산 사기로 만들어진 제품인데 끜이 좀 깨어졌네요.진짜 "엠" 자가 보이죠?
민서가 집에 있을때는 거의 왼종일 텔레비젼을 틀어놓고 삽니다.
토마스 츄츄 트레인 디비디를 이거저거로 갈아끼워라,
틈틈이 "뽀로로"도 한번씩 봐줘야하고,
" 네모를 찾아서"도 잊을만 하면 한번씩,"라이언 킹"도 섭섭지 않게 봐주고,
제 컴퓨터로는 유튜브에 연결해놓고 끊임없이 토마스 노래를 틀어놓고
지가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일어나서 발을 구르고 미친듯이 좋아라 합니다 --::
음악성이 보이지만,음악한다고 하면 호적에서 파버릴팅께...
하지만 저녁때는 아빠,엄마랑 누워서 꼭 책을 몇권씩 읽고 잠이 듭니다.
아기침대는 거의 쓴적이 없고...
그냥 일종의 전시물이고 저희 침대에서 같이 자곤 했는데,
시부모님 오시면 쓰시라고 에어 메트리스를 장만했는데 아예 그걸 펴놓고,
민서 혼자 이리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잡니다.
물론 새벽에 깨서 울부짖으면 그떄부터 저랑 민서랑 동침하지만요...
요즘에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해서 큰맘 먹고
산타할아버지가 나오는 입체 그림책을 사줬더니만
잠깐 앗!! 하는 사이에 산타 할아버지도 관절마다 다 뜯어놓고,
루돌프도 뿔을 얼마나 잘게 녹용 썰듯 잘라 놓았는지...
뜯을때마다 스카치테입으로 수술을 해주곤 했더니만 이제 수술 부위가 너무 무거워져서
책을 펼치면 뿔이 번쩍 들려야 하는데 테입 무게로 앞으로 휙 고꾸라져 버립니다.
민서는 당근 흥미를 잃었죠...
그래서 어제는 한동안 안 꺼내보던 "Pat the Bunny" 책을 읽어줬어요.
한국말로 하자면 "토끼를 토닥거리자" 정도 되겠죠?
안에 각 페이지 마다 아이의 감각을 느낄수 있도록 토끼는 보드라운 털로 해놓고,
아빠가 면도하는 장면에는 아빠 구레나룻 부분에 깔깔한 사포를 붙여놓고...
뭐 그런 식이예요.
Pat the Bunny 책이예요.
등장인물로는 폴과 쥬디라는 남매구요...쥬디가 토끼를 토닥거리고 있죠?
오른쪽 페이지는 토끼털을 만지면서 느낌을 알아보는 거예요.
그래서 아빠 면도하는 깔깔한 얼굴도 만져보고 하다가
폴이 향긋한 꽃냄새를 맡는 페이지에 왔어요.
오른쪽 페이지 꽃그림에는 작은 구멍이 있고,
향수패취가 안에 있어서 정말로 꽃냄새가 나구요,
왼쪽 페이지에는 폴이 꽃냄새를 맡는 그림이 있네요.
"민서야...폴이 뭐하고 있을까?" 제가 물었어요.
"뿌뿌" 켁!! 영어로 Poo Poo 응가라는 말이예요.
그러고보니 폴이 좀 엉거주춤 서있고 한쪽 손은 마치 뒷처리를 하는듯하게도 보이더라구요.
아이구...세상에...어쩜 이게 니 눈에는 응가하는걸로 보이냐...
너 한국에서 학교 다녔으면 맨날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호출 깨나 받았겠다.
하지만 미국이니까 너처럼 넓게 사고하는걸 보고 예술적 안목이 트였다고 하지....
아...웃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이 악물고 웃음을 참고 이제 마지막 페이지에 왔읍니다.
폴과 쥬디가 바이 바이를 하네요...아가도 바이 바이 해야겠죠?
근데 민서가 폴과 쥬디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만 "터틀" 하더라구요 아쿠야!!!
민서 눈에는 얘들이 거북이를 닮아 보이나봐요.
자세히 보니 정말 눈도 양쪽으로 멀리 그려 놓았고,코도 한국처럼 길게 니은 자로 그린게 아니고
콧구멍만 땐땐 찍어놓았네요....어찌보니 또 거북이 같기도 해요.
이건 지난 여름에 아쿠아리움에 갔다가 사준 민서의 거북이 인형인데...정말 폴하고 좀 닮지 않았나요?
아...이 아이의 예술성이 감당이 안되네요.
민서야...예술을 즐기는건 좋지만 직업으로 삼진 말아라...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정통 예술은 못하고 대중이 좋아할 만한 음악만 하게 된단다....흑흑
아...예술가 납시요.
얼마전에 데이케어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다길래 때빼고 광내고...
준원이가 입던 조끼까지 입혀가지고 구두 신겨서 보냈더니만 오후에 델러가보니
애가 힘들어서 죽을라고 하더라구요.
맨날 츄레닝만 입고 운동화 신고 뛰놀다가 하루 양복 바지 입었다고 그날 정말 쿨쿨 잘 잤읍니다.
이건 할로윈떄 강아지 옷이나 토마스 츄츄 트레인 옷 입혀서 델고 나갈라고 두개나 샀는데,
옷을 입히니까 얼마나 울고 짜고 떼를 쓰면서 저보고 입으라고 난리를 부려서
결국 제가 토마스 옷을 입고 집안에 들어앉아서 애들 오면 나눠주려고 샀던 쵸컬릿만 다 까먹고...
이 티셔츠는 뼈그림이 야광이예요...불끄면 뼈만 번쩍번쩍 하는데...
그래도 할로윈 기념이라 이 티셔츠 입고 한방 찍었네요.
우리 아들 민서를 예술가로 키울지 말지....제게 조언 좀 주세요...
한 집안에 예술가는 하나면 되는디....
우리집은 엄마,아빠에다 민서까지 예술한다 그러면 이제 콩가루 빻는 수 밖에 없어요 흑흑흑
'뉴욕에서 날아온 love let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넓고도 좁은 세상이라더니만!!! (0) | 2010.06.06 |
---|---|
아버지 은혜는 하늘같아서... (0) | 2010.01.21 |
다시...미국이닷!!!! (0) | 2009.10.02 |
할머니.. 플리즈...come back home !!!! (0) | 2009.10.02 |
울트라 캡쑝 good 니우쓰 ^^* 허걱!!! (0) | 2009.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