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안녕하세요,날씨가 너무 춥죠.
오늘은 꼭 인사를 드리려고 맘 먹고 일찍 일어났어요.
10월 8일날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는 제 아침은 항상 11시쯤 시작합니다.
그 전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요가하고 꽃단장하고 하루를 시작하던 시절은
정말 있었던가 싶게 까마득하고,
밤새 2시간에 한번씩 우유 먹이고 트림 시키고,기저귀 갈고...
그러다보면 자는둥 마는둥 하다가 아침에야 좀 잠을 잡니다.
근데...이 대부분은 엄마가 다 해줬는데 제가 왜 피곤하냐고요...
근 3개월을 도와주던 엄마가 어제 시카고 오빠네로 가셨어요.
어제 오후에 엄마를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오면서부터 신랑은 울부짖습니다.
"할머니,come back home!!"
아기가 아직까지 신랑 얼굴에 적응이 안되서 신랑만 보면 일단 10분 정도 울다가 그쳐요,
아마 제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미쿡살람 보면 죽어라 울어요,
엄마랑 번갈아가면 업어주고,안아주고 할 때와는 달리,저 혼자 업어주려니
등근육이 마구 발달되어 가는 느낌이예요.
내년에 절 보시면 "떡대 좋다" 라는 느낌이 확 드실 겁니다.
아기 낳고 살이 많이 쪄서,어찌 다이어트를 하나 고민했는데..이젠 고민 끝이예요.
어제 하루 종일 아기와 있다보니 일단 밥 먹을 시간도 없는건 물론이구...ㅎㅎㅎ 머리도 수세미,
옷도 젖 토한 냄새가 배서 정말 꼬라지가 말이 아닙니다.
제가 봐도 이러다가 신랑이 도망가겠다는 생각이 마구 드는데 막상 신랑은 저보고
쎅시 하답니다...아니,쎅시가 어디가서 접시물에 코박고 죽었는지 원...
엄마 계실때가 진짜 좋았는데..우렁각시처럼 청소도 싹 해놓고,밥 해주고,빨래해주고,
미싱으로 아기 포대기도 만들어주고,신랑 양말도 기워주고...삼시 세끼 (저는 하루 여섯끼 ㅎㅎ) 완전
떡 벌어지게 차려서 최고급 요리만 해주던 엄마가 안계시니까 벌써 상차림이 틀려졌어요.
그래도 엄마가 앞으로 한달 먹을 정도의 분량을 냉동실에 저장해놓고 가셔서
대부분 데워서 먹기만 하면 되는데도
신랑은 어머니 계실때랑 다르다고 하면서 나중에 꼭 같이 살자네요.
우리 엄마는 그 동안 말 안통한다고 속 답답해 죽겠다고 하셨는데..
엄마가 이 소릴 들으면 어이쿠 하면서 손사래를 치실거 같아요.
신랑은 벌써 출근하고,아기는 지금 코를 골면서 자고 있어요.
눈 뜨고 있는 모습은 미쿡살람 같은데,눈 감고 자는 모습은 꼭 한국사람 같아요.
근데 속눈썹이 압권이예요..거의 1cm 정도 되게 긴데...문제는 반이 한국사람인지라 직모가 섞여있다는 거죠.
쟤가 아이 보일까 싶도록 무성한 눈썹이 어떤건 위로 말려올라갔고,어떤건 앞으로 삐죽삐죽 합니다.
나중에 기어다닐때는 마루에 엎어놓으려고 해요.
눈썹으로 마루를 쓸고 다녀도 될 정도예요.
이제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라 저희도 시댁에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버지니아까지 차로 8시간인데 아기가 잘 견뎌낼지 걱정입니다.
비행기로 여행하는 것도 생각해봤는데,중간에 갈아타고 다시 차로 시댁까지 가는걸 생각하면
거의 같은 시간대라 그냥 차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혹시 울더라도 다른 사람들 한테 폐도 안되고해서요.
어제 오전에 시댁에 가지고 갈 선물을 이것저것 사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크리스마스 선물도 못 챙겨드렸는데...우리가 시댁 가야한다고 막 등떠밀어서 보낸것 같아서 너무 속이 상해요.
신랑도 선물들 고르면서 제 눈치를 보면서 그러더라구요.
어머니 가실때 좋은 선물 사드렸어야 하는건데,자기가 미처 생각을 못했다면서
나중에 2월에 오빠네 아기 돌때 가면 꼭 선물 사드리고 오자고 하네요....기특한 것.
저희는 내년 여름에 한국에 나갈 생각이예요.
아직 저희 아버지가 아기를 못 보셨는데...여름에 데리고 나가서 보여드리려구요.
지금은 완전 아줌마로 변했지만,여름까지 일단 살 빼고,스타일 업시켜서 뵙겠읍니다.
아이구...이 웬수같은 살만 빠져도 스타일이 그냥 확 살아주는건데...
아,그렇다고 제가 주저앉아서 애보고 살림만 한다고 걱정하지는 마세요.
임신 막달 까지도 오디션 하러 다니고 해서 내년 2월에 오페라 "사랑의 묘약" 을 시카고에서 다시 하게됐어요.
그리고 제가 꿈꿔왔던 청각 장애자를 위한 음악회도 내년 5월경에 버지니아에서 열 계획이예요.
5월 연주는 특히 청각장애를 가진 어린이부터 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음악회인데
그 중에느 특히 시각장애도 함께 가진 친구들도 있다고 해서 음악과 Muli-Media 말고 어떤 것을 더 첨가시킬까 고민하고 있는 중이예요.
저도 노래 한곡 정도는 수화를 하면서 하려고 연습하는 중이구요.
근데...수화는 만국 공용어 인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저는 지금 영어도 된 수화로 연습하고 있어요.
물론 신랑이 많이 도와줬구요..연주도 물론 같이 할거예요.
모습만 아줌마로 바뀌었지,노래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활활 불타고 있으니까 걱정마세요.
여러분 모두 행복한 성탄절 보내시고,내년에도 희망하시는 모든 일을 이루시는 2008년이 되길 기원합니다.
언제가 될지..시간 나는대로 연락 드리고,내년 여름쯤에 한국에서 뵙겠읍니다.
안녕히..
서연준 글라라 드림
아..그리고 제가 쓰는 다른 이멜주소를 드릴께요.
chiaraseo@hotmail.com 이나 chiaraseo@gmail.com
연락이 필요하실때 이 주소로 해주시면 제가 실수 없이 받을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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