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글이 있는 집 * 에서 모셔온 글입니다.
예전 대학에 다닐 때, 어느 찻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입니다.
함께 일하던 친구가 주인에 의해 불려 나가 손님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했던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날 주방 설거지 담당 할머니께서 나오시지 못해 서빙도 하면서 설거지도 함께 해야만 했었는데, 혼이 나갈 정도로 바쁜 와중에, 친구가 설거지를 해서 음료를 만들어 나간다는 게 그만 수세미 조각이 그릇에 남았었나 봅니다.
아시죠? 초록색 납작한 옛날 수세미 말입니다.
이 수세미는 오래 쓰다 보면 너덜너덜 해지면서 주변부터 뜯겨나갑니다.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도 다 마시고 난 커피잔 바닥에서 이런 게 나왔으니 손님의 언성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요. 친구는 사장에게 얻어들을 만큼 얻어듣다가 결국 울분에 못 이겨 일을 그만두고 말았습니다.
자~ 이 사건은 일단 고의는 아닙니다. 그렇죠?
물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설거지 하다가 이물질이 남는 일도 있을 테고, 누군가는 재수없게 그걸 먹게도 되겠지요. 문제는 이러한 우연이 아니라 고의에 의한 사고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바대로 한국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노고는 어떤 다른 나라보다 더 지독합니다.
일하는 사람을 몸종 부리듯 하는 많은 분들이 있지요.
이 거 달라, 저거 달라... 잔반을 없애기 위해 반찬을 조금씩 담는 식당에서 반찬을 더 달라는 소리는 어쩔 수 없는 경우이니 그렇다 칩니다. 하지만 밥 한번 먹으러 왔다가 가는 순간까지 온갖 요구를 다 하고 가는 사람들, 그게 당연한 줄 아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 하나 더 들자면, 아이가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가만히 방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화상 등의 사고라도 생길라 치면 가장 시끄러울 케이스이니, 뜨거운 음식을 탁자까지 옮기셔야 하는 분들이 뛰는 아이에게 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실정입니다.
저도 아이 길러봤지만, 천방지축 돌아다니는 아이 잡기란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잘 압니다.
잡아오면 또 일어서 뛰어가고 또 잡으러 다니고... 게다가 기존에 안 돌아다니던 아이도 다른 아이들이 돌아다니면 똑같이 하고 싶어합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아예 아이를 잡을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분들, 의외로 많습니다.
식당이라는 곳이 아이에게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라 생각한다면 한참을 그렇게 방치하게 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비단 '화상'의 위험만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돌아다니다가 무심코 이것저것 입으로 가져갑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탁자에 가서 '남의 입에서 나온 것들(뜯다가 만 뼈다귀, 까먹고 난 새우, 담배꽁초 등)'을 입에 넣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일하시는 분들이 아이에 대해 가끔 '아이 좀 잡으세요!"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 아주 못마땅한 얼굴로 잠깐 데려갔다가, 잠시 후 같은 상황이 다시 연출되지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의 말쯤은 그저 흘려버리는 것일까요?
온갖 까탈을 부리는 사람들, 이런저런 얌체족들, 일하는 사람을 몸종으로 아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일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에게 '먹을 걸 가져다 주시는 분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영화에서 보면, 이런 경우 어떻게 하나요?
가장 흔한 게, 먹을 음식에다 손가락 담가서 가져다 주는 경우죠.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손, 사실 깨끗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을 가져다 주기 바로 전에는 남들이 먹던 음식을 치웠던 손이죠. 한식의 특성상, 음식을 먹고 난 자리를 치우는 건 그다지 깨끗한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일일이 탁자를 치울 때마다 손을 씻을 수 있겠습니까.
손가락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더 심한 경우를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가끔 보게 됩니다.
방금 거둬온 음식을 다시 담아 가져다 주는 일, 쓰레기통에서 뭔가를 끄집어 내어 적당하게 믹스해주는 일, 자신의 타액을 뱉어넣는 일 등, 어디까지나 영화일 것 같기만 한 일들이 식당 주방에서 연출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보는 사람만 없다면 뭔 짓인들 못 하겠습니까. 일하시는 분들도 사람인데요.
그러다 걸려서 설령 그만두게 되더라도 식당 서빙 자리는 넘칩니다. 오히려 식당에서 사람을 못 구해 안달인 경우가 더 많지요. 전 직장에서의 이력에 대해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심한 억측이라 하실 분 있으실지 모릅니다.
당연합니다.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다 영화속 인물들과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일방적으로 당하고 속상하고 마시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식당이라는 곳이 자체로서도 바닥이 센 곳 중 하나입니다. 거기서 일을 하다 보면 온순한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 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바뀌는 법을 터득하게 되지요. 언제까지나 손님에게 당하고 눈물 바람만 하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사회자의 질문: 남편이 속상하게 할 때는 어떻게 하세요?
그에 대한 대답: 콩나물 안 씻고 무쳐서 줘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듣는 사람으로서는 유쾌하지 않았지만,
이것이 음식을 주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인 셈입니다.
그 방송인, 살림 잘 하기로 이름난 분들 중 한 분이지만, 그 분의 입에서도 이런 말이 나오니,
우리가 찾는 식당의 경우는 어떨까 생각해 볼 만 하지 않습니까?
예전에 '김돌쇠'라는 백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두 선비가 그에게 고기를 사러 왔다지요.
먼저 온 선비는 호령을 하며,
"돌쇠야! 고기 한 근만 다오!" 라고 말했고,
다음으로 온 선비는 나직히,
"김서방 고기 한 근만 주게나!" 했답니다.
이내 고기를 받아들고 보니, 나중에 말한 선비의 고기가 곱절은 더 많았다고 합니다.
먼저 말한 선비가 성을 내며 물었지요.
"왜 내 고기가 저 사람 고기보다 훨씬 더 적은 것이냐?" 하구요.
백정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처음 고기는 돌쇠가 자른 것이고, 다음 고기는 김서방이 잘라서 그런 것입니다."
돌쇠가 아닌 김서방의 고기가 곱절이나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신다면, 결코 다른 사람을 '돌쇠'라 함부로 칭할 일도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사람 상대하는 일, 이거 무지 힘든 일입니다. 게다가 '서빙'이라는 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힘든 노동이죠. 그분들에게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한다면 그게 다 본인에게로 돌아옵니다.
요즘 식당들, 웬만하면 체계나 규율이 엄격하게 서 있는 곳 많습니다.
주먹구구로 장사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일반 회사나 다름없는 시스템으로,
보다 나은 직원 교육과 서비스를 위해 많은 분들이 애쓰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열거한 예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시면 정답이구요, 그 정도의 일이 발생할 만큼 종업원을 부리고 호령하는 일은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에, 또 서비스직에 계시는 분들의 노고를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차원에서 이 글을 한번 적어 보았습니다.
'나' 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돌쇠'가 아니라 '김서방'이고 싶은 법이니까요.
시간이 깊어져서 자려고 보니, 글을 오해하신 어느 분이 댓글을 다셨군요.
원제를 보십시요.
'식당에서 까탈을 부리면 안 되는 이유'에다 괜히 '너무'라는 단어를 넣은 게 아닙니다.
돈을 내고 밥을 먹는 사람은 당연히 어느 정도의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언급한 대로, 식당마다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 교육' 등으로 웬만한 까탈스러움은 각오하지요.
제가 말씀드린 경우는 '몸종 부리듯 하는' 태도입니다.
예의는 당연히 일방이 아닌 서로간에 지켜져야 하는 것이구요,
손님보다는 식당측에서 이런 부분들이 더 잘 이뤄져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합니다.
그렇지, 택시를 타고도 손님이 먼저 인사해야 하고.. 이런 식의 비유는 지나친 억측이군요.
* 살면서 너무 공감이 가는 글이라 모셔왔습니다 글 쓴 분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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