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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시츄에이션

실.수.연.발. 장소피아 아지매!!!

 

 

지난 2월 25일...

30여년을 계속해서 만나는 동산초등학교 친목모임이었어요

일년에 잘해봐야 너댓번 만나기도 힘든데 이번에야 말로

햇수로 2년만에 달수로는 5개월 만에 만나자는 연락이 왔지뭡니까?

 

가뜩이나 봄바람이 아지랑이라도 일듯이 따뜻한데...

오랫만에 허파에 바람이라도 들듯이 마음이 방방 뜬채

만남의 장소인 정발산역을 향해 지하철 3호선에 올랐습니다

 

집안귀신인 소피아가 모처럼의 봄  나들이라고 마음이 들떠..

정성들여 예쁘게 분단장에다 맵씨나는

바지정장에다 썬글래스꺼정 끼고 갔더라네요.

 

제가 정신이 없다는걸 늘 머리속에 입력시키면서 살지만

가는곳 마다 한가지씩 빠트리고 오는 게 주 특기라서

 항상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살피기도 합니다.

 

모처럼 엄마들과  만난곳은..

일산에 살고 있어 맛있는집이라고 미배어머니가 예약해놓은 

탈랜트인 분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갈비집이었어요.

 

분위기도 조용하고 손님들도 별로 없어서

마음놓고 수다도 떨며 서로 서로 뭐하느냐

예뻐졌다 쌍가풀 수술어디가 잘하냐? 점빼는데 얼마냐 ..

뭐  대략 이런 정보도 주고 받고 또 수제 천연비누 만든다...

어디서 재료사냐?  나도 갈쳐달라  같이 가서 재료사자...

이러고 세시간동안 노닥노닥 했더랬어요.

 

고기도 맛있고 모처럼 마주하니 이야기도 정겹고

정말 오랫만에 만나는 기쁨을 만끽했었죠

그러다  제가 화장실 잠깐 다녀나오는 동안

일행들이 모두 일어나서 나오고 있어서 그길로 합세....ㅣ

미배엄마랑 헤여져 우리 4명은 전철타고

한줄에 앉아 또 다시 수다 삼매경!!!

 

내일 꼭 같이 만나 비누재료 사러가자 철썩같이 약속했지만...

나는 그날로 꼭 비누재료상에 볼일이 있어 들러야 한다고

을지로 3가 역에서 하차!!!

지하도를 통해 4가역까지 가는동안 얀쪽으로 즐비한 상가엔

근사한 옷들이 50% 세일이란 프랑카드를 걸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하는거 였어요

 

마침 울 남편한테 어울릴만한 라꼬스떼 쟘바를 발견하고 들어갔어요.

정가 385000원짜리 100% 울쟘바가 단돈 70000원 !!!

아이고 이게 웬 횡제 가격이냐? 살림엔 눈이 보배란다

이게 우째 내 눈에 띄게 되다니....

몸판 앞뒤로는 짙은색 체크에다 소매랑 카라가 검정인

얌전하면서도 고급스런 쟘바를 용케 건졌다고 나름대로

 희희낙낙 돌아오는 발걸음이 재빨라 지더라구요

 

그러다 마침 쇼윈도우에 불이 환하게 켜진 안경집을 보자

뭔가 약간 이상한게 고개를 갸웃갸웃...왜지? 왜지?

아하~~맞다  내가  아침에 집 나올때 썬글래스 쓰고 나왔지?

근데...그거 어디간겨 시방??

 

순간 가슴이 철렁!!!

매고가던 백팩을 얼른 내려 지하도 한쪽 귀퉁이에 서서 디비적 디비적!!!

에구...원씨야 이걸 우짜노?

아이구 내 글케나 잊아먹지 말라꼬 최면까지 걸었구만...

또  정신머리 쫌봐...이거 벌써 안경 두고 왔구만우짜노 클났네....

그때 부턴 가슴이 마구 마구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네요.

 

일산이라 돌아가기도 그렇고...

미배엄마한테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를 않자

 심장이 뛰는 소리가 쿵쿵하고 물래방아간 바퀴도는 소리로 울리더라구요.

 

그래.. 114에다 전화를 걸어 정발산의XX 갈비집을 대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바로 연결....

얌전하신 주인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도 제 잘못으로 인한 것이니 아주 상냥하게 말했죠 미안 하지만...

이차저차 해서 창가쪽에 앉았던 5명 팀인데

아무래도 썬글래스를 창턱에다 올려둔것 같다구요...

 

그랬더니 자기네 음식점엔 어떤 귀한 물건이라도 손님들에게 돌려주는데

 썬글래스 주웠다는 소리 못들었다고

그럼 ..혹시 제가 상위에 올려놨을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만 찾아봐 주시면 고맙겠다...

왜냐하면 제가 화장실에서 나오니까 일행들이 모두 신발을 신은 상태라

깜빡하고 안경을 둔체로 따라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주인 아주머니 말씀은 찾아봐도 없다는거예요

나보구 한번 잘 찾아보던가 아니면 어디 들러서 놓고 갔을수도 있으니까

잘 생각해보라고 현장엔 없다고...

 

그래 저는 그랬어요 어디 들린데도없고

가방안에도없고 오직 들린곳이 그곳 음식점이다...

 

없다니 할수없지 어떻게 하겠냐 다~제 실수니까 알았다고 하곤

 다시 미배어머니께 전화....

여차 저차 해서 썬글래쓰 잊어먹었다니까

 자기가 직접 전화해본다고 하더니만 역.시.나.

카메라며 핸드백도 줏어뒀다 주는데 정말로 썬글래쓰는 없었다!!!!!

네...미배어머니가 더 미안해 했어요.

 

저두 뭐 어쩌겠어요 이미 없어진건데 ..

걱정말라고 그거 싼거라 부담없으니 걱정 안해도 된다고 안심시키고...

비누가게들러 이것 저것 사서 미친듯이 우체국가서 소포 부치고

저녁밥 먹으면서 썬글래쓰 잊어먹은것 하마터면 발설할뻔...

그랬단 남편한테 좋은소리 못듣는게 뻔한데...

기냥 나몰라라 하하 호호 하면서 넘어갔죠

 

그리고 그 이틑날 26일...느지막히 10시쯤 일어났나봐요

하지만 별 할일도 없어 집안 대청소에 현관바닥 닦고..

.빨래 돌려서 널고...

오후 3시쯤 잠깐 나갈일이 있어 화장지갑을 여니까

세상에....내가 어느사이에....동작도 빠르지...

거기다 내 썬글래쓰 얌전하게 접어서 집어 넣어 뒀더라구요

그걸 보는 순간 얼굴이 확 붉어 지는게

세상에 이틀 연짱 무슨 이런 실수연발을 하고 다닌다냐..

 

아이구 나는 사람이아니여 인간도 아닌게비..

에지간 해야지 이게 무신 꼴이여 글쎄 ...내가 왜 이러냐???????

속이 마구 상해서 눈물까지 나오데요...

그러면서 또 너무 너무 웃긴거예요

내가 정말 세상 그만 살라고 이짓하나 싶은게...

보기엔 멀쩡하게 생겨가지곤 이게 무슨짓인지 부끄럽고 우사스러운건 둘째고

자꾸만 기가막혀 웃음이나데요

 

미배엄마에게 전화했어요

화장지갑속에 그 큰 썬글래스가 쑤셔박혀 있더라구요..

그래도 기특하게도 잊어먹지 않을려고..

나도 몰래 내 손이 언제 거기넣어 뒀나몰라요 하면서리 (넉살좋고)^^*

이제는 넉살도 웃음도 기냥 자연스레 나오게 되는걸 보니

진짜로 죽을날이 멀지 않았나 싶어지네요

 

그런데 ..오늘  외출하려고 보니 손목에 항상 차고 다니던 시계 어디간지 몰라요

허둥.지둥..열나절 찾았지만 시계는 안보이고 시간은 촉박하고....

에라 모르겠다 진짜 시계 잊어먹으면 기냥 쫓겨나기전에

내 발로 나가야지 별수없다 그렇게 생각했죠

 

마지막 나가기전에 남편 좋아하는 생태찌개라도 해주고 가자!!!

오랫만에 기특한 생각으로 저녁 맛있게 지어먹고 설거지 하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하는데

울남편 저보고 묻네요 시계 안찾았냐구요.

변기 뚜껑위에다 벗어둔걸 당신이 치워놨다고.....

변기에 빠지면 어쩔려고 그랬냐고..

 

얼마나 신경질이 나던지....그만.빽~~~

당신이 치워서 내가 하루종일 얼마나 찾은줄 아냐고.

그냥  그자리에 두던가 아니면 내가 치워놨다 하던가...

내가 정신 없다고 깐보냐고 마구마구 디립다 대들고보니

에휴,,,이게 사는게... 사는게 아니예요.

 

나이 먹으면 죽어야 한다는데 죽지도 않고

오래 살면서 주위 모든 사람 불편하게 하면 어쩌냐 싶은게 슬퍼요

아니...그냥 정신이 없을려면 아예 없어지던가..

그눔에 정신이란게 나갔다가 들어갔다가 이러니 큰 문제죠.

 

모두들 나이 먹으면 녹음기에 할일을 녹음해서 들고 다녀야 할까봐요 

까먹지 않도록...

오죽하면 제가 잠잘때도 그놈에 시계 잊어먹을까봐 차고 잡니다.

 

옛날 아이들과 같이  살때는 손자 손녀가

 할머니 잊어먹는 물건 찾아대기 바뻣는데...

이젠...찾아주는 사람하나없는 외로운 신세...

정신 없다고 뻑 하면 내 물건 숨겨놓는 남편만 있는곳....

 

늙는것이 두려운 60대...아니 ..

아니야 이제부터.. 나는  55년생 청춘이야!!!

언제나 정신못차리고 허둥대는  소피아아지매의 일상이었습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