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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 시츄에이션

송.구.영.신.

 송구영신   2005 1월7일

 

다사 다난 했던 지난 한해를 반추해볼 틈도 없이

을유년 새해가 성큼 다가 왔습니다.

 

여러분!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온 가족이 건강 하시며 소망 하시는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 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언제나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부족한 저에게 

분에 넘치는 지극한 사랑 베풀어 주신 여러분의 은혜에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 하는 맘으로

안부 인사 올립니다.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안부를 여쭐수 있는것도

크나큰 축복 이라는 걸 예전엔 미쳐 몰랐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을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그 누가 진정한 고통의 의미를

깨달을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번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의 뜻깊은 날에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아주 특별하고도 귀중한 체험을 하게 되었고  그 특별한 체험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저를 끔찍이 사랑 하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평소 저와 저희 가족들을 위해  밤낮 으로 사랑과 축복의 기도 바쳐주신 

존경하는 신부님들과  어려울때 마다 제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신 많은 은인들께

이젠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되돌려 드리고자 이 메일을 띄웁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천국과 지옥을 경험 하기엔 좀 무리가 따르겠지요?

네...하지만 제가 이번에 겪은 경우가 그러합니다.

제가 얼마나 애를 썼으면 하루 사이에 호호백발 할머니가 된 기분 이었어요

그래도 지금껏 제 연배의 친구들 보단 젊어 보인다고 자부 했었는데요..


아마 그것이 큰 교만이 아니었나  후회가 되고 이제 부턴 하루를 살더라도

후회없이 올바르게 남을 위해 기도하며 살아 가리라 맘속 깊이 다짐해 봅니다.


엄청난 고통뒤에 변해 버린 제 모습

녜..이젠 누가 봐도 완전한 할머니요

화장발도 소용없고!! 조명발도 소용없다!!  뭐...그렇게 되버린 셈이죠.


웬 난리가 났었냐 하믄요..

지난 12월 30일에 ..준원이랑 유나가 제어미를 따라

학교친구 엄마들 몇 가족이 가까운 스키장을 간다기에

따로 어디 보낼데도 마땅치 않던차에 얼릉 보냈죠 .

 

그리고 저는 마침 우리성당  성가대 지휘자님께서

 쏠리스트 앙상블에 출연 하신다기에

어렵게 티켙을 구해서 연주회에 갔었습니다.


우리 남편은요...자기는 할일이 따로 없으니 집이나 보겠다기에..

가만 있는 집은 볼것이 없고 TV나 보시면서 시간을 보내시면

음악회 마치는 대로 빨리 돌아 오겠다고는 했지만 ...

그래도 우리 남편 늘 잘하는 주특기가 하나있어

약간은 걱정이 되더라구요.


“저기 근데요..연주회장 에선 휴대폰 사용을 못하니까

절대로 전화하기 없기예요.

끝나는 대로 연락 할테니까  위급한 일 아니면 절대로”...

물론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죠.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요?

남편이 심심풀이로 보고 있는 TV 에선

때 마침 푸켓의 해일로 입은 참상을

시시각각으로 방영해대니까 그만 우리 남편

심장이 벌렁 거리고

이마에선 비지땀이 마구 나오더래요  ㅎㅎㅎ


아무리 그렇지만 땀이 비지 같기야 했겠어요?

엄청스런 과장법인거 여러분들도 다 아시죠?


우리 남편이..아니 우리 준원이 할아버지가..

진짜로 비지땀만 흘려 준다면야 얼마나 좋겠어요?

당장에 메스컴을 타는건 두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진기명기에 나가겠죠?

세계 기네스 북에 오르고도 남는데 거기다 보태서

부--자 는 그냥 될거 아니겠어요?


사람의 몸에서 콩 단백질을 무상으로 분출 한다면야...

진짜 우리 남편은요 제 희망 사항 미리미리 알아서

점수 딸 얘기만 한다니깐요.


그러나 ...당신이 아무리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지만 ..

그당시 저는 세종 문화회관에 있었고 

10시가 넘어도 스키장에간 아이들이 돌아오는

기척이 없자 불안한 마음에 우리 남편은

애꿋은 며느리 한테 마구 마구 전화를 했나봐요 .


아마 급한 성질을 짐작컨데 전화기 합선 안된게 다행이였죠 .

우리 며느리 베로니카 엄청 착해요.

그러니까 결혼해서 지금껏 12년째 한집에서 삽니다.

 

만약에 시부모님들이 감놔라 배놔라 했다간

요즘 며느리들 보따리 싸가지고 친정으로 가버린다고

평소에 그토록 교육을 시켰건만

당신은 우리 가정에 제왕이고 그나머지...

우리들은 시녀 나부랭이 쯤으로 아시는게 약간의 흠이지요.


근데 남자들은 어찌나 단순한지

큰 차 한대에 여러 가족이 같이 간걸 뻔히 아시면서...

지금 담박에   빨리 오지 못하냐고 호령을 해대고 있었다니 ..


 원참..세상에  다른 가족 들이랑 같이 움직여야 하는거 맞잖아요?

그리고 신나서 리프트 탄 놈도 있을꺼고  산꼭대기에서 줄 선놈도 있을꺼고..

활강하는 놈도 물론 있었겠죠?


거기 같이간 모든 가족이 우리 남편 구령에 따라

줄서서 전화 기다렸을리는 더 더욱 없지 않았겠어요?


이 할아버지 막무가내로 같이 움직일것 없다고

모범택시 불러 타고 지금 당장

빨랑 못오냐고 종지목을 댔을꺼예요.


며느리 한테 살짝 물어 봤더니  그랬데네요.

종지목인지  종주목인를  참 나!


근데 그 빨리 와야만 하는 이유 란게 하도참 기가 막혀서..


아니 지금 푸켓에선 해일이 나서  수.  수.십.만.명이 실종되고 

수십만 명이 죽고 하는판에

지금 니들이 한가롭게 스키를 타게 생겼냐고 하면서....

 

에구 ~~ 제가 며느리 한테 꼼짝 못하고 잘해주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우리 남편 급한 성질이 원인 인 셈이죠


제 생각은 다르거든요?

지금 한국에 헤일이 나서 나라 전체가 물에 잠긴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안전한 산 꼭대기에서 잘 놀고 있는 애들을

그토록 애타게 불러야 할 까닭이 없잔아요 .

해일난 푸켓에서도 산으로 올라간 사람만 살았더구만 서두요 .


근데 며느리가 우리 남편 원하는대로 금방 못오게 생겼으니까

화도 나고 하니까

저랑 한 약속은 까맣게 잊어 먹고 연주중에도 불구 하고

자꾸만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는거예요.


근데 저도 참 예의 란게 있어서 휴대폰을 일찌감치 진동으로 해놓았건만...

모두들 숨소리 마져 아껴 쉬며 음악에 몰입하고 있는판에 ...

그눔의 진동소리 엄청 크게 들리더라구요.

 

한번 두번이 아니라 될때 까지 하자는 심산인지...

전.후.좌.우.할것 없이 시선들이 화살처럼 눈총을 쏘아 대는데

진짜 전기가 다 오더라구요.


참는것도 한도가 있지  진짜 나 못살아  하면서 ...


가방 깊숙히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려고 하는데 

그게 한 5분 부시럭 부시럭...


안받을 려고 가방 밑에다 쳐박아 뒀더니 꺼내기도 힘들 더라구요.

진짜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마구 납니다.

 

간신히 휴대폰을 꺼내든 순간

또다시 전차 지나가는 듯한 진동음이  들려  왔어요

마침 연주도 고음의 클라이막스 라서 용감하게 휴대폰을 켰죠


"지금 연주 중이니까  제발  이 연주 소리 들리건든  전화좀 하지마세요. 제발..

 저는요 기도 까지 했어요  그랬는대도 우리 남편 ..

옳타!! 통화가 되기는 하는구나 하면서 계속 계속 계속...

 

따발총인지  반자동 총인지 처럼 열심히 열심히 ....걸려오는 전화...


에구--저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줄 알았어요.

전화 공해가 그토록 무서울 줄이야...

나중에는 아눔의 휴대폰 밧데리를 빼야하는데..

우선은 당황도 했고 거기다 덧붙여 실내가 어둡다 보니 아무리 들여다 봐도

그게 또 그렇게 안 빠지는거예요.


아유  내가 미쳐...얼굴에서 진땀이 마구 마구 흐르는데

옳타 때는 이때다!  하고

일분에 한번씩 진동을 울리는데 그만...

보다 못한 옆자리에 젊은 분이 휴대폰을 나꿔채더니만 ...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지만

두쪽으로 분해된 휴대폰을 제 무릎에다 콱 들이 밀더라구요.


하느님 맙소사  이기 무신 망신인고???

사실 저는 그날 벌써 천국과 지옥을  넘나든 셈이죠.


근데 참 사연이 길기도 하죠 ?

공연이 끝나고  금호동 에서 오신분을 만나 같이 간단한 요기를 하고 보니

버스도 안오죠 택시도 못잡죠 전철도 끝났죠....난감-.-


일행중에 한분이 동생에게 애원 애원해서

자가용을 얻어타고  집에 도착하니

밤1시가 넘었더라구요 .

우리 아이들도  금방 왔다면서 옷도 안벋고 쓰러져 있고...

이리하여 30일은 막을 내렸습니다


31일 송년의 날

며느리가 오후에 시장을 한보따리 봐 가지고 오는게 아니겠어요?

저도 이미 삼겹살에 목살에 준비 했는데 아마 오늘은

푸짐한 저녁식사가 되겠다 하고 속으로 생각했죠.


준원이도 파티 한다면서 친구를 전화로 불러 제키고....

근데 알고보니 그런게 아니라

에미가 친구 부탁으로 신년인사차 들고갈 전야를 부쳐 주기로 했다네요?


아니? 네 친구는 몇 살인데 이런것도 못해?

아~~니가 어제 그집차 얻어 타고 갔었구나 그치?

그것도 아니라네요?


그 친구 시어머니가 미국에 여행을 가셨는데 집에 혼자 계시는 시아버지께

신년 상 차려 드린다고 부탁을 받았답니다.

그래 ? 오마  진짜  니 친구 마음 너무 이쁘다 ..요즘 며느리 아닌걸...


"얘 근데 너 남의 시아버지 상차림에 아무렇게나 부치면 점수 못받는다

그냥 이리내라 내가 부쳐주마... "


그리하여 쇠고기 전야1kg 애호박 3개  생전전 2마리  새송이 버섯 10개..

자리까지 깔아놓고 전기 프라이팬 꺼내서 둬 시간 쭈그리고 앉아서 부쳤죠.


겨우 일 끝내고 각색 전을 색스럽게 담고 있는데

벌써 저녁 식사하려 올라오신 우리남편

정작 우리는 남의 일 해주느라 밥상이라고 차린것이

김치랑 된장만이  처량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네요.

 

상이 너무 형편 무인 지경이라 반찬대신 알랑방귀100단으로..해결봤죠.


어쨋던 우리 남편

"반찬 없어도 좋으니 당신 오늘 처럼 나긋 나긋 하면

돈벌맛 나겠다 그러더라구요.

아니 내가 얼마나 애교가  많은데 이양반은 도통 몰라 준다니까요


어쨌던 누구 라고 말을 안해서  모르긴 하지만 우리 며느리 친구 시아버님

참 입이 쩍 벌어 지시겠다 그렇게 생각했죠

(이건 비밀인데요 그 집 며느리 4년만에 처음으로 시집에 찾아 간다네요?)


그런데  일이 벌어 지려니까 그런지 우리 준원이가

스키타고 온날은 멀쩡하더니만

날이 춥다고 문닫아 놓고 기름 냄새를 좀 풍겼더니만 

저녁부터 몸이 펄펄 끓기 시작하더니

 

얼굴이.. 얼굴이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선풍기 아줌마 처럼 부어 오르더니만

밤새 몸부림에.. 발길질에  ..

울다가  토하다가 ..

애가 얼마나 아픈지... 기침소리는 완전 늑대 버금가게 생겼고..

거기다 못견디니까 

곤두박질 까지 치는데  이건 프로 서커스 묘기 대행진이 따로 없더라니까요



저는 그꼴을 보곤 한잠도 못잤죠

손주가 온 마루를 헤메고 다니며 끙끙 대는데 어찌 잠이 오겠어요?

그래도 어쩌다 조금 몸이라도 땅바닥에 붙일랴 치면 용케도 알아체요

오른발로 옆구리 차 제키죠

왼발로 턱 걷어 차죠..


지 어미는 모처럼 스키장 가서 애들한테 신경쓰랴

시아버지 한테 부대끼랴

세상 모르고 퍼져 자고 있고

 

저는 이불이란 이불은 다 들고 나와

걷어 차면 덮어주고 또 덮을라 치면

용케도 기다린듯이 무지막지

움직이지도 못할 다리 통으로 한방에 누비 이불

한채씩 휘감아 버리죠...

저는 애가 타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밤새 앓고난  서준원 가브리엘은

새해 미사도 못가고 저는 밤을 꼬박 세우고

새벽에  감빡  잠이들어 택시꺼정 타고 성당에 갔건만

미사는 이미 5분 전에 시작되었고...

성가대 석을 애처럽게 쳐다 보면서

 

뒷자리 구석댕이에서 신년미사를 봤네요


미사후에 성당 마당에서 서로 인사들을 하고 성가대원 들과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고  차 한잔씩 마시고 집에 돌아 오니까

어쩐지 제 몸이 조금 이상 할려고 하는거예요


녜...그리하여 생긴 애피소드가

이름하여 천국과 지옥을 오간 사연입니다.

너무 지루 하셨죠?

그렇담 이 뒷 부분은 두번째 메일로 보내드릴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너무 궁금해 하실거란 생각에  아무리 팔이 아파도

오늘 다 해결 봐야 겠습니다


제 2막 1장입니다


집에와서 저녁은 먹는둥 마는둥.....

사실 제가 12월 8일에 고향에 다녀왔었어요

초등학교  동창생이 부군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는 바람에

장례식에 다녀 오느라구요.

 

저도 친구 처럼 쑈크를 먹었는지 그날부터 통 음식을 못 먹겠는게

속도 아주 불편하고....

하지만 보는 사람들은 살도 좀 빠지고 하니까 이뻐 졌다고 수근덕 거리니까

이참에 다이어트까지 해보자!!!!그런 주의 였거든요


역사는 밤에 이루어 진다더니 이번에 진짜 실감 했습니다.

밤 10시쯤 부터 ..머리,어깨,무릎,발


여하간에 콧속에서 부터

피부,근육 뼈마디  그리고 심지어는 뼈속까지..

나중엔 머리카락까지 아픈거예요 

얼마나 아프던지 정말 죽겠더라구요


그땐   이미 우리 남편은 1층 한의원에서 주무십니다 .

만일 제가 어딘가 몸이 좀 이상하다...라고 말이라도 할라치면..

세상에...초음속 빠르기는 비교도 안됩니다.

 

아무도.. 그 누구도...못말립니다.

절대로 

결단코 ..일을 저질르고야 말죠

당장에 약을 보따리 보따리 보따리...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서  5층으로 5층으로 막무가내로 올라 보냅니다 .

 

그것도 새벽이고 밤중이고 없어요

시도 때도 없이 나 아니면 니들이 이런 호강 어디서 해볼꺼냐고 하면서...


이런말 하면 우리 어울림 성가대 엄마들은 호강에 겨웠다고  욕하겠지만..

사실 그게 진짜 못할 짓이예요.

맨날 맨날 약달이는 냄새를 맡고 사는데 저는 그걸 공해라고 표현하죠.

 

우리 남편은 ...너 어디 잘걸렸다 .때는 이때다!  하면서

 수.수. 십 봉지의 한약을 대령해 놓고 시시각각으로 인터폰을 울려 댑니다.


약맛이 어때? 다냐? 쓰냐? 시냐?

그거 묻느라고 인터폰 하루종일 불이 납니다.

남편을 뺀 나머지 우리 식구들은 인터폰 노이로제에 걸려 있어요 .


 

어쩔땐 제가 화가 나서 제발 인터폰좀 하지마라 노이로제 걸려

제명에 못죽겠다  ..그러면 무슨짓 하시는줄 아셰요?

아마  모르시는분이 계실지도 ...^^

그때는요.. 인터폰 대신 전화기가 불이 납니다.

 

아니... 한통화에 돈이 얼만데 공짜 인터폰을 그냥두고 전화는 왜 하냐 그러면요..

아니...당신이 인터폰은 하지 말라메? 

내가 당신 시키는대로 다 했는데 뭐 또 잘못했나?

이거 진짜 사람이 환장 한다니까요


네...저희집은요.. 맨날 맨날 이런짓 으로 버라이어티 쇼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남편 한테 몸아프다 소리 죽어도 안하죠

대신 며느리 한테 뭐 간단한 알약이나 진통제 없을까? 했더니만...

명콜인지 화콜인지 네오콜인지 어쨌던 콜자 돌림인 약 2갭슐을 주더라구요

빈속에 먹어도 별로 해가 없다고 써 있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구요


하지만 저 처럼 뚱뚱한 사람이 그거 두알로는 어림도 없죠 

아예 약먹은 기별도 없어요

밤새 고열에다 ,근육통에다, 골통에다,,,,.

이렇게 쓰니까 좀디게 우습죠?

너무 아프니까 잠도 안오고 그 약을 사탕 먹듯이

밤새 몇개나 먹었나봐요

 

우선  빈속에도 안전하다 ..그말만 믿었죠


그래도 아무 소용 없더라구요

밤새도록 헛소리에  이리 저리 딩굴면서

이불을 몇번씩 이나 뒤집어 가며 고생을 했건만

누가 들여다 보는 사람이 있나..나혼자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그때야 생각했습니다  내게는 역시 남편 뿐이란걸요

그래 하마터면 공포의 인터폰을 울릴뻔 했죠


어쨌건 얼마나 오랫 동안 애를 썼는지 모르지만

깨어보니까 오후3시가 되었더라구요

진짜 여러분들도 이번 독감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독한  독감은 난생 처음 이였으니까요

독감 예방주사도 아무짝에 쓸모가 없더라구요


일어나니까 아픈것은 강도가고

차라리 병원에 가서 진통제 라도 맞아야 살겠다 싶어

제가 맹장수술 받았던 동네 병원에

찾아 가기로 작정했는데..

우선 일어나니까 어지러워서 못 걷겠더라구요


집안엔 사람도 하나 없고 해서..

토마토 에다 설탕 두 숫가락 퍼 넣고 쥬스 만들어 먹었더니 눈이 조금 떠 지더라구요

거기다 욕심을 내서 한잔 더 맹그러서..... 원샷!

 

왜냐하믄 우리 집 뒷길이 경사가 심하니까

가다가 쓰러지면 누가 업어와야 되잖아요.

집채만한 저를 쓰러진들 어떤 장사가 업어다 주겠습니까?

그래서 미리 미리 단속한다고 토마토 쥬스 두잔을 먹고 병원엘 갔습니다


녜... 여기서 부터가 문제입니다


진료실에서 선생님을 만나 나 이러 저러 하니 아파서 죽겠다 몰핀이든 마리화나든

뭐를 쓰던 안아프게만  해달라  사정했죠 

꼭 마약 상습범 같죠?

 

얼마나 아프면 그랬겠어요?

그러다가 한가지 여쭤볼게 있다고 하면서 ...

제가 일년에 한 대 여섯번쯤 심장이 찢어 지는것 같기도 하고 따거운것 같기도 한데

길게는 3분 정도 짧게는 1분 정도 심장이 아플때가 있다...

왜냐?  그렇 다고 지금 그런거 아니고 생각 나서 여쭤 보는거다 그랬거든요?


아  그랬더니 선생님 께서 있는데로 책을 마구마구 꺼내 놓으시더만 

좌심실이 어떻고  우심방이  어떻고 ....부라.부라.부라.....


저는 우리 남편만 너무 자상한 성격이라 그런줄 알았었는데...

세상에나... 그것이 바로 직.업.병. 이란거더라구요


거기다...이건 제 짐작이긴 하지만 요....

저는 진짜로 놀란게 아니 ..

이양반은 분명 이씨인데 왜 서씨하고 똑같은 행동을 하시나? 

아니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는건 아닌가?? 생각 하는 사이..

 

당장에 통증 좀 멎게 해달라는 주사는 안 놔주고

간호사가 불문곡직 달겨들어 피를 빼는거예요..

 

그리고는 소변 검사 해야 된대서 밤새 먹은것 없어서 소변 안나오면 어쩌지 

걱정 걱정 하면서 죽을힘을 다 해 종이컵에다 반컵을 받아다 간호사에게 주니까

세상에 간호사 왈 .

“아니 무슨 소변을 이렇게 많이 받아왔어요?”하고

정초부터  거만스럽게 저를 째려 보는게 아니겠어요?


“아니 소변 검사 한다며?  그정도는 되야 하느거 아니예요?” 하니까 

 조그만 비커 같은데 소변쬐끔 넣고는 싱크에다 확 쏟아버리곤

수전을 쓱 잡아 댕기더니  한 5분쯤 소변 을 씻어 내더 라구요

"아니 그럼 몇 cc만 받아오라고 할것이지..

 나이 먹으면 안하던 짓 한다니까요."하면서 얼렁 뚱땅 .."

 속으론

 " 이노무 가시나 너 한번 두고 보자  

생긴것도 못생긴 주제에 성질마저 드럽게 못되 먹었잔어 " 하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이럴때 일수록 어리숙 하게 보이는게 상책이다 괜히 성질 부렸다간

성동구보에 누구 누구  마누라 성질 더럽다고 나기라도 하면  무슨 망신일까  싶어

꾹국 눌러 참았죠. 참는자가 복이 있다고...


그러구러...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에서 약을 받자말자  

우선 한봉지 선채로 꿀떡.... 했죠

진짜 급했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여러분들은  몰라서 그래요. 


아!!그런데 약을 먹자 말자 집에 돌아 오는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 지는게..

언제 어디가 아팠냐고 할 정도예요

진짜 3일날 밤은 편하게 깊은 잠을 잘수 있었어요


녜.. 문제는  이제 부터입니다  진짜 기대 하셔도 좋아요.

 

4일날 잠에서 덜깬 제 귀에 몇번씩 전화 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아마 저를 찾는건지 며느리가 자꾸만 이따가 바꿔준다 그러고 해서..

반쯤감긴  눈을 하고 어디서  자꾸 누구 찾는거냐? 하고 물었더니

글쎄 병원에서 아침부터 열번도 넘게 저를 호출 한다는거 였어요.

아니 거기서 왜? 뭣땜에 ? 궁금하기도 하고 연락을 드렸죠.


 

그랬더니만 선생님이 다짜고짜 지금 빨랑 병원으로 오라네요.

아니 뭣땜에   그러신거냐고 물어도 잔소리 말고 빨리 오기나 하라고

나중엔 급하셔서 존대말이고 반말이고 두서가 없이 재촉을 하시는거예요.


아니 이 선생님이 우리 남편 찜쪄 잡수셨나? 왜이리 설치실꼬?

아니--급할수록 돌아 간다는데  ..

저...저 지금에사 일어 났거든요? 그럼 세수하고 한 시간 쯤 후에....

아니 지금 때가 어느때라고 세수고 뭐고 무조건 빨리 오기만 하라는데 참...


아니 저는 사실 깜짝 놀랐어요.

 

왜 죄지은 사람 제 발등먼저 찍는다고..

아니 그 몽골족 같은 간호사가  무슨 고자질을 했나?

그렇다고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참 이상하네..

그런 생각 뿐이 였죠


어쨌던 다급하게 오라고 하니

세수도 못한체 얼굴에 죽은깨가 다닥 다닥한 맨 얼굴로

병원 문을 열자  카운터 보는 아가씨가 마치 쓰리꾼잡아 채듯이

나를 원장실에다 쳐 넣는 거예요.


아니 무슨 일인데 그렇게 여러번 전화를 하시고???

아이구 사모님 큰일..아니 큰일은 아니고...

말씀을 이랬다 저랬다 종잡을 수가 없더 라구요


아니 뭣 땜에 그러시는데요  제가 뭘 잘못 한거 있나요?

아..아..그게 아니고오.오오..

그런데요?

아 저기 저...오늘 혈액검사 소견이 나왔는데요.

녜에...근데 뭐가 문제죠?

아네... 우리 사이에 숨기고 자시고 할것 없이

아니 숨기기는 뭘 숨긴다고 그러세요?

녜..그런게 아니고  사모님 혈액검사 결과가 간암으로 나왔습니다. 


진짜 웃기는 소리네?

아니 무슨 간암?

멀쩡한 사람을 두고 간암이라니?


아니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가지고  무슨 그런 말씀을??

아니 제가 간암이라면 무슨 전조 증상이라도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녜...바로 그것이 소리없이 다간온 살인자인 간암의 실체 입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요

아니..아니..아니..

자꾸만 입에서는 아니란  부정사만  나오는 거였어요


아니이 저어.. 그때부터 저는 저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있었어요

아니   ..갑자기 무슨 암이라고 그러시는지 ..

혹시 이름표 잘못 붙인거 이닙니까? 

어제 보니까 어떤 40대인 입술이 시퍼러 둥둥한 아저씨가 소변검사 피검사 하던구만 ...

아닙니다 사모님 분명히 여기 사모님 이름이...


 아니 이런 낭패가 있나?  아니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그때부터 반신 반의 하면서도 정말이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기분이 참 묘 하더라구요

또 다린지 팔인지 어딘지 구별도 못하겠는데 쥐가 나는건지  개미가 기어 가는건지

전기가 흐르는 건지 제 몸이 마치 남의 몸뚱이 처럼 느껴 졌어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녜...만약에 제가 간암 이라면 ..그렇다면 어떤 증상이 있나요  자각증상이?

녜...우선 여기 앉아서 이 문헌을 좀 읽어 보세요

펴논 스크랩을  초능력의 힘으로  번개같이  읽어봤죠

녜...결과는 KO패...인정을 안할수가 없더라구요


맞아 12월 8일 상갓집 다녀 오면서 부터 임신한 사람처럼 속이 울렁 거렸죠

구역질났구요 특히 기름을 사용하는게 제일 싫었구요 소화가 전혀 안되고..

거기다 신경이 날카로와서인지 아이들 웃는 소리  떠드는 소리 심지어는

아이들이 걸어 다니는 것도 조용하라고 주문을 했었는데..


제가 아이들 너무 좋아해서 얼마나 이뻐 하는데

할머니가 병이 났나봐 좀 웃지좀 마라...

아이들 보고 싸우지 말라고 해야 하는건데 웃지 말라고하다니...

진짜 우리 며느리 착한이 표죠

애들 마구 방에 잡아 가두고...

웃지 못하게 하느라고 지가  소리 꽥꽥 질러대고....얼마나 애썼는데...

하긴 며느리 소리 질러대서 더 죽을뻔 했지만서두요...


아 그리고요

12월 20일에 왼쪽 어금니 임플란트 3개 박았는데요

23일 오후 4시 부터 잇몸출혈이 있는걸 저는 모르고

봉합사가 떨어져서 잇몸 일부분이 떨어져서 덜컹 대는줄 알고 치과에 갔더니

실밥에 혈전이 매달려 있어서 2주후에 실밥 제거 할때나 자연 분리되지

지금 강제로 떼어 내면  큰일난다..그랬거든요


어쨌던 24일 새벽 5시 까지 얼마나 출혈이 심한지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한바가지 정도가 나왔어요.

그걸 보고 아들은치과의사인 초등학교 동창에게 전화를 해서 증세를 말했더니

빨리 응급실로 가야한다고 했지만 미련을 쓰고 가만 누워있었더니

그 혈전 이란게 너무 무거우니까 제절로 떨어지더라구요.

엄지손가락 한마디 만 한게..

 

덕분에 몇달동안 성탄 성가 연습 해놓고도 크리스마스이브 미사도 못갔어요


그때 마침 신부님께서 성탄축하 전화 해주시고 위로 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던지요.

신부님 께서는 항상 저의 수호천사라고 제가 믿어도 되죠?


맞아 맞아 잇몸출혈도 간암의 전조증이네??

어마 어마 내 다리  ...정갱이 가려운거...

어마 나는 그것도 모르고 20000원이나 주고 사흘전에 아토스톱인가

보습제  사서 발랐구만..

맞아 가려워서 긁으면 피가나게 긁는거...진짜 간암이네?

엄마야 우짤꼬 진짜 간암이 잖아?


사실 그때 까진 별로 큰 충격은 아니었어요 좀 놀래긴 했지만요

집에 돌아와서 협심증에 좋다고 유기농 토마토며 태안 자염이며

유기농 문경사과...

제주 복씨네 못생긴 귤...

온통 유기농..유기농 유기농..으로 잔뜩 주문했는데..

잘못 하다간 이런것 다 먹어 보기도 전에 죽을수도 있잖아???

 

저는 컴퓨터에 머리를 밖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유나를 밖으로 몰아내고

검색 차비에 들어 갔습니다.


간암.. 초기 증상 어쩌고 저쩌고  2기.3기.말기....이하 동문


이일을 어쩌나?

4월에 결혼할 둘째 청첩장도 아직 안만들었는데..

아니 그리고 이 집도 다 팔아야 하는데

세상물정 모르는 우리 남편 이제 돈있는대로 다 사기 당한다 이제..


아니 준원이 애미라도  좀 독종 이라면 얼마나 좋아? 착해 빠져서..

머리속은 복잡하고 해결책은 없고 ...

저는 그저 망부석 처럼 의자밑에 쭈구리고 앉아서 켜논 TV쪽만 바라 보는데

눈물샘이 터졌는지 그 순간부터 눈물이 줄줄줄줄.....


애미는 저녁 한다고 왔다 갔다 하면서도 일언반구 말도 없어요.

괜히 심술같은게 나더라구요.

그래..너 지금 시어머니가 간암 걸려 죽게 생겨서 울고 있는데 눈치도 못체지?


만화영화에 빠져 있던 손주 녀석들이 눈치를 먼저 챘어요 고맙게도....

"할머니 울어? "

"아니..내가 언제?"

"지금 울잔아? "

"아니 안약 넣고 싶어서 제절로 눈물 나는거야 "

"맞아 맞아  알았쪄 내가 안약 넣어줄께 "


녹내장으로 10년 넘게 점안액을 넣어오고 있는걸 아는 유나가 안약 두개를 가지고 와서

저를 땅바닥에다 쓰러트려 놓고는 눈꺼풀을 벌리고 약을......


"유나야 고마워 땡큐"

"엉 유워 웰컴 "

"아유 우리 유나 왜 이리 이쁠꼬??"

옆에 있던 우리 준원이

“아냐 내가 더 이쁘다고 해놓구선 할머니이..”.

"그래 니들 둘이다 이뻐.."


그다음 부터는 내 힘으로 주체할수 없을 만큼의 눈물 콧물 범벅이 ..

크리넥스 한통을 다써도 부족할 지경이 였어요.

아이구 아까워라 크리넥스

그 총중에도 크리넥스 아깝다고...

이번엔 화장실 두루마리를 통체로 하나 빼다 놓고 다시 시작했죠


아니 내가 ...이럴려고  선산이 있는데도 부득부득 남편 졸라서 납골당 사자 그랬나?

수산나네는 벌써 옛적에 묘지도 준비 했다 더구만..

내가 들어갈 자리가 그렇게 필요했나 뭣때문에 묘지에 욕심 부렸을까?

이렬려고? 미리 내가 예지 했던가? 이렬려고?....


근데...연준이 친구 만희도 처음엔 소화 장애 였다더니 결국엔 간암 판정 받고

두달도 못살았는데... 아~~ 내가 왜 이리 미련 할까?

12월 8일에 이미 피검사던 내시경이던 해봤으며 이지경은 아니었을텐데..



어쩌지?  아직 우리딸 메트로폴리탄 무대 밟는게 소원인데...

물론 언젠가 꼭 서겠지만 내가 죽기전에 살아서 봐야 하는데..

지금껏 힘들게 공부하느라 고생만 했는데  우리딸 불쌍해서 어쩌냐...


우리 아들은 어쩌냐..

그림이가 착하니까 시집오면 둘이 벌어서 큰집 간수 하면서 잘살겠지만..

그래도 아직 내가 많이 도와주고 해야 하는데..

우리 손주 손녀 ...

시집 장가 갈때  결혼식 사진 같이  찍고 애들 낳면 다 키워 준다고 약속했는데....


그러다 6시가 넘어 식사하러 올라온 남편..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싱글 벙글  식사 같이 하자고 부르더라구요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남편 얼굴을 쳐다보니

에유~ 진짜 큰일이다

마누라 밖에 모르는 남편을 며느리 한테 맡기고 내가 죽다니...


안돼  그럼 우리 며느리 너무 불쌍해서..

그럼 누구 한테 맡겨야 내가 안심하고 눈을 감나?


누가 돈생각 하지 말고 사람만 보고 와서 불쌍한 우리 남편 좀 보살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서 얼굴 쳐다 보며 이생각 저생각 하려니까 중치가 막혀왔어요


왜 그래 식사도 않하고 뭐 기분 나쁜일 있나?

아  아까 병원에서 왜 그렇게 여러번 당신 찾았어?

검사 결과는 뭐래?


근데요....갑자기 존대말이 나오는거예요

“나는  아무래도 오래 못살지 싶은 생각이 나요”

화들짝 놀란 남편은 무슨 그런 쓸데 없는 소리 하냐면서

농담 이라도 그런 소리 하는거 아녀  하는거예요.


“아니...내가 죽을려고 그렇게 납골당 필요 없다는거 사자고 한것 같에서요”

“그거야 뭐 필요 없으면 반납 하면 된데메?”

“그게 아니구요... 어쩌면 거기가 필요하게 될거 같아서요” 엉 엉 엉...

“아니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사람 답답 하게 만들지 말고 말을해 보라니까 말을....엉?”


“저어” 엉 엉 엉

“내가요.”엉엉엉.

“급성간암이래요”  엉 엉 엉....

“검사 소견에 그렇게 나왔어?”


“예 간 수치가 여기 있잖아요

내가 전에 석달전에 혈액검사 한것하고 어제것 하고 비교 해보니까..

석달전엔 34였는데 이번거는 739 여기 있잖아요?”

“그리고오” 엉 엉 엉..

“당뇨도 있데요  수치가 167이고 다른 중요 부위도 아주 나쁜걸로 7개 H로 나와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내일 초음파 한번 해보고 기정 사실 일때는

강남삼성 병원에서 바로 수술 받을수 있도록 해준다구요”

하루라도 빨리 발견 해서 당장에 내일이라도 적출 해 내면  편안할거라구요.

“그런데 간암 이라는 자체가 편안한 상대가 아니잖아요”


갑자기 설명을 듣던 남편 얼굴이 흙색갈로 변해버렸어요

“걱정마 내가 집을 다  팔아 서라도 병 고쳐 줄게”

“아니 내 간이라도 떼어 줄께”

“아니 당신은 살아 있으면서 우리 애들 도와 줘야지 뭣 땜에 간을 떼어내요

죽을려면 나 혼자 죽는게 편하지“

“아니야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당신 살려낼께 만약 당신이 못산다면

나도 당신하고  같이 죽어 줄께”

남편도 울면서 이야기 했지만 제 바람은 그래도 남편이라도 아이들 바람 막이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돈 많이 벌어서 애들 좀 도와 주라구요...


일단 미국에 있는 아이들 한테는 말하지 말구요...

생각해 보니 우리딸  성공 하는거 못 보고 죽으면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내가 눈을 못 감고 죽을거 같았어요 내가 만약 죽어 애들 몰래 매장을 한다면...

아마 그 사실을 아는 순간 달려나와 미친듯이 무덤을 파 내고

제가  먼저 들어갈 아이잖아요


지금껏 혼자서 온갖 발버둥질 쳐가며 공부해 왔는데 ....

성공할때 까지 제발 살아 있어 달라고 나한테서 9일 기도 책까지 보내 달라 그랬는데....

지금껏 외로워도 이를 악물고 공부만 했고

\이제 겨우 학위도 따고  서광이 비치기 시작하는데...

작년 11월 30일에 앤디랑 뉴저지 시티홀에서  선생님 모시고 친구 몇명이서

판사 앞에서 결혼서약 하고 겨우 혼인신고 마쳤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결혼식한다고 엄마 아버지 아무도 그 약식 결혼에 참석도 못하고

그렇게  우리 딸이 결혼식을 했는데...

이생각 저생각에 이젠 협심증 증세까지 재발이 되더라구요


그래도 병이 있으면 약이 있다는데 내일 초음파 찍어보고 수술을 하던지 다른

대책을 세워야지.. 건강한  간을 사려면 어디서 사야 하는지?

우리 남편도 밥은 한수저도 못뜨고 혼자 소리만 자꾸 하는거예요


저는 마음을 굳게 먹고 저녁 9시 부터 금식후에 내일 초음파를 찍은 다음

앞으로 대책을 세우기로 하고 우선  10년 동안 데리고 자던 준원이를

오늘부터 따로 재우기로 작정 했습니다

왜냐하면 암같은 몹쓸 병을 가진 제가  준원이랑 한 침대를 쓰면

나쁜기가 건너 갈까  걱정되서요.


마루에다 자리를 펴주고 저는 컴퓨터에 묻혀서

만약에 암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공부를 하고 집중이 안되면 TV를 보다가 앉았다가 섯다가.....

밤새 잠 못자고 고민했더니 왜 먹지 말라는 물은 그렇게도 먹고 싶은지요


뜬눈으로 밤을 세우면서 아침 8시간가되자 남편과 같이 병원을 찾았습니다.

간호사가 반갑게  맞아주었지만....

저는 한시가..아니 일분 일초가 급했어요

지금은 간암이 문제가 아니라 목이 말라 죽겠으니까

선생님 빨리 안내려 오시면

저기 생수통에 남은 물 다 마셔 버릴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검사 해 내라..

뭐 유세진것 없이 마구 배째라 ~~였어요


저는요 ..

어쨌던 간암으로 죽으나 목이타서 죽으나 

죽는다는 것에선 피차 일반 이었거든요


다급한 눈치를 알아체고 간호사가 벽에 걸린 그 공포의 인터폰을 누르는 순간

선생님께서 기다렸다는듯이 총알 처럼 달려 나오셨어요.

 

검사실엔 이미 온열기 같은 걸로 따뜻하게 데워 놓았고

상의를 벗고 올라가 누우라고 하더라구요.

이제 간암으로 얼마 안있어 죽을께 뻔한데 선생님 계시거나 말거나

셔츠를 벋으려고 하니 선생님이 황급히 뒤로 돌아 서는게 얼마나 웃읍던지

저는 진짜 울다가 웃을뻔 했죠


드디어 GEL을 온 몸에다 골고루 바르더니 팔을 위로 올리라는 사인이 떨어졌어요

저는 얼른 성호를 긋고 하느님 당신의 뜻에 따르 겠습니다.

제발 당신은 우리 자녀들 만이라도 잘 보살펴 주십시요...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진짜 마음이 담담 해졌어요.


피할수 없는 것이라면 겸손히 기쁘게 받아 들여야 겠다는 신앙인의 자세가

제게도 있다는걸 알고 저도 조금 놀랐어요 .

선생님은 여기 저기  미끈거리는 GEL 위로 간이며 신장이며 살펴 보시면서

자꾸만 요상한 신음 소리를 내시는 거예요.

저는 눈을 감고 또 다시 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만약에 암이라도 좋으니 혈관만 침범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하고 빌었습니다.


차라리 그쪽이 암이 아니기를 소원 하는것 보다

암이라도 수술하기 좋은 부위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하고 한치 뒤로 양보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모든 암 환자들의 반응은 하필이며 왜 내게..믿을수 없다..

암일리가 없다...하고 절대로 못받아 들인다는데...


두번 세번 빠트린곳 없이 세밀 하게 조사 하던 선생님은

최종적으로 신음을 삼키시고 이렇게 말씀 하셨습나다

아 !!! 진짜 다행이네요 원장님 진짜 그렇죠?

아주 두 양반이서 짝짜꿍을 맞추고 있는듯 한 느낌을 받았어요

아 뭐가 있긴 하구나  하고 생각했죠.


"아니 요즘은 환자 자신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기위해

남은 생명의 시효를 알려 준다고 들었는데요...

저 오늘 삼성 병원 가야 하나요?

저 죽기 전에 집 정리좀 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집 다 팔아놓고 집 다 정리 해놓고

남편 돌봐줄 여자도 하나 구해야 되요.

참  저 수술도 안할래요.

어차피 죽는다면애 뭐땜에 돈버리고 목숨 버리고 하겠어요?

저는 한가지만 버릴꺼예요 그러니 의뢰서 그런거 필요 없어요 "


“그런게 아니라요.”..선생님께서 변명을 하시려는듯

“저는요 생각해 보니까 임프란트도 괜히 했어요.

어차피 죽을텐데 이거 750만원이나 들인거 너무 억울하네요“


“빨리 집에가서 밥 한술 뜨고 치과에 가서 300만원은 도로 돌려 달라 그럴꺼예요

완성 하려면 6개월 기다려야 하는데 왜 돈은 선불로 다 받았는지 따져서

300만원이라도 돌려 받을꺼얘요.“.하면서 야무지게 결심을 밝혔습니다 .


아 그랬더니 우리의 이 원장님께서

티끌만한 흠도  없이  장기가 너무  깨끗하니 이런 축복이 어디 있냐고요.

축하 한다고 제 등을 두드려 주셨어요.


제 간수치의 급격한 수직상승의 요인은 조금씩 간기능이 나빠져 있는 상태에서

무리한 다이어트와  공복시에 독한 감기약을  연거퍼 먹은 관계로

그런것 같다면서 몸에 좋은 약이던 해로운 약이던

일체의 약물을 끊고 안정을 취하면

간도  자연히 치유될수 있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


네...세상에 기적이 있다면 송구영신의 을유년 이틀간에 겪은일이

하느님이 제게 주신 사랑의 선물...  기적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하느님께서 저를 위해 보내주신 수호천사 이신 신부님!!!

이제서야 이렇게 인사 올리게 되어 죄송 합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구요 신부님께 메세지 보낸것 제가 성의가 부족해서가 아니고

통화를 하게되면 통곡을 멈출수가 없을것 같았기에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

 

항상 저와 저희 가족을 염려와 사랑과 기도로 지켜 주시는 신부님께

사랑의 선물을 보내 드립니다 .

   

그리고 저를 위해  저의 자녀들을 위해 기도를 청할때 마다 기꺼이 허락해주신

모든 은인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금껏 제가 여러분들로 부터 받은 모든 사랑과 호의를

이제 새로 태어난 소피아가 여러분들께 백배 천배  되돌려 드리기 위해

열심히 기도 하며 노력 하겠습니다


늘 가까이에서 지켜봐 주시고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올 새로운 한해가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참으로 크나큰  축복과 은총이

강물처럼 흘러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여러 신부님들과 여러 은인들께서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향기로운  삶이 되기시를 기원드리며 장 소피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2005년 1월 7일

위내시경 촬영을 하러 떠나면서.....소피아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