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은 여고동창모임에서 메밀꽃 축제가 열리고있는 봉평과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맘 속으로는 갈까 말까 망서리게 되는것이...
아이구...공포의 YMCA 바자회가 15일 코 앞으로 다가온것 때문이다
팔.다리.허리.무릎 목.....
안아픈데가 없고 안쑤시는데가 없이
몸이 고물딱지가 되어서 그런지.
대형사고가 다발로 발생하고 있기때문이다
뻑 하면 들어눕게되는 요즈음의 내 몸을 생각하면..
어떤 부탁도 단칼에 거절해야하는데...
이놈의 마음이 약해서 좀처럼 거절을 하지못하는게 흠이다
월요일 봉평을 따라갈려면
일요일날 미사끝나고부지런히 일을 해야하는데
그 일 이란것이...
무말랭이 60kg과 매실청고추장 50kg을 부탁받았기 때문이다
아니.. 부탁이 아니라 강요받았기 때문인데
번자형님도 일전한푼 생기는것 없이 모자가정을 위한 바자회를위해
조석을 걸러가며 죽을 애를 쓰고있는걸 번히 알고있으니
조르고 조르는데 이게 정말로 마지막이다..라고 하면서
일요일 밤을새워 무말랭이 만들어 포장을해놓고 나니 벌써 새벽 4시
두시간 눈을 붙이고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8시에 잠실역에서 출발한다니 적어도 집에서 7시에는 출발해야겠기에
머리맡에 나란히 준비해 놓았던 베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어쨌던 봉평에 도착할때까지
하이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아름다운 메밀꽃을 담아올 생각에 흐뭇했었는데
아이구...세상에...
정작 카메라셧터를 누르니 이게 웬일
셧터가 눌러지지 않는것이다
순간적으로 나는 카메라가 고장이 난줄알고 당황했었는데
세상에...알고보니
메모리칩을 컴퓨터에 꽂아두고 빈 카메라만 들고 온 것이다
하느님 맙소사...
내가 도대체 정신머리를 어디다가 두고 사는건지..
이거야말로 치매 시초가 아니라 심각한 지경이 아닌가 걱정이된다.
사실 봉평이란 지명은 이효석님의 메밀꽃필무렵이란 소설을 통해서 알았지만
내 상상속의 메밀밭은 끝없는 지평선에 맞닿아있는 메밀밭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정작 봉평의 메밀꽃밭은..
메밀꽃은 하얗게 피어 있었지만 조그만 밭떼기를 보고는 기가막혔다
그래도 수십마지기는 되겠지만 상상속의 끝없는 메밀꽃밭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것이
실망하고도 또 실망이었다
그리고 이효석 문학관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할때도
메밀고장으로 이름난 봉평의 막국수집들이 즐비하니 늘어서있었지만
정작 메밀막국수를 먹어보니 두젓가락이 안들어가는거다
내 세상에...맛없다 맛없다...그런 맛없는 막국수는 난생처음이었다
어떻게...일부러 맛없게 만든다하여도 그럴수가 있을까?
처음 메밀부침개와 메밀묵이 나왔을때 이미 알아본것인데
19명의 친구중 물막구수를 시킨건 나와 또 한친구였고
메밀묵을 말아온 시큼한 국물이 혹시 막국수에 넣는국물이 아닐까싶어
주인장에게 물어봤다
지금 이 국물이 막국수에도 똑같이 들어가냐고??
그랬더니 주인아저씨 희색만면
예...바로 이 국물로 막국수 말아내는데 어때요 진짜 맛있지요?
아이구...맙소사..
국수를 좋아하는 나는 어지간한것은 맛있다고 잘 먹는데
봉평의 xx집 막국수는 돈을 준다해도
죽어도 안넘가 못먹겠더라
봉평에서 다시 대관령 양때목장으로 향했는데
낮부터 폭염이 어찌나 뜨겁던지 모두들 땀을 뻘뻘흘리며
양떼를 만나보러 산꼭대기로 올라가는데
어찌나 땀이 나는지 눈을 뜰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2년전 앤디와 연준이가
어린 줄리안을 데리고 양떼목장을 갔었는데
직접 내가 산등성이를 올라가 보니
8월 내리쬐는 뜨거운 땡볕에 고생했을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래도 양떼목장 정상을 올라가보니
힘은 들었지만 눈아래 보이는 산위에는 목화솜같은 구름이 내려앉아
환상의 연출을하고 있었고
바람이 불때마다 흩어졌다 모였다하는 안개가 너무 멋있었다.
산속 깊은곳 울창한 송림사이로 청량한 바람이 불어와
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을 씻어준다
이렇게 양떼목장의 절경을 사진으로 담아올수도 있었것만..
정신을 어디다가 팔고다니는지
빈 카메라를 메고 떠난 봉평과 양떼목장..
다음을 기약하며 서운한 발걸음을 돌렸다
앞으로는 제발...
정신줄 놓고 다니는일이 없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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