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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날아온 love letter

형님 먼저,아우 먼저..

엄마가 끓인 "준원이 할머니표" 청국장은 밥 도둑,블로그질은 시간 도둑...

아,이거 시작하면 정말 세월아 네월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컴퓨터 앞에 붙어앉아 있게되서 아예 시작을 안해야 하는데...오늘은 민서도 데이케어에 있겠다,신랑 늦게 온다 그랬겠다 맘 놓고 퍼질러 앉아서 시작해보려구요..

 

오빠들이랑 저랑 두살 터울이구요..작은오빠는 음력 5월 생인데 큰오빠랑 저랑은 음력 8월 생이예요.

추석 전,막받이 더위때 저희를 낳느라고,그것도 집에서...(아버지가 저희 삼남매를 다 받았답니다..저희 모두 올가닉 홈메이드 제품이예요.)엄마가 죽을 고생 했다고 하시는데...애 낳아보니 그 심정 알겠어요.

부모님 슬하에서 벅적거리면서 살때는 생일 아침에 미역국도 올라오고 아침부터 특별식이 나오니까 생일인게 실감이 났는데 외국 돌아다니면서 십여년 살고,애 낳고 가정꾸리고 사니까 형제들 생일 일일이 기억하기가 힘들더라구요.

힘들다기보다는 선물 안보내도 이해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그런데 8월달에 작은 올케언니 생일을 저희집 식구들이 모두들 홀랑 까먹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나서 엄마가 전체이멜을 띄웠어요.제목은 "가족행사"

아버지 엄마 생신,저희 삼남매 생일과 새언니,우리 신랑 생일,그리고 조카들 생일과 더불어 조상님들 제사일까지 다 적어서 보내주시고 생일날은 꼭 기억하고 서로 자주 연락하고 지내라구요.

미국 살면 불편한게..한국계통 회사에서 선물용으로 나오는 달력에도 주로 미국과 한국 국경일만 표시되어있고,음력일이 표시 되어있지 않은 점이에요.

그래서 엄마 메일을 받자마자 인터넷으로 음력날짜를 찾아서 기입해 두었겠죠.

 

작은오빠 생일은 시카고에 민서 델러 갔을때라서 같이 밥 먹었고...음..큰오빠 생일 음력 8/8이니까 올해는 9월 26일이고 내 생일은 음력 8/11이니까 9월 29일이고...엇,시엄마랑 시외할머니랑 시이모님이 10월 2일날 오시네...장도 봐야하고,가실때 용돈이라도 좀 쥐어드려야 하고...악,민서 생일은 10월 8일이네..그나저나 시댁식구들이 오시는데 잠자리를 어떻게 배정을 하지..앤디랑 상의해야겠다....쿨럭쿨럭,아 가래 좀 봐....팽~ 코풀었더니 왜 귀가 아프지?? 아 참 큰오빠 생일은 어쩌지...오빠 티셔츠 하나 사주고 나는 쟈켓 하나 사달라 그럴까..아냐,그냥 속편하게 안주고 안받기 하자 그럴까...아냐,그럴순 없지,부모님 안계시면 큰오빠네가 친정되는건데 그러면 안되고 그냥 캐쉬 보낼까? 아..그럼 성의없다고 하겠지...아 미치겠네...어쩌지....

 

이렇게 난 머리 쥐어뜯고 고민하면서 혼잣말 하는 동안 신랑은 저를 빤히 보더니 "허니,화났니?" 그러대요.

제가 화가 무진장 나면 한국말이 속사포처럼 나오면서 신랑한테 막 짜증내거든요 "아..양말 홀랑 뒤집어서 침대 밑에 숨겨놓지 말라고 내가 백번 말했지? 앙? 앙? 또 그러면 양말 다 빵꾸내버린다" 막 그러면 신랑이 그냥 어감으로 알아듣고 예스 예스 하는데..알아듣고 예스라 그러는지 그냥 배째라고 예스 하는건지...

근데 제가 위의 대사를 하면서 표정은 2초에 한번씩 바뀌고 양미간에 부챗살을 접었다 폈다,고개를 갸우뚱 했다가,손가락을 씹었다가 머리를 쥐어뜯었다가 쌩으로 버라이어티 쑈를 하니까 자기가 뭔 큰 잘못을 한줄 알고 살짝 꼬리 내리고 처벌만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위의 대사를 첨부터 다시 수없이 반복하면서 생각한 끝에 도달한게 "언니한테 전화하자"였어요.

언니한테 택스트로 Unni, give me a call 해놓고 있으니까 저녁때 퇴근하면서 전화했길래 큰오빠 생일 어떻게 할거냐고 물으면서 오빠가 혹시 뭐 필요한거 없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필요없고 지금 경제도 안좋고 다큰 애들 둘이 새학년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서 비품도 많이 사야하고...그냥 안주고 안받기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거예요.

그렇지?? 나도 그거 좋다구!!!!

역시 친정이 좋아,선물같은거 안하고 마음으로 주고받고 하면 되지....하믄서...오빠 카드도 생일 전날에야 보내고 택스트 달랑 찍어보내고 그랬는데...

기대하시라...급반전의 서스팬스가 당신의 중추신경을 자극한다....

 

어제 아침에도 민서 데이케어 보내놓고...수요일은 죽음입니다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내리 레슨에 수업에...

더군다나 민서를 오후 6시에는 데이케어에서 찾아와야 하는데,저희 둘다 시간이 안되서 데이케어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고등학생 여자애 (말이 애지 가슴이 저보다 훨씬 커서 민서가 넘넘 좋아해요..ㅎㅎㅎ)  하나를 섭외해서 6시에 데이케어 일끝나면 저희집으로 민서를 데려와서 저녁 9시30까지 봐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수요일 아침에는 Sarah랑 민서가 먹을 저녁거리도 따로 만들어놓고,챙피하니까 집안도 좀 치워놓고..신랑 도시락 싸야지,나 대충 씻고 화장해야지..완전 전쟁입니다.

근데 이상하게 수요일 아침마다 엄마가 메신저에서 보이는거에요..엄마랑 한 5분쯤 수다 떤것 같은데 한시간은 기본이고,성당 아줌마나 윤상이 엄마라도 오셔서 주무시는 날이면 셋이서 수다 떠느라고...어쩔땐 눈꼽만 떼고 화장하고 출근하고..막 그래요...드럽다 그러지 마시고...

 

어제도 엄마랑 한참 수다를 떨면서 오만 얘기,정치얘기부터,반찬얘기,옥수수 맛있더라는 얘기...민서가 손톱을 뺑 돌아가면서 다 물어뜯는다는 둥..시엄마도 살짝 벅찬데 시외할머니 오시면 난 정말 돌아삐리겟다고 막 엄살떠는데.....앤디가 현관에서 상자 하나를 들고 오는거예요.

발신인이 누구야? 엄마...비누 재료 보낸거 벌써 왔는데..또 뭘 보낸겨....발신인이 석일 서? 큰오빠네요.

그리하여 엄마가 콤퓨터로 지켜보는 가운데 박스 오픈하는 쎄러모니를 한바탕 하고나서 쨔잔~~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나인 웨스트 제품의 쟈켓입니다...저희 큰오빠도 감각이 좀 특별히 남달라서 주황색을 골랐네요.

오뽜...이거 딱 내 취향....

 

 

 이건 민서한테 주라고 만화영화 디비디,위에 피카서 유나가 친필로 쓴 "생일추카 민서한태 줘" 라는 휘호도 보입니다.

 

 

 

제가 목감기로 고생하고 있다니까 로키마운티의 프로폴리스 한통와 선인장 꿀가루...

오뽜,언니잉...쎈스 만점!!

 

 

 생일 선물도 차도 한대 턱 사주고....가 아니라 민서 장난감 자동차입니다.

 

 

 나 피부 탱탱해서 설화수 안발라도 윤기 좔좔 인데 왜 자꾸 이런거 보내는겨...지금 냉장고에 설화수가 한가득 들어서 다른걸 아무것도 못 넣고 있구만....엇다 내다 팔까부다..

 

 

 가방도 오고....오,이거 가볍고 좋다

 

 

 다른 가방도 또 하나 오고...요건 안에 같은 질감의 파우치도 들었어요.

안에다 프로폴리스랑 화장품이랑 넣고 모양을 잡았는데도 찍새가 엉터리가 사진이 잘 안나왔네요.

어제 당장 메고 학교 갔더니만 애들도 와서 "미쓰 준~ 뷰리풀' 해가면서 막 만져보고,우리 보스도 자꾸만 만져보고...모야..어쩌라구 우쒸...

 

선물받고는 너무 좋아서 기쁨의 눈물이 콸콸콸...콧물은 거의 나이아가라 수준....

캠으로 지켜보던 엄마도 괜히 따라울고...울어도 안주는데 왜 우는겨...

엄마랑 둘이서 감동의 도가니탕을 만끽하는데 신랑이 찬 물 한바가지를 휙 뿌리더라구요.

"너 도대체 생일 몇번 해먹는거야? 앙? 앙?'

미쿡에선 양력으로 9/11날 시댁식구들한테 써먹고,호적이랑 모든 서류에는 10/15 로 되어있으니까 사회생활 하면서 아는 사람한테 따로 써먹고,성당에선 8/11 글라라 축일에 써먹고,우리집 식구들하고는 음력 8/11일날 따로 한다 왜.....하지만 선물은 매주 월요일날 접수한다 오케바리??

 

옛날 얘기에 보면 형님이 자는 사이에 아우가 나무를 해다가 형님 집에 들여놓고,아우가 자는 사이에 형님이 나무를 해다 아우집에 들여다놓고..결국 달밤에 둘이서 딱 마주치고는 얼싸안고 서로가 고마와했다는 얘기..

또 "형님 먼저,아우 먼저" 하면서 서로 라면을 권하는 라면 광고도 있었죠..너무 옛날 얘긴가요?

근데 나는 언니의 설레발에 속아서 서로 선물 안주고 받기라고 해놓고는 이렇게 많은 선물을 받으니...

아고 미안해서 죽겠지만 그래도 선물 받으니 너무 좋아요...

어제는 수업하느라고 전화도 못해줬는데..오늘은 전화라도 해줘야 겠네요.

아주 어렸을땐 엉겨붙어 뒹굴고 놀고 그러다가 사춘기땐 좀 오빠들하고 좀 따로 놀고..나이 들면서 각자 다른곳에서 생활하느라 일년에 한두번 만나고..결혼하고 일하고 살림하고...

그런데 조카들이 태어나면서 조카들 덕에 더 자주 연락하고 자주 보고...이제 나이가 들면서 동해물과 백두산이~ 하면 목이 따끔거리면 가슴이 벅차오르고,늙으신 아버지 보면 눈물이 콸콸...저만 시카고에서 멀리 떨어져서 살아서인지 오빠들 생각하면 코끝이 찡한게...이게 나이먹는 신호인가요?

우리엄마는 원시인같이 왜 셋씩이나 낳았지 그랬는데...더 많이 낳아주지 왜 셋밖에 안 낳아줬는지 모르겠네요...오빠,언니들 많이 있었으면 선물도 더 많이 받았을텐디 ㅎㅎㅎㅎ

다시 한번 큰오빠,큰언니 선물 고맙고...작은오빠랑 그림언니..생일 전날부터 자꾸 메일 보내고,전화하고,생일날 또 전화하고...아 귀챦아 죽겠어..내년에도 생일은 돌아온다구,꼭 마지막 인것 마냥 왜그렇게 난리들이야 정말로...

 

어제밤 부터 오늘 아침까지 라이언 킹 죽어라보고..민서한테 사자 흉내 몇번 내주면서 "으르릉" 했더니만 다시 목 아파 죽겠네요..

핫핫 이건 서비스로 우리 아들 민서 사진...

지금까지 할머니랑 삼촌들이 사다준 옷 입혀서 옷 살 필요가 없었는데...갑자기 날이 추워져서 올봄까지 입었던 쟈켓을 입혔더니만 그새 많이 자라서 애가 소세지마냥 오동통해 보이네요..

오늘은 긴소매 셔츠라도 몇벌 사러 나가려고 하는 참이예요..

엄마...에미는 팔색조같이 매일 매일 옷 갈아입히면서 애는 단벌신사라고 그러지마..오늘 옷 사러 갈꼬얌.

 

 손에 든건 토마스 츄츄 트레인...이거 항상 꼭 쥐고 있어요..데이커에어 개인 장난감 못 가져오게 하는데 어떻게든 안에까지 들고가서 제가 달라고 하면 츄츄 트레인한테 뽀뽀를 수백번은 하고 눈물의 이별을 매일 아침 연출합니다. 아직 발음이 잘 안되서 "톰마" 라고 부르구요..ㅎㅎ

 

 

 데이커에 선생님들이 너무한다고 하겠지만 가능한 매일 아침 저희 부부가 같이 민서를 데려다주고 있어요..같이 데릴러 가구요..그래도 일주일에 한두번은 시간이 안되서 저희 둘 중 혼자서 델러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럼 선생님들도 무슨 일 있냐고 모두들 궁금해 해요.

우리가 일 안하고 집에서 애만 보는줄 아는지....

데이커에거 저희 집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있어요..완전 땡잡은 거죠.

신랑은 출근하려고 말쑥한데..민서는 쟈켓 안입으려고 쌩난리...저는 찍새하느라 안나왔지만 양족 주머니에 토마스 츄츄 트레인 하나씩,민서 쥬스병...머리는 산발에 슬리퍼 질질 끌고...그래서 주로 제가 사진 찍어요.

민서야..에미 꼴이 우스우냐...왜 웃는겨...

 

 

 민서가 입은 분홍색 꽃무니 셔츠는 제가 이태리있을떄 준원이한테 사준 오일릴리 제품인데 돌고돌아 민서한테 다시 왔어요..나는 이쁘기만 한데 신랑은 살짝 게이풍이라고 입히지 말라 그러네요.

아,너도 분홍색 꽃무니 셔츠 입쟎어...

그리고 신발도 가죽제품인데 옆은 빨간색인데 사진에 안나왔네요..이것도 이태리 제품인데 준원이가 신다가 유나가 신다가 결국 민서한테 넘어왔읍니다.

민서가 토마스 츄츄 트레인 대신 자동차 모양의 책을 들고 있네요...이놈 나중에 커서 자동차회사를 하려고 하는지 원....우리 시엄마는 트럭운전사 할거라고 해서 제 염장을 지릅니다.

한달쯤 전부터 쮸쮸 먹는것,만지는것 모두 금지 시켰더니 갑자기 이렇게 손을 빨고 손톱을 다 물어뜯고 그러네요.근데 얼마나 기술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엇는지 손톱깍기로 깍은것 마냥 매끈하게 물어뜯어놧어요.

위생상 안좋고,보기에도 안좋고,나쁜 버릇이니까 고쳐야 하는데...아 걱정이네요.

누가 혹시 손톱 물어뜯는거 어떻게 고치는지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메니큐어를 발라주거나,냄새가 독한 약을 손에다 발라주라는 소릴 들었는데...메니큐어도 다 뜯어먹을것 같아서 안해주고 있어요...민서야...손톱 안 뜯어야 굿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