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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2 요한일기

국립현충원 충혼당에 요한씨을 봉안하고...

당신이 세상을 떠난지 벌써 51일째

무심한 세월은 활쏘듯 달려가니 올해도 이제 나흘밖지 남지 않았네요.

천상에서는 편히 잘 지내고 있나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허둥대면서 간간히 불시에 떠오르는 생각은

빨리 요양원에 찾아가봐야지 나를 얼마나 기다릴까?? 하는생각에

가슴 두근거릴때가 많은걸 보면

아직도 당신의 작별이 익숙치 않아서일거예요.

 

왜 그리도 속절없이 말 한마디 남기지않고 훌쩍 세상을 버렸는지..

 

왜 갈때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나에게 용서를 구했는지

차라리 예전처럼 모질게 대했더라면 더 이상 당신을 생각하지않고

당신 떠난 세상 마음편하게 살수있을터인데

용서를 구하던 당신의 눈빛이 너무 애절해서 돌아설수도 잊어버릴수도 없으니

오히려 나에겐 미안하다 잘못했단 그 말이 멍에고 아픔입니다.

 

요즈음은 본당신부님께서 신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신 감사노트에

하루하루 감사함을 기억해서 적어나가고 있어요.

 

당신과 함께한 50여년간의 결혼생할은 아픔과 고통의 연속이었기에

당신에게 한가지도 감사할게 없을줄 알았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감사의 천국이네요.

 

주일미사만 참석던 내가

당신의 연미사를 신청하면서 빠짐없이 매일미사에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아침잠이 많은내가 당신의 미사에 참례하려고 8시면 허둥대고 일어나 준비하고

오르막길을 절뚝이며 올라가는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신통하게 여겨지네요.

 

그토록 나를 힘들게하고 증오심을 키워주던 당신이

당신의 목숨을 버려 나를 그 슬픔과 괴로움의 구렁텅이에서 건져주다니

당신이 죽음으로써 나를 매일미사로 인도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맛보게 해주었으니

이 모든일을 ...

고통중인 나를 하느님께 이끌어 준 당신께 감사드려요.

 

고통의 무게가 클수록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더욱 풍성한 사랑으로 아픈이들 마음이 병든이들을 위로하며 치유해 주신다는

본당신부님의 말씀의 은혜를 가슴 가득 받아 드리며

원망하지않고 고통을주는 모든일에 오히려 감사하며

은총의 생활을 할수있어 마음이 편안해 졌어요.

 

당신이 남기고간 우리아이들 삼남매

당신이 있었기에 우리에게 온것이고

사랑스럽고 귀하디 귀한 ..

재능많고 똑똑하고 지혜로운 손자 손녀들또한

당신으로 인해 우리 가정에 태어났으니 이 또한 당신깨 감사드려요.

 

따뜻한 집에서 먹을것 입을것 걱정없이 살아갈수있는것도 당신 덕분이며

누구에게 아쉬운 손 벌리며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됨을 감사드리며

창밖의 불 빛 아름답게 명멸하는 야경을 바라볼수있는것도

당신이 나에게 물려준게 있었기에 가능한것이었고

아직까지 자식들에게 손벌리지 않아도 되니 당신께 감사하고

오매불망 혼자남은 엄마를 걱정해 주는 자식들이 있어 당신께 감사하고

자식들이 어려울때 도와줄수있는 능력을 주고갔으니 이 또한 당신께 감사드려요

추운 겨울 길바닥에 나 앉아 구걸하지 않아 감사하고

어디를 가던 당당하게 기죽지 않고 살아갈수있으니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

내세에 당신과 내가 만나게 된다면 그동안 고마웠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나쁜것은 다 잊어버리고 당신이 오직...

내게 잘 해 주었던것만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 놓을께요.

 

이십여년간 나를 괴롭히고 증오하며 못살게 굴었던것도

의사선생님의 말처럼 뇌손상으로 인한 장애라고 성격장애 행동장애

모든것이 장애 장애 장애로 인한..

거기다 파킨슨병까지 겹쳐 자기가 무슨짓을 하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나게게 치명적인 아픔을 남겨준것도 자신은 돌아서면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짓말같은 사실에도

쌓인 분노가 너무많아 증오로 부글거리던 가슴이 찢어지듯 아픈 기억도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그 고통이 오히려 맘 편했던것 같네요.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나한테 그리했을까

얼마나 외롭고 견딜수가 없었으면 그리도 나한테 모질게 했을까?

 

조금만 받아주고 조금만 위로를 해 주었던들

상태가 조금은 좋아지지 않았을까

때 늦은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오네요.

당신의 아픔을 다 받아주지 못해 미안했어요

당신의 괴로움을 다 이해해주지 못해 미안했어요.

 

내게 이렇게 감사할거리를 많이도 남겨놓은 당신에게 또 감사드립니다.

 

나에게 아픔을 주었지만 그 아픔이 사랑으로 승화되어

지금의 선택받은 은총의 생활을 할수있게 당신이 나를 도와주었으니

당신이 바로 하느님의 천사입니다.

 

병자성사를 종부성사의 은총으로 하늘문을 열고 들어갔으니

천국에서 아프지않고 참 평화와 행복을 누리기를 바랄께요.

 

나를 걱정하고 위로해주시는 모든 지인들을 위해서도

당신께서 도와주시고 할줄 모르는기도나마 많이 바쳐주세요.

며칠후면 둘째가 수술받으로 귀국할꺼예요.

그때는 유리 애비와같이 충혼당 찾아갈께요.

 

당신이 좋아하는 복숭아 통조림이랑 크림빵

그리고 청하도 한병 준비하고

소담스럼 흰 국화꽃도 한다발 준비해서 갈께요.

 

그대신..당신은 천상에서

우리 아이들 잘 되라고 열심히 열심히 기도 많이 해주세요

당신의 능력이라면 무엇이던지 다 해 낼수 있을거예요

내가 이 세상에서 힘들지 않고 눈물흘리지 않고

죽는 그 날까지 자식들의 효도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것도 아이들에게 깨우쳐주시고

그 모든것이 이루어지도록..

 

그동안 아내에제 저지른 모든 잘못을 

용서받을수있는 마지막 기회는 기도밖에 없음을 명심하시고

열심히 기도바쳐주세요.

 

당신은 천상에서

나는 이세상에서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며 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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