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계신 엄니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혹시 카메라를 산다면 풀 프레임 뭐 살까? 뒤져보니 캐논 5D MARK 2가 좋다고 하던데, 5D는 품절상품이라 하고.
그리고 망원의 경우 뭐가 좋을까 니가 한 번 생각해보거라.
그리고 동호회 사람들이 말하기를 캐논 코리아 대리점에서 정품 구입하는 게 좋다던데...
연금타면 하나 질러볼까? 카메라가 좋으면 찍히는 게 예술이라고 하던데.
종훈이 말처럼 자다가 부시시한 얼굴도 메이크업 끝내고 광고사진 찍을려는 것처럼 나온다는 게 정말일까?"
답장을 써놓고 보니 글 쓰는데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서 메일이 아니라 그냥 블로그에 올립니다.
혹시 똑딱이 카메라를 졸업하고 좀 더 제대로 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안내가 될까 싶어서.
물론 저도 아직 배울 것이 한참 많은 초보이긴 합니다만...
[ 질문 1 ]
혹시 카메라를 산다면 풀 프레임 뭐 살까? 뒤져보니 캐논 5D MARK 2가 좋다고 하던데, 5D는 품절상품이라 하고.
- 답변 -
캐논 카메라 중에서 중급기 이상이자 전문가 수준의 바디는 모델명에 한 자리수가 붙어요. 십 단위는 중급 사용자용.
보급형 기종일 수록 백 단위, 천 단위의 숫자가 붙죠.
즉, 기능 및 가격에 있어서 단 단위 숫자 > 십 단위 숫자 > 백 단위 숫자 > 천 단위 숫자 순으로 가격이 싸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엄니가 갖고 계신 XTi는 한국 모델명으로는 400D예요, 보급기.
제 카메라는 5D (한 자리 수. D는 디지털이란 뜻)죠. 5D의 개량형이 5D Mark II (통칭 오두막)이고.
5D는 캐논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한 '보급형' 풀 프레임이었어요. 지금은 품절이 아니라 '단종'된 상태이고.
풀 프레임이란 것은 필름과 같은 크기의 센서를 장착했다는 말이고 다른 말로는 '1:1 바디'라고도 해요.
5D는 그 당시로서는 저렴한 가격에 나온 풀 프레임이었기 때문에 공전의 히트를 쳤던 제품이고
단종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명기 반열에 오른 제품이예요.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아직도 괜찮은 가격에 거래되요.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얘기죠.
뭐, 아무래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결국엔 풀 프레임 카메라로 가기 마련이고 그게 종착역이니까.
엄니께서 풀 프레임 카메라를 사시고자 한다면
1) 캐논의 플래그쉽인 1D 시리즈 중에서 선택하거나 또는 2) 5D Mark II를 사거나, 둘 중 한 가지예요.
플래그쉽 (기함)이라는 건 그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 좋은 제품군을 말하는 건데
자동차로 치자면 에쿠우스가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쉽 자동차이고, 캐논의 플래그쉽 카메라는 1D 시리즈예요.
[ 캐논 플래그 쉽의 종류 ]
1D (왕디) / 1D Mark 2 (막투) / 1D Mark 2 N (막투엔) / 1D Mark 3 (막쓰리) / 1D Mark 4 (막포)
이것들은 쉽게 말하면 프레스용 (사진 기자들을 위한)이라고 보면 되요.
연사 성능이 뛰어나죠. 연사 속도가 느리면 아무래도 순간 포착이 힘들어지게 되고 밥줄이 위태로워집니다.
이것들의 연사성능은 기관총같아요.
1Ds / 1Ds Mark 2 (데스막투) / 1Ds Mark 3 (데스막삼)
이것들은 인물 사진을 찍는 사람들, 즉, 스튜디오용의 바디. S라는 건 스튜디오의 뜻.
1D 또는 1Ds 시리즈는 엄니나 제것처럼 플래스틱으로 만든 바디가 아니라
마그네슘 합금 바디라서 만듦새가 상당히 튼튼해서 내구성이 뛰어나고
특히 아랫 등급에 비해 피사체를 잡아내는 능력이 차별화되어 있어요.
* 캐논의 고질병 -> 핀 (포커스)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임. 카메라 회사 맞나 싶음.
제수씨가 갖고 있는 1Ds Mark 2 (데스막투) 역시 모든 사람이 갖고 싶어하는 대단히 훌륭한 명기예요.
물론 1Ds Mark 3가 더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싼 관계로 그건 논외로.
1D 시리즈인 데스막투는 장점이 많지만 엄니께는 권하지는 못 해요, 사용상에 있어 몇 가지 문제점이 있거든요.
1) 무겁다 (망원렌즈까지 장착하면 들고 다니는 게 정말 중노동임. 좀 들고 다니다보면 무거워서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아짐)
2) 뒷면 디스플레이 창이 너무 작아서 제대로 찍었는지 확인이 쉽지 않다
3) 먼지떨이 기능이 없다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임)
엄니께서 갖고 계신 400D부터 먼지떨이 기능이 장착되어 나왔는데,
렌즈를 교환할 때마다 미세 먼지가 바디 안에 들어가 센서에 달라붙게 되면 엄청 짜증나거든요.
촬영 다 끝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사진에 먼지들이 붙어있으면 정말 환장함.
보정 프로그램으로 일일이 다 지워져야 해요. 고로 먼지떨이 기능은 필수임.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단종된 데스막투와 오디에 열광해요.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센서에 있어요.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가 점점 성능이 좋아지듯
디지털 카메라의 센서 (이미지 프로세서)도 점점 발전하고 개량되겠지요?
디지털 카메라 모델들의 센서에는 그 센서를 지칭하는 고유이름이 있는데 캐논의 경우에는 '디직 (DIGIC)'이예요.
DIGIC 1 -> DIGIC 2 -> DIGIC 3 -> DIGIC 4
이런 순서로 개량되어 왔는데 DIGIC 4가 가장 최신의 센서예요. 오두막엔 물론 DIGIC 4 이미지 센서가 장착되어 있고.
근데 문제는! 오래 전에 나왔던, 이제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DIGIC 2 센서의 평이 굉장히 좋다는 거예요.
제 오디, 제수씨의 데스막투, 엄니가 갖고 계신 400D... 모두 DIGIC 2 센서를 장착한 바디예요.
DIGIC 2 센서는 색감이 맑고 따뜻하고 투명하게 나와요. 후보정 하기도 좋고.
반면, 최신인 DIGIC 4를 장착한 오두막은 사진에 붉은 끼가 약간 돌지요. 이 색감 때문에 오디에서 오두막으로 갔다가
적응을 못 해서 다시 오디로 돌아오거나 또는 데스막투로 가는 사람들도 꽤 있을 정도예요.
하지만 전자 제품은 최신기종일 수록 당연히 좋으니 오두막을 사는 게 맞아요. 붉은 끼는 후보정을 통해 수정하면 되는 것이고.
사실 엄니께서 풀 프레임 카메라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5D Mark II.
그럼 오두막과 오디를 비교했을 때의 차이를 살펴보죠.
[ 5D Mark II ]
장점
- 먼지떨이 기능 있음
- 라이브 뷰 (뷰 파인더가 아니라 디스플레이 창을 보면서 촬영할 수 있음)
- 고감도 고화질 (ISO가 12,800까지 되고, 감도를 높여도 이미지의 손상이 별로 없음)
- 2,100만화소이기 때문에 고화질이고, 크롭 (일부분만 따내는 것)하더라도 사진의 품질이 좋음
- 풀 프레임 HD 동영상 촬영 가능 (이걸로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감독들도 많음)
- 플라스틱이 아닌 마그네슘 합금 바디 : 내구성 좋음 (방수는 안됨)
단점
- 고질적인 핀 문제
- 평범한 수준의 연사기능
- 결과물에 붉은 끼가 약간 돈다
[ 5D ]
장점
- 오두막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단종됐음)
- 결과물이 좋다 (결과물만 중시하는 사람에겐 제격인 카메라)
단점
- 장난감같은 플라스틱 바디 (마그네슘 합금 바디와 비교 불가인 내구성)
- 먼지떨이 기능이 없어서 렌즈 갈아끼울 때마다 센서에 먼지가 붙을까봐 신경쓰인다
- 빠른 연사 기능을 원한다면 절대 비추
- 고감도 저화질 (ISO가 800 이상 되면 사진이 꽤 거칠어짐)
- 역시 오락가락한 핀 문제
- 하지만 잘 사용하면 오두막이 부럽지 않은 결과물을 뽑아내는 기특한 카메라
[ 질문 2 ]
그리고 망원의 경우 뭐가 좋을까 니가 한 번 생각해보거라.
- 답변 -
망원 렌즈를 왜 사려고 하세요? 제가 갖고 있는 망원은 '아빠 백통'이라는 망원 줌렌즈인데
많은 사람들이 갖기를 열망하는 렌즈 중에 하나이긴 해요. 근데 엄니나 제가 사진 찍는 피사체들을 생각하면
망원이 아니라 표준 (50mm) 또는 그 이하 화각인 광각 렌즈를 쓰셔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주로 풍경을 찍기 때문에 17mm화각을 즐겨 쓰는 편이고
엄니 역시 풍경이나 일상 등을 찍기 때문에 망원이 별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망원 쓰실 일이 있으면 제꺼 쓰시면 되지, 굳이 기백만원씩 들여서 망원렌즈를 따로 사실 필요가 있나요?
아, 멀리 있는 걸 땡겨서 찍으시려고? 그만큼 접근해서 찍으시면 되요.
줌렌즈는 사용하기엔 편하지만 대신 사진의 질은 점점 떨어지지요.
렌즈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죠.
[ 질문 3 ]
그리고 동호회 사람들이 말하기를 '캐논 코리아 대리점'에서 정품 구입하는 게 좋다던데...
- 답변 -
캐논 카메라 구입시, 반드시 캐논 대리점에 가서 사야만 하는 건 아니예요.
반드시 정식으로 통관, 수입된 "정품"을 사야한다는 얘기죠.
전에 지경만씨한테서 렌즈 사셨을 때 박스에 '정품'이라고 금빛 딱지가 붙어있었죠?
그런 정품을 사야 나중에 고장이 나더라도 보증기간 내에 무료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든지,
또는 약간의 돈만으로 고칠 수 있어요.
정품이 아닌 것은 '내수'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은 고장나거나 했을 때
정품보다 약 30% 정도 돈을 더 지불해야 해요.
우리나라에 캐논을 정식 유통하는 것은 캐논 코리아와 엘지 캐논, 두 군데 밖에 없어요.
제품을 살 때 유통사가 어디인지 알고 사셔야 해요. 서비스의 내용이 아마 두 군데가 서로 다를 거예요.
캐논 코리아 제품의 경우, 제품을 산 뒤 정품 등록을 하면 포인트를 주는데 이 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요.
포인트를 이용하여 다른 제품을 살 수도 있고 AS를 받을 때 돈 대신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어요.
단! 제품 구매 후 반드시 한 달 안에 정품 등록을 해야 해요. 한 달이 지나면 포인트를 지급해주지 않아요.
엘지 캐논의 경우는 잘 몰라요. 듣기로는 엘지 캐논에서 판매하는 렌즈의 경우 핀 교정을 평생 무료로 해준다더군요.
(캐논 코리아의 경우는 정해진 기간 안에만 무료로 해줌).
오두막을 사는 사람들의 구입처를 살펴보면 11번가 (http://www.11st.co.kr/html/main.html)
또는 신세계몰 같은 대형 온라인 마켓에서 사더라구요. 각 업체마다 여러가지 할인해주는 아이템이나 쿠폰 등이 있는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구매했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오두막, 오늘 유명 대형마켓... 최저가 2,940,000원이네요. 291만원이면 살려고 했는데... 내일이나 모레쯤, 떨어지면 사야겠네요..
신세계몰... 디지털 제품 8% 할인쿠폰 + 국민카드로 결제하면 7% 추가 할인이던데"
이런 식으로 카드회사 및 제품에 대해 추가 할인이나 포인트 지급이 있나보더라구요.
잘 사면 이십여만원씩 싸게 살 수도 있는 것 같던데...
[ 질문 4 ]
카메라가 좋으면 찍히는 게 예술이라고 하던데,
종훈이 말처럼 자다가 부시시한 얼굴도 메이컵 끝내고 광고사진 찍을려는것 처럼 나온다는 게 정말일까?
- 답변 -
물론 뻥이죠. 곧이 곧대로 들으시면 곤란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좋은 장비가 어느 정도 모자란 실력 (내공이라고 해요)을 커버해주는 건 사실이예요.
생초짜가 싸구려 장비로 찍은 것과 플래그 쉽 바디와 렌즈로 찍은 것은 아무래도 그 결과물이 다르죠.
하지만 실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지 않으면, 그리고 장비를 다룰 수 없으면 보급기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거예요.
즉, 내공이 받쳐줘야 사진 결과물이 좋아지는 거지, 장비가 좋다고 부족한 실력을 다 커버할 수 있는 건 아니예요.
그리고 바디 이상으로 중요한 게 렌즈예요. 바디가 아무리 좋아도 렌즈가 저질 싸구려 렌즈라면 소용 없어요.
신봉선이를 김태희처럼 찍을 수 있다면 그건
1. 좋은 렌즈로 찍고
2. 후보정을 잘 한 거지
바디 때문은 아니예요.
사실 바디의 성능을 놓고 캐논과 니콘을 비교한다면, 캐논은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예요.
니콘은 보급기부터 마그네슘 합금으로 바디를 제작하고 방진, 방습, 방수까지... 딱 보면 '단단하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
게다가 핀이 얼마나 칼같이 맞는지, 핀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죠. 기능으로 비교한다면 니콘의 압승인데...
근데 왜 캐논을 사느냐... 캐논은 렌즈군이 굉장히 다양하고 가격도 니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죠.
또, 인물사진을 찍으면 니콘보다 화사하고 맑은 색감이 나오거든요.
니콘은 아무래도 인물 색감에서 캐논에 밀려요, 뭐랄까, 피부톤이 희멀건 생선 배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상업용 사진 또는 언론계통 (뉴스나 다큐멘터리쪽 같은 경우) - 니콘
인물, 스튜디오 사진 또는 언론계통 (연예계쪽) - 캐논
대충 이렇게 영역 구분이 되죠.
메이저급 DSLR 생산회사로는 캐논, 니콘, 소니를 꼽을 수 있겠는데, 요즘 소니의 약진이 아주 놀랍죠.
소니가 UFO를 줏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급속도로 기술이 좋아지고 있어요.
소니의 풀 프레임 카메라도 아주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는데 렌즈가 좀 비싸고 캐논보다 종류가 다양하지 못 하다는 약점이 있고
뭣보다 각 카메라 메이커마다 규격이 달라서 렌즈의 공유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제일 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