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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생일 까 먹은죄 마마 죽여주소서

미국은 오늘 11월 16일 월요일 입니다.

뭐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날이지만,

얏호...오늘부터 민서가 다시 유치원에 가기 때문에 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아침부터 신바람이 났어요.

저에게 토요일,일요일은 가사노동의 날입니다. 아침,점심,저녁 밥상 차려야죠,그 와중에 빨래 돌려서 차곡차곡 옷 개어서 넣어놓고,다림질 할건 다림질하고...그동안 민서가 "요기스"(요거트) 에 맛을 들여서 하루에도 서너개씩 요기스를 꺼내 먹는데...반은 먹고 반은 토마스 먹여준다고 하면서 소파에다 알롱달롱 다 묻혀놨길래,어제는 소파 커버도 다 빼서 빨고..

어제는 날씨가 간만에 좋으니 집 앞에 공원에라도 가자고 앤디가 바가지를 긁대요.

앤디가 파크 어쩌구 하니까 민서가 금방 알아듣고 "마미 대디 파크스 파크스" 방방 뛰고 난리가 났어요.

(요즘 민서는 모든 단어에 S를 붙여서 복수로 만들어 버려요.)

아..몸도 아프고 딱 안 갔으면 좋겠는데 큰 아들,작은 아들이 징징대는 통에 끌려갔다 왔읍니다..에고 허리야.

제가 지난 8월달부터 감기를 몸에 달고 사는데,이게 낫는듯 하다가 또 도지고 낫는듯 하다가 또 도지고...장난하냐,감기??

 

여하튼 토요일 일요일을 전쟁을 치르고 이제 공부좀 하려고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자꾸 뭔가가 께름직한것이...공부가 안되네요.

아..민서 델고 오기 전에 노래 한번씩 다 봐둬야 하는데...제가 12/17,뉴욕에서 메시야 연주,2/13,14일 메릴랜드에서 학교 교수 음악회,4/19 뉴저지에서 오페라 갈라 연주에,다음주 일요일 볼티모어에서 오디션,12/17 맨하탄에서 오디션...공부해야 할 곡이 지금 넘쳐나는데 주말에 한 일이라고는 츄레닝 무릎 나오게 일한거랑 뉴욕 도서관에서 빌려온 악보에 누군가 표시해놓은 메모를 지우개로 다 지운거 밖에는 한일이 없어요.

제가 좀 성질이 아주 XX(해)서 누군가 미리 써놓은 메모같은게 있으면 확 승질이 뻗치면서 한국말이 막 튀어나옵니다."아니,도서관 책이 지꺼야..왜 연필로 다 표시해놓고 난리야...표시하려면 복사해서 지 복사본에 할 일이지..." 하면서 이런 무식한 짓거리를 한 그 누군가에게 막 퍼부어줍니다.

위의 XX 에 들어갈 단어는 알아서들 상상하세요.

 

어쨌거나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공부는 안되고 자꾸 정신이 딴 데로 흩어지고..거기다 온 몸은 아프지,어깨도 뻐근하지....아,민서 토마스 디비디 도서관에 반환해야 하는 날인거 같은데...

도서관 웹싸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하니 오늘이 만기일이라 반납을 해야하는데..제가 지금 발이 없는 상태라서 꼼작없이 10 센트 벌금 내야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또 그럼 확 열이 뻗칩니다...땅을 파봐라 10센트가 나오나...그래서가 아니라,제가 살짝 원칙주의자 라서

규율에서 벗어나거나 하게되는 일에 굉장히 예민한데 이렇게 반납 시기를 놓쳐서 벌금을 낸다는 것 자체가 화가나고,제가 너무 태만한게 아닌가 하면서 막 자책하는 그럽 스타일 입니다 --;;; 흠

발이 없는 이유는 지난 주 목요일날 뉴욕에 레슨 받으러 다녀왔는데,간 김에 도서실에서 책도 빌려오고,한아름 가서 장도 봐오고,후배가 부탁한 악보도 전해주고...볼일 다보고 빗길에 운전해서 집에 왔거든요.

그날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금요일날 오전 수업 마치고 집에 오는데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다 빵빵 하면서 지나가는 거예요...창문으로 보이는 내 옆모습이 반할 만 하지잉...하면서 혼자 실실 거렸는데...

오후에는 코스코에 가서 먹거리 장까지 봐서 트렁크에 가득 실어놓고 보니 차가 한쪽으로 완전 기울었더라구요.

차 뒷바퀴가 빵꾸가 난 건 아니고 바람이 완전 빠져서 납작해져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내가 빗길에 왕복 300마일을 80마일로 운전하고 왔다니,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무릎이 후들후들 하더라구요.

아고,고속도로에서 죽을뻔 했네...하는 생각이 드니까 어찌나 오싹하던지.

어떻게 어떻게 집에까지 살살 기다시피 해서 오고 신랑한테 바퀴에 바람도 넣어야하고 엔진 오일도 갈아야하니까 같이 다녀오자고 하니 주말에 하자고 미루고...주말 내내 일한다고 또 미루고...공원 갈 시간은 있고 자동차 정비소 갈 시간은 없는지..

결국 오늘 아침에는 내일 아침에 가자고 미루고 출근해버려서 지금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있읍니다.

 

근데..내가 말하려고 한건 이기 아니고....

어쨌거나 뭔가가 있는데 이게 뭘까,왜 내가 뭔가 잊어버린거 같은 기분이 들지....하면서 이리저리 생각해본 결과.

마마~~ 통촉하여 주소서~~ 죽여주소서~~

 

엄마 생신이 음력 9월 29일인데,아무래도 지난듯 해서 음력 달력 변환기에 넣고 알아보니 11월 15일이네요.

지금은 이미 제가 한정신이 나가서 여기가 16일이면 한국은 17일..아이고 이틀이나 지났네,아닌가,하루 지난건가? 막 헷갈려버립니다.

메신저를 켜보니,엄마도 오빠들도...아무도 없네요.

에고,이 일을 우짤꼬...가뜩이나 지금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서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자니 죽을 맛이라고 그러고 있는데,하나 밖에 없는 딸년도 생일을 잊어먹고 전화 한통 안하고 있으니

가뜩이나 밤탱이 된 눈으로 눈물이나 찔끔거리고 있지 않을까 싶은게..

그럼 저는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어떻게 엄마 생일을 깜쪽같이 잊어먹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더 화가 납니다.

에고,자식한테 하는거 반만이라도 해드리면,아니 백분의 일만이라도 돌려드리면 정말 효자 효녀 소리 들을텐데..

민서 돌잔치는 상이 떡벌어지게 차려주고,지난번 2살 생일도 3일에 걸쳐서 해줬구만,

막상 엄마 생일은 홀랑 잊어먹고..

뭐 이런 인간이 있나 싶은게...화가 나네요.

 

오빠한테 전화 걸어서 엄마랑 통화 했는지 물어보고 싶지만 "넌 잊어먹었었냐?" 라는 말이 나올까봐 겁나서 전화도 못하고 있읍니다.

아고...엄마가 많이 서운해 하면 어쩌지...

지난번에는 가족 경조사는 꼭 서로 챙겨주라고 우리들 생일들하고 엄마 아버지 생신과 조상님 제사까지도 다 적어서 보내줬는데...이렇게 중요한 날을 홀랑 잊어먹고 있었으니...

역시 노래를 너무 많이 한 죄라고 그래볼까? 노래를 하다보면 두성을 많이 쓰게되는데 그래서 뇌가 한쪽으로 몰려서 기억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할까?

아니면 민서 낳고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고 그래볼까? 힉..엄마는 셋이나 낳고도 제삿날 다 기억하는디...

 

에고..일단은 죽은듯이 있다가 오후에 민서 델고와서 민서를 방패막이 삼아서 엄마랑 채팅을 시도해야 겠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엄마 생일 홀랑 잊어먹고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12월에 미국 오시면 그떄 생일 파티 해드린다고 해야겠어요.

 

엄마 미안....입이 열개라도,입이 이렇게 튀어나왔어도 할 말이 없어.

늦었지만 생신 축하 드려요. 엄마가 공항에 도착하면 축포 쏘고 흰비둘기 막 날려주고...하옇든 거창하게 생일파티 다시 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