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리폼...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된다?
2025.6.17일.
아직도 어수선하기 짝이 없는 델라웨어 딸네집..
같은 학교 밴드담당 선생님인 27살 스티븐이 방학을 맞아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집수리를 도와주었는데 지난 수요일 여자친구의 고향집인 시애틀로 2주간 여행을 간다며 거실 벽면만 페인트를 하고 다이닝 룸과 부엌 쪽과 천정은 여행이 끝나는 2주 후 에야 가능하다니 그동안은 부득이
하게도 수리가 올스톱 상태다..
집안은 그동안의 페인트공사로
큰 사다리 작은 사다리와 크고 작은 수많은 뺑끼통들과 빨판이며
붓이며 롤러며 작대기며 비닐포장제 등. 등. 등. 들이 한쪽벽면에 산데미로 쌓여있어 쳐다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서 숨쉬기도 불편하구먼 스티븐과 여자친구가 기르는 고양이 두 마리까지 데려다 놓아서 집에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이 하루 종일 우당당탕 거리며 페인트통 자빠트리기 경주를 하는지 냥이들 따라다니며 하는 뒤치다꺼리도 예삿일이 아니다..
다이닝룸 쪽은 손도 대지 못한 벽면 페인트 오늘따라 민서어미가 붓을 잡았네..
사다리에 올라 천정 부분을 돌아가며 붓질을 하더니 롤러로 벽면을 문지르며 흠이 난 곳은 빠데로 메꿔가면서 하는 폼이 페인트전문가 찜 쪄먹게 생겼다..
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데 하릴없이 소파에 앉아 페인트칠하느라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딸의 애쓰는 모양을 안쓰럽게 바라보자니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기 짝이 없어 내게도 일거리를 좀 줘보라니까
허리가 커서 못 입고 있어 수선을 맡길 바지가 있단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수선을 맡기다니 차라리 새로 하나 장만하는 게 낫지...
어디 한번 보기나 하자고 해서
눈앞에 나타난 바지는 첫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십오 년 전에 내가 사서 보낸 인디부니 바지였다.
그때도 55를 사서 보냈구먼 지금은 살이 더 빠져 44도 큰데 이곳에서 맞는 사이즈 옷이란 초등학생들이나 입는 옷뿐이라
옷 사입기도 대략 난감이라고...
허리만 줄이고 바지통만 줄이면 입을 수 있는데.. 하며 아쉬워하길래 바지 리폼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내 옷을 전문으로 수선해 주시는 행복수선 아줌마처럼 바지를 입히고 핀으로 꽂아 사이즈를 조정해 보았더니 허리가 7센티가량 잘라내야 될 것 같았다.
난생처음으로 바지허리 줄이기를 해 보려는데 아무리 들여다보고 궁리하고 고민을 해봐도 답이 없는 게 수선집에서는 허리양쪽 선을 따라 핀을 꽂았는데 잘못하다간 주머니에 손도 못 들어갈 것 같아 차라리 바지 뒷부분을 줄이면 손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아 양쪽 옆솔기를 줄이자면 벨트를 다 뜯어내야 하는 대공사인데 뒷부분을 줄이면 조금만 뜯어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무조건 뒷중심부 벨트를 가위로 자르고
뒤판을 겹쳐 허리 쪽 3센티에서 사선으로 밑위까지 선을 그어 흰 무명실로 시침을 하고 잘라놓은 벨트에 연결해서 양쪽으로 3센티씩 시접을 넣어 박음질을 하며 뜯고 박기를 대여섯번 끝에
드디어 깜쪽같지는 않지만 허리가 3인치 줄어들었다..
이거 이거 진짜로 내가 해낸 게 맞는감?
바짓가랑이도 밑단을 뜯어 밑위서부터 기장까지 안쪽선에 1.5센티 시침을 한 후 시침 따라 들여다 박으며 밑단을 접어 마무리했더니 신기하게도 제대로인 44 사이즈 바지로 변신했다.
엘트레이션 하는 분이 보셨다면 기함을 하겠지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제대로 전문수선가 같이 고치진 못했지만 엉터리 방터리 같은 실력으로 고쳐서 입혀 보았더니 어쩌면 이렇게 딱 맞을 수가 있냐고 엄마솜씨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 내미는데 어쩔 거냐고...
고래도 아닌것이 칭찬에
힘입어 어깨춤을 춰가며
바지를 두개씩이나 고쳐부렀다는...
나야말로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이참에 장소피아 할머니
바지 잘 고친다고 소문나서
얼트레이션 간판 달고 델라웨어 주저앉아 바지허리나 줄이고 있으면 어쩌지?
그것이 문제로다..

딸의 재산상속 1.새침떼기 니냐. 2.검정고양이 장난꾸러기 니뇨.

스티븐 고양이 피피


스티븐여친고양이 이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