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손자에게 나의 뿌리알려주기

그 시절 내 소원은 오로지 환타 !!!

primavera1945 2025. 4. 7. 06:26

아직도 생생한 기억의 편린 41.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고
큰아이는 사립학교에
둘째는 유치원에 보내면서도
1원 한 장도 함부로 쓰지 않고 아끼고 아껴 대궐 같은 집에 살게 된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었다.

결혼하고 그때까지 필요한 것은 일일이 남편한테 타서 쓰는 형편이니 꼭 필요한 식재료 외에는 과일도 그 무엇도 사 먹겠다고 돈을 달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다.

지금에야 녹차에 우롱차 보이차
좋다는 茶도 골라잡아 먹을 수 있고 커피도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 등 산지마다 특별한 향과 맛을 가진 커피콩을 입맛대로  준비해 놓고 먹고 있지만 70년대 그 어렵던 시기에 먹을 수 있던 것은 보리차 옥수수차도 마음 놓고 끓여 먹지 못하고 미숫가루 같은 호사는 꿈도꾸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내 중학교 시절 소풍 가서 김밥 먹고 채 했을 때 배가 아파 방구석을 뒹굴며 고통스러워하자 엄마가 사이다를 먹으면 채한기 쑥 내려갈 거라며 사다 준 칠성사이다 1병을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어 한번만 더 채 했으면 좋겠다..라는 철없던 때라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이 세상에서 사이다가 제일 맛있는 음료수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어느 날 학부형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냉장고에서 오렌지색 음료수를 유리컵에 따라 주었는데 그림에서 오렌지는 보았지만 오렌지맛이라는 그 짜르르한 음료수의 이름이 환타라는 걸
그날 처음 들어 알게 되었다.

냉장고 위쪽에 그 비싼 환타캔이  가득 든 박스가 놓여 있는 게 엄청스레 경의로웠고 이 맛있는 음료수를 아낌없이 콸콸 따라주는 준호엄마가 억만장자처럼 존경스럽게 보였다.

환타가 이렇게 맛있는 음료수인지 몰랐다는 내게 미제장사에게 구입한 거라며 아이들 가져다 주라며 캔 2개를 가방에넣어 주는데 너무 고마워서 울뻔했다.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환타를 나눠주면서 우리 집은 준호네 집 다섯 배는 큰집에 살면서 환타 1캔을 못 사 먹고살다니 세상 참 고르지 못하단 생각에 마음이 쓰렸다.

퇴근한 남편에게 환타 얻어온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언제까지 콩나물 십원어치 사는 것도 당신한테 일일이 말을 하고 돈을 타서 써야 하느냐고  준호네는 이 비싼 환타가 냉장고 위에 박스째 올려져 있는데 내 새끼들은 얻어다 먹는 환타 맛있다고 서로 더 먹겠다고 싸우며 울고불고하는데

나는..지금 내 소원이 뭔지 당신은 알기나 하느냐고..

나도 준호네처럼 냉장고 위에 환타를 박스째 올려놓고
아이들이랑 나도 환타 먹고 싶을 때 마음 놓고 벌컥벌컥 마시고 싶다고 그게 지금 내 소원이라고
서럽게 울며 하소연했더니..

지금껏 집 장만 하느라 아끼고 아끼다 보니 너무 오랫동안 고생 시켰다며 이제부터 돈을 버는 대로 당신한테 가져다줄 테니 지금처럼 알뜰하게 아껴 쓰고 그 환타인지 뭐신지 그렇게 아이들이 좋아한다니 아무리 비싸더라도 걱정 말고 미제장사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1박스 사다 놓으라고..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 큰 대문을 삐그덕 열면서 미제장수 아줌마가
환타 1박스를 가방에담아 끙끙대며 껴안고 들어섰다.

오렌지색 캔을 보고 맛있는 음료수가 왔다고 좋아서 길길이
뛰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이제 제대로 부모노릇 하는구나 싶어
감개무량했다고 할까?

그때 그 짜르르하고 향긋한 매혹의 맛 환타는 5~6년은 계속 쌓아놓고 먹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추억의 편린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