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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있는 시카고로

primavera1945 2024. 11. 28. 09:25


2024.11.24일
드디어 출국 날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집안 정리가 제대로 되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본다.

부족하거나 미처 손 보지 못한 부분은 몇 년 동안 내 집 보살피듯
돌봐준 두 분의 수호천사님 들이 알아서 처리해 주시리라 믿고..

이틀 전만 해도 출발 일자를
다시 조정해야 하지 않나
싶을 만큼 자고 일어나니 어지러움증으로 쓰러지면서
이게 뇌졸중 아닐까?
그런데 수족 놀리는 것은 말짱하고 말도 어눌하지 않지만 벽이랑 문이 빙빙 도는 느낌...
이건 도대체 무슨 증상이지?

119를 불러야 하나 싶어
일단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서 이웃의 세실리아 씨 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증상과 형편을 이야기했더니 미사가
끝나는 대로 달려갈 테니
만약 119로 병원을 가게 되면
어떤 병원인지 알려 주면 바로 달려오겠단 소리에 안도하며 30분 정도 누워 안정을 취하니 어지러움이 좀 가라앉는 듯해서 가까운 두리의원을 가는데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또다시 다리는 힘이 빠져
제멋대로 휘청대며
술 취한 사람처럼 걷고 있는 게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러지더라도
아니면 죽더라도 사람들이 보는 곳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일을 당하면 그 누구도
알아채 지 못하는 독거노인의 고독사가 될듯해서..

다행히 가까순 두리의원 선생님의 자상한 진료와 처방약 덕분에 어지러움이 조금 진정되었을 때 세실리아 씨가 달려와 아픈 상태를 이야기하니 아무래도 증상이 이석증 같다고
출국이 이틀 후로 촉박한데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나를 부축해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아 검사를 받으니 오른쪽 귀에 생긴 이석증이란다.

어지럼증 약을 처방받고 출국 전날 또다시 재검사로 진정되었다는 진단을 받고 약도 충분히 받았다.
만약 미국에서 이런 증상이 생겼다면 직장 다니는 아이들에게 이 무슨 민폐란 말인가?

나이 먹기가 두렵고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또다시 어지럼증이 재발하기 전
온전한 정신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것 만도 축복이라 생각하며
새벽 7시 집을 떠나 인천공항 도착해서 짐도 부치고 휠체어 서비스 덕분에 편안히 1착으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가 있었다.

13시간의 지루한 비행을 끝내고
솜을 깔아 놓은 듯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미시간 호수 위를 날아 가로 세로줄을 그은 듯 한 낯익은
시카고의 풍경들을 보노라니 어느새 비행기는
오헤아 공항에 안착..

휠체어 서비스 덕분에
다른 승객보다 일찍 입국 신고를 마치고 짐가방 2개를 찾아
세관 통관도 프리패스로 출구를 나서니 둘째의 듬직한 모습..
웃음 가득한 얼굴이 반갑다

비행이 힘들지는 않았냐는 걱정스러운 인사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오랜만에 가족상봉이라서 그런지 편안하기 짝이 없다.

그래.. 역시 사람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한 거야..

믿음직한 가족들의 울타리 안에
모처럼 마음 홀가분함을 느끼며
살갑게 맞아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이며 축복인지 다시 한번 나를 편안히 맞아주는 가족들이 있음을
감사하는 날이다.

그리고 나를 목메어
기다리고 있던 우리집의
귀염둥이 청솔모와 참새들이 반갑다고 달려와 인사하는
평화로운 축복의 땅
시카고에서 새롭고
행복한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