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방 꾸미기도 수준급..아이고...내딸아 좀 참그라~
20여년을 유학생활로
죽기살기 공부하느라..
그리고도 또 이런 저런 사유로
가족이 반대하는 파란눈의 사위와 결혼을 하고
늦둥이로 낳은 어리광쟁이 줄리안 민서!!!
토마스츄츄 광팬이며 베트맨에 올인하는
5살짜리 외손주
눈으로 보는대로
머리속에 상상하는대로
입에서 나오는 말대로
무엇이던 엄마에게 만들어 내라고 생떼를 쓰는
줄리안 민서
베트맨의 붉은 망또는 못쓰게된 티셔츠를 잘라
등에 똑딱이를 붙여 달아주고
도시락도 가지가지..
어느날은
토마스츄츄가 되었다가
고슴도치를 만들었다가
곰돌이를 만들었다가
어느날은
피노키오를 만들었다가
변화무쌍하게 만들어 내는 도시락 덕분에
유치원 친구들에게 최고 선망의 대상이 되었단다.
어린아이라 베비 침대가 놓여있던 민서방이
3년만에 다시와 보니 이렇게 변신을 했네
아이고..내 못산다~
저 꽃잎과 꽃봉오리 만드느라
내딸이 얼마나 애를 먹었을꼬?
집에서 놀고먹는 가정 주부도 아니고
명색이 대학에서 머리 굵은 학생들 가르치고
매식 안하는 남편 도시락을 싸대면서
시시콜콜 머릿속 그림 그려가며 해달라는
민서의 음식타령에
싫은 기색없이 오냐 오냐 해 대는
내 딸이 바로 원더우먼일세~
벽에 이 나무는 무엇이냐고 물으니
민서가 원하기를...
하트뿅뿅 매달린 행복나무에
비들기도 날아들고
나뭇가지 가운데엔 옥토끼가 집을짓고 사는
빅 트리를 만들어 달라고 소원을 했다나?
나 원 참!!!
도대체가...
언제까지 이 짓하고 살꺼냐고
부애가 나서 물었더니
마이클스에 가면 저 빨간 하트가 있고
파란 색종이 대여섯 묶음
꽃잎오려서 철사에 감기만하면 된다고
쉽다고 쉽다고 변명이 늘어진다.
저 꽃송이며 꽃잎
스카치 테이프로 하나 하나 벽에 고정시키느라
고갠들 안아프며 팔인들 안 아팠을까?
일회용 종이 접시로 오려붙인 비들기 하고는..
고목나무 기둥은
쇼핑할때 따라온 포장지를 구겨서 만들었데나
이러고 살자니
내 딸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이리 사느라고..
탈랜트 버금가게 예뻤던
만년 소녀같던 얼굴이 반쪽이되었고
그나마..40키로 나가는 체중
애간장에 더 빠질까 두렵다.
만들기도 참!!!
기가 막히게 만들었구만.
미술이나 조형을 공부했으면 더 좋을뻔 했잖아
타고 나지도 않은 성악하느라
제 몸 갉아 먹는걸 생각하면 부아가 치민다.
토마스 츄츄는 민서의 일상이다
망아지인지 유니콘인지
생일잔치때는 저 망아지 뱃속에 캔디를 넣어다 던가?
우리어릴적 운동회때
커다란 광주리 장대에 매달아 놓고
콩 주머니 던져 터트리면
그 안에 오색종이가 와르르 쏱아지듯
망아지 뱃속에서 캔디가 쏱아진다는데
저거 어디 도망 못가게
끈으로 묶어 달랬데나 어쨌데나..
참으로 민서다운 주문이다
뒷뜰의 잔디도 제법 푸르른것이
언제 따뜻한 봄이와서 저 그네 타 볼꼬?
또.또.또..
도시락 가방이 미어지라 한 가득 쌌네
모처럼만에 다니러 온 딸의 집에서
이리 살지마라 저리 살지마라
잔소리 해대는 친정 엄마가 야속했던지
어디서 얻어온 것이라며
수삼이 둥둥 떠다니는 막걸리 한잔을 내어 놓는다
이 술 한잔 드시고
제발 입 좀 다물어 주소서~
하는것 같다.
웃으며 내 놓는 술을 보니
가슴이 저려온다
오냐 그래..
엄마가 괜한 소리 했다
네 삶이니 너 편한대로 네 맘대로 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