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미국이닷!!!!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두달 동안 신선놀음 하다가 왔더니,
주부의 삶이 너무 힘겹기만 한 서연준 입니다.
여러분 덕분에 한국에서 연주도 무사히 잘 끝내고,
신랑이랑 같이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테마여행으로 거제도와 해인사도 다녀오고,
오랫동안 못 만나뵈었던 진 수녀님도 뵙고,
청산에 계신 프란치스코 신부님도 뵙고,
또 밀라노에서 공부할때 배짱으로 맞먹었던 오라버니 신부님들도 뵙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엄마가 해주는 밥 먹은거...
그리고 저녁먹고 나서 "열 아홉 순정" 보면서 내 일인양 열받아 하시는 부모님 보는거...
신랑이 한달 전에 먼저 귀국하고 나서
한달 동안은 한국에서 처녀행세 하고 다녔읍니다.
그리고 신랑이 같이 있을때는 부모님도 저를 "친정 다니러 온 딸"로 대하시더니
신랑이 먼저 귀국하고 저만 남으니까 "시집 안 간 노처녀 딸" 로 대하시는 겁니다.
하하하,그 덕에 노처녀 인양 히스테리도 부려보고....좋은 시절 이었는데...
집이 최고라고 누가 그랬는지,만나면 한대 때려주고 싶습니다.
친정이 최고지요...
신랑이 보고싶다고 징징거려서 설레는 가슴으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한 달 동안 식사를 제대로 못해서인지 얼굴이 반 쪽이더라구요.
측은함도 잠깐,집에 와서보니 구석탱이 마다 어찌나 빨랫감을 짱 박아뒀는지...
이럴땐 신랑이 아니라 웬수입니다.
신랑이 메릴랜드로 출근하고 4일 동안은 다시 처녀행세 하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지난 4일 동안은 완전 아줌마로 변신해서 몸빼바지 떨쳐입고,
청소하고,짐 풀고,빨래하고...그리고 또 다시 짐 싸고 있읍니다.
이번 주말이 신랑의 고등학교 총 동창회인데 부부동반이랍니다.
미국에선 고등학교 졸업후 10주년 파티가 가장 성대하고,
그때는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친구들도 다 모인다고 꼭,꼭 가야한다고 땡깡입니다.
아이구,싱글일때가 좋았는데...부부동반 이란 단어가 좀 징글맞은데..
부부인건 확실하니 가야겠죠?
오늘 떠나서 주말에는 시댁에서 보내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에 신랑의 강의 기간 동안 메릴랜드에 함께 있어야 합니다.
성악과 학생들에게 마스터 클래스를 해달라는 클래식 기타 교수님이 부탁을 하셨는데
(이럴땐 신랑이 아니라 교수처럼 행세합니다)
마스터 클래스 날짜를 수요일로 잡아놔서 꼼짝없이 신랑이랑 같이 있다가 와야합니다.
보수도 조금 주면서 성악가를 너무 부려먹는 파렴치한 교수입니다.
휘유~~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우면...
정리해놓고 갈 일도 많고,준비해갈 일도 많습니다.
특히 여자들은 하루만 외박을 해도 챙겨가야 할 물건들이 너무 많은데,
일주일이라니 캐리어 가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이민가방 가져가기는 좀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삼단으로 접어두었던 이민 가방을 다시 꺼냈읍니다.
에구구...엄마가 보고싶네요.
엄마는 우리 유학 시키면서 20년을 이민가방으로 간장 고추장 담아 날랐는데
이젠 거의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읍니다.
이민가방 척척 싸면 32Kg 정량에 네모 반듯한 것이...잘 빚어놓은 메주덩어리 같습니다.
이번에도 저 올때 이민 가방 두개를 꼭꼭 눌러싸면서
"이건 합격이구...이건 한 2 Kg 초과할것 같은데..."
귀신입니다...정말로 하나는 오차없이 32Kg, 다른 하나는 34Kg 이었는데
엄마의 애교 100단 눈웃음으로 별금 안내고 왔습니다.
난 일주일치 옷가지 몇벌 싸는데도 가방이 울퉁불퉁한데,엄마는 무슨 재주로
각을 잡아서 가방을 싸는지...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에 제보해 주세요.
버지니아랑 메릴랜드 다녀올때 쯤엔 시차적응도 되어 있을거예요.
한국에서 있었던 신랑과의 에피소드와 대구 SOS어린이 마을에서의 감동,
그리고 좋은 분들과의 만남에 대해서 얘기해드릴께요.
이번 한국여행에서의 제일 큰 수확은 신랑 앤디가 한글을 깨우쳤다는 거예요.
아직 쓰는건 어렵지만 읽는건 문제없읍니다.
말도 곧 잘 합니다.
공항에서 절 보더니 "아줌마,한국에서 왔어요? 영어 할 줄 알아요?" 하더군요.
한글 좀 읽는다고 지금 기고만장한데,버지니아 가는 8시간 동안 오묘한 한국말의 세계를
보여주려 합니다.
푸르딩딩,노르스름,천지빼깔,우왕좌왕,얼레리 꼴레리...이런걸로 좀 기를 죽여놔야
항상 초심으로 한글을 배울것 같습니다.
한국은 이제 추석이 다가오네요.
명절 준비 잘 하시고,미리 성묘 다녀오시는 분들은 운전 조심하시고,
저는 일주일 후에 추석인사 하러 오겠읍니다.
안녕히..
서 연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