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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적시는 눈물같은비...

primavera1945 2008. 10. 10. 02:43

제목 | 내 마음을 적시는 눈물 같은비...   

보낸날짜 | 2006년 8월 01일 화요일, 오전 06시 32분 34초

   

무섭도록 줄기차게 내리던 장마비도 그치고

모처럼 흰구름이 점점이 떠다니는 청명한 하늘이

오늘 따라 더욱 푸르고 새롭게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

그동안 폭우에 별다른 피해는 없으셨는지요?

그리고  온 가족이 무고 하시며 평안 하셨는지요?


 턱 없이 모자라고 부족한 저에게 ..

언제나... 멀리서 또는 가까이에서..

한결같이 변함없는 사랑과 격려를 보내 주시는 여러분들께

이제사 소식을 드리게 되어 진정 송구스럽게 생각 합니다.


두달이 넘도록 무슨 뜸을 그리도 드리고 있었나 여러분  궁금하셨죠?

네... 제가 바로 천하에  게으름뱅이 금호동의 소피아 입니다.


어제 일요일은  서울생활 40년만에... 모처럼 바캉스 라는걸 다녀 왔습니다.

제 생애 에도 바캉스를 즐기는 날이 있다니... 믿어 지지가 않는 사실이 었죠.


네... 평소 각별하게 지내던 지인들이 간곡히 청하기에 모든 시름을 떨쳐버리고

가까운  양평에 있는 계곡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대체로 부부 동반 이었지만  그럴 형편이 안돼는 저는 혼자서 참석했는데

주위 분 들이 어찌나 넘치도록 배려 해 주시는지 정말 너무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제가 디스크 수술 후에  땅바닥에 앉는 것 보다

의자를 선호 한다는 걸 아시는 분들이 계곡의 큰 돌을 옮겨

저를 위한 의자를 만드시느라 회장님은 손가락을 찧어 피멍이 들었더라구요.


서로 서로... 내가 만든 의자가 더 편하다 하시면서

내의자다.. .아니야 내가 만든 의자가 더 편하다니까? 하고

수건을 몇개씩 겹쳐서 깔아 주시고 앉기를 청하는 형제님들...


정말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걸까? 너무나 황송한 나머지...

내 생애 두 번째로 보신탕... 감사한 마음으로 말 없이  꾸역 꾸역 먹었습니다.


혹시 제가 보신탕 잘못 먹을까봐서 삼겹살에 토종닭에....

주인 아주머니가 요리해온 냄비 뚜껑을 열고 ...

회장님은 닭다리 하나를   얼른 건져서  저를 주시고

옆에 섰던 부인에겐  날개 쭉지 하나를 떼 주시면서 이게 더 맛있다고.......


네... 닭 한 마리에서 다리 두 쪽 빼고 나면 먹을 게 없다는 걸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참 제가 성당에 나가기를 얼마나 잘한 일이고 다행한 일인지 ...

어제 하루는  황후 공주가  부럽지 않는 극진한 대접에

오래도록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추억이 될것 같습니다.

이토록 사랑이 넘치는 분들이 늘  제 곁에서  힘 도와 주시니

참으로 하느님께 감사한 마음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은  새벽 아침부터

함지박 만큼 이나 커다란  붉은 태양이 위용을 뽐내며

동쪽으로 부터 달려 나오고... 그런 고로... 정말  오랫만에  하늘이  너무 푸르고  맑아서..

그리고 솜사탕 같은 구름이 너무 하얗게 눈부셔서... 너무 너무 너무.....

기분 좋은 하루 였어요.


거기다... 연짱 이틀에 걸쳐...

모처럼 성가대 식구들과 일영인지 장흥인지....

오늘은 오후 나들이에 또한 마음이  한없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구파발을 벗어나...

산과 숲에 둘러쌓인 아담하고 고즈녁 한  고가에서 ..

맛있는 저녁식사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은

오랫동안 눈물에 젖어있던 마음에 청량제가 되나봅니다.


집안귀신 일귀신인 제게도 톡 쏘는 사이다같은 ..

첫모금의  싸아 한 맥주같은 ... 짜르르르한 ...전률이 전해지는

한모금의 콜라같은 청량제가 필요 했나봐요.


왜냐 하믄요... 제가 드뎌  웃음을 되 찾았다는 것 아닙니까?

웃으면 건강해지고 ... 그래서 엔돌핀이 팍.팍.팍. 솟아나오고 ...

말기암도 고칠수 있는 불가사의한 치료약을 웃음이 생산해 낸다는데....

말기암 환자들의 고통을 없에주는데 필요한  몰핀 주사약 보다

100배는 더 강한 마취제가 우리 몸안에서 생성 된다는데...

저는... 그동안 웃을 수가 없었어요.


두달여 동안 ... 끈질기게..줄기차게 내리퍼붓는 빗줄기 처럼 ..

제 몸과 마음은 온통 눈물에 젖어 있었습니다.

제가  ... 제몸보다 더욱 귀하게 여기는 우리 준원이 유나가...

사랑하는 손주 녀석들이 제 애비를 따라..

제 어미와 같이 머나먼 미국으로  훌쩍 떠나 버렸어요.


큰애가 결혼하고 14년을 한집에 살며

제손으로 11년을 키워오던 사랑하는 손자 손녀가 제 곁을 떠나게 되니

견딜수 없도록 마음이 아팠었어요. 어떤 위로도 어떤  위안도 ...

제 마음에 비처럼 흐르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더라구요.


떠나는걸 준비할때는 그저 마음만 바빴지 정말 이토록 슬플줄은 미쳐 몰랐었어요

그래도 떠나는 날은 ... 웃으면서 보낼수 있으리란  야무진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미국이란 나라는 아이들 천국이니.. 니들 가서.. 

첫째는... 열심히 놀고 둘째는... 열심히 운동하고

그 다음 셋째는  ...공부는 열심히  안 해도 되겠지?

콜밴이 짐을 실으러 오기전까지 저는 애들과 웃으며 농담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만 밴에다 짐을 다 싣고.. 준원이 친구 한솔이가..

토요일이라 학교가 쉰다고 제 엄마랑  작별 인사를 하러와서는

멀리 떠난다고..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흘러간데도

.니친구..한솔이를 잊어 먹으면 안된다고... 준원이 손목에 시계를 채워주면서

이 손목시계를 볼때 마다 한솔이를 기억해 달라고 하니까...


울먹 울먹... 고개를 주억 거리더니

차가 떠나면서 손을 흔들던 준원이는 한솔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말자

대성통곡을 하며 한국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기를

멈추지 않는걸 보자니 제 마음은 비수로 도려 내는것 같앗습니다.


오빠가 우는걸 쳐다 보던 유나도 홀짝홀짝 울면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델고 가자고.... 다 같이 살다가 왜 우리만 가느냐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제 다 늙었는데 둘이만 남겨 놓으면 어떻게 사느냐고...

할머니가 맨날 흘리고 다니는 지갑이랑 열쇠는 누가 찾아 주냐고..

우리 보고 싶어서 맨날 맨날 울텐데  델고 가야 한다고

우리식구 다 함께 가서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 바람에 ...


우리식구 다섯은 인천 공항에 도착 할때 까지 가슴이 메어저라 꺼이 꺼이 ..

북받치는 울음을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눔의 눈물이며 콧물은 왜 그리도 쉴새없이 흐르던지요


공항에 도착해서 어림짐작으로  34kg 정도라고 담은 이민가방 6개를

대형 수화물 코너에서 부치고 아이들 기분전환 시킨답시고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시켰지만... 아이들도 철이 들어서 인지 아무도 손을 대지 않는거예요.

정말... 눈물젖은 빵이란걸 먹어 보지 않고는 몰랐었어요

아무리 씹어 삼켜도 목젖에 걸려 넘어 가지를 않았습니다.


우리식구들은 공항의자에  붙어 앉아 서로 쳐다 보며 눈물만 흘리뿐

어떤말도 할수가 없었어요

우리 준원이는 할아버지 할머니 두고는 못간다고 ..안간다고  ...

눈이 퉁퉁 붓도록 우는게  오래있으면 서로 맘만 아플것 같아서

외할머니  오시면 만나 뵙고 인사도 드려야 하니까 이만 헤어지자고 하니까

공항을 가득 매운 사람들 앞에서 넙죽이 엎드려 큰절을 올리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그리고 어찌나 내 손주가 자랑스럽고 대견 하던지요.


지 애비가,,,

지 삼촌이나 고모가  길떠날때 언제나 큰절 올리는걸 우리 준원이가

눈 여겨 봤던걸까요?


이제 초등학교 5학년 짜리가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맨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안녕히 계시라고 하는걸 보니....

우리 부부는 천정만 쳐다보며 눈을 꿈뻑 거려가며 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넙죽 엎드린 준원이를 따라  에미랑 유나가 이마에 손을 얹고 큰절을 올리며

일어날줄 모르고 울어쌌는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무슨 구경 난 줄 알고 둘러서서  수근수근...


아마도 ....요즘 보기드문 효성깊은 며느리에 그 자식들이라고 했지 싶습니다.

엎드려 절하는 아이들이 미쳐 일어 나기도 전에 우리 부부는 도망치듯

에스칼레이트에  몸을 싣고  공항을 빠져 나가는 택시에 올랐습니다.

집에 오는 동안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 뒤에는

우리  아이들이 어른을 공경 할줄아는 올곧은  마음씨가 너무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워 반은 웃고 ..반은 울고...


네.... 저는 정말 그러다가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떠난 텅빈  집안 공기는 벌써 40일이  지났건만 적막하기 짝이 없는

냉.냉.냉.냉. 그 자체입니다.


아이들이  제 곁을 떠난 순간 부터.. 제 머리속은 표백제로 모든 생각을 표백 한것처럼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어떤말도 귀에 들리지 않고

어떤 말도 할수 없는것 처럼 ... 마치도 백치가 된것처럼..

지금껏 그냥... 무념의 상태일 뿐이었어요


그래도 다행인것이...

아이들이 못델고간  거북이 두 마리가 제게 큰 위안이 되고 있어요

처음 우리 집에 왔을때는 어린아이 주먹만 하던것이 일년 넘게 키우다 보니

이제 넙데데 한게 거의 제 손바닥만큼 자랐어요


아이들이 떠나면서 나중에 제가 미국 갈때는 무슨 수를 써서 라도

지들 거북이를 델고 와야 한다고 부탁 부탁하고 갔는데...

이것들을 키우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 는게 아니 더라구요

먹이도 E-마트에 가서 사야 하는데  ... 그게 좀 가격도 비싼데다가...

자세히  보니까 아주 잘잘한 새우같이 보이길래  우리동네 건어물 상에서

가장 작은 새끼 새우로 한근을 사서 줬더니 아무 탈 없이 너무 잘 먹는 거예요.


이런 사실을 준원이가 알았다면 기겁을 하겠지만서두...


그래서 이번에는 거북이들도 칼슘이 필요 하겠다는 생각에 아주 잔 멸치를 사다가

들이밀어 봤더니 톡톡 채가면서 먹고 어쩌다 먹이가 조금 크다 싶으면 앞발로 잡아 당기거나

쳐서 먹는게... 거북이는 우리 아이들을 닮았는지 여간 똑똑한게 아니더라구요.


거기다 유나 거북이는 등딱지가 조금 노란색인데 얼마나 극성인지

제가 베란다에 얼씬 하는 기척만 있으면...

그 작은 눈으로 어찌 그리 잘 보는지 먹이 달라고 준원이 거북이 등이며

머리꼭대기 까지  밟고 올라섭니다

목을 길게 빼고 쳐다 보는걸 보면 어찌나 유나성질을 닮았는지

 

참 .. 우리 유나 지 오빠 이겨 먹어야지 지고는 못사는데 ...

아니 어쩌자고 거북이 마저 지 주인을  닮는지 참...

매일 매일 거북이 샤워도 시켜주고 물도 갈아 주면서

냄새난다고 한강에 버리라던 그  거북이에게

우리 아이들 대신 사랑을 베풀며 아이들과 화상채팅 할때는

거북이 데려다 보여주고 아이들의 충고대로그짧은 팔 ,다리  운동도 시켜주고..


네....요즈음 .이러고 살고 있습니다.


이제...시간도 조금씩 흐르고.. 주위 분들의 성원과 격려로  공허한 마음을 추스리며

장소피아 본연의 수다 아줌니로 회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하여 ... 몇달동안 컴퓨터에서 자취를 감춘 소피아를 궁금해 하는 분들께

자주 연락도 드리고  해야 덜 궁금 하실테니까요


언제나 제 가까이 에서 외로운 마음을 훤히 들여다 보며

늘 위로와 걱정을 아끼지 않는 주위의 은인들과 지인들께  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네...이전의 왕수다 아줌니로 되돌아 가고 있으니 이것또한

여러분들의 덕분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떠나기 전날

낮선 곳에서도 하느님의 가호가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머리에 손을 얹어 강복해주신 본당 야고보신부님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그리고 두분 프란치스코 신부님과

쥬세뻬 신부님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신부님들은 우리 글라라의 은인들이 십니다.

그리고 바오로 신부님.. 라파엘 신부님 ..그레고리오 신부님

연준이가 8월 8일 귀국 한데요

주님의 종이니 필요한곳에 쓰시기  바랍니다.


끝으로...존경하고 사랑하는 여러분과 모든 가족 친지 들의

바라고 원하는 모든 소망이 

우리주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놀라운 은혜로 이루어 지시기를 기원드리며


금호동에서 소피아 배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