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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어머니의 삼우제를 마치고

primavera1945 2008. 10. 8. 17:28

2005년 8월 5일

입관예절때 뵈온 어머니는 ...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반쯤 눈을 뜨고 계셨어요.

셋이나 되는 딸년들이....

2년이 넘게 찾아 뵙지 않아서 한이 되신것 같습니다.

얼마나  이 막내딸이 보고 싶었겠습니까?

 

수의를 입히기전 가족들이 차례대로 인사를 올릴때야 ...

저는 엄마의 얼굴을 쓰다듬어 볼수 있었습니다.

차디찬 우리 엄마의 뺨에 제 얼굴을 부비며 죄송하다고...죄송하다고...

이딸을 용서 해달라고....

아무리 말했지만 어머니는  듣지 못하셨지요.

반쯤  뜨신눈을 ..

아무리 쓰다듬고 쓰다듬어 감겨 드릴려고 해도 다시뜨시는 거예요

얼마나 이 딸이 보고 싶었으면....

 

아마도...그래서 눈을 감지 못 하셨을 거예요.

 

그때야 처음으로 우리 어머니의 눈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때야 처음으로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눈이 침침 하다고 눈앞에 채를 가린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고 평생을  그렇게 말씀  하셨었는데...

그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

그때야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엄마의 눈을 들여다 보니 백내장 같다구요..

내가 왜  그렇게 생각을 못했을까???

이렇게 의료기술이 뛰어난 세상에 살면서  왜 나는 우리 엄마 백내장 수술이라도 시켜 드려 밝은 세상 보다가 돌아가시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구요...

 

 

제가  정말로 죽일 죄인입니다

저도 막내딸 18살에 미국으로 유학 보내놓고 미치도록 보고싶어서 잠을 못 이룬것이 ...지금껏 불면증이란 불치의 병으로 남아 있어서 너무도 잘알면서...

살아 계실때 .. 왜??

그 좋아 하시던 카스텔라,사이다 한잔 못 사드렸는지...

그렇게 좋아 하시는 술,담배 못하시게 끊게 해놓고선....

이제 생각 하니 삼우제때 담배라도  한개피  불을 당겨 올려 드릴것을 ..잊어 먹었네요.

 

어른들이 늘 말해서 들어 왔지만 ...

살아 계실때 잘 해야 한다던 말씀....

아픈 허리를 동여매고 밤새 삼우제때 쓸 제물을 장만하면서....

상석위에 진설해도 하나 잡수시지 못할 음식을  ...살아 계실때 빵한조각이라도 못 사다 드린것이 한이 됩니다

모시 적삼 곱게 입고 외출하는 노인들을 보면 ...이제 나이가 많이 곧 죽을 텐데 이쁜 옷이 뭐가 소용있냐던 우리 어머니...

 

너무 오래 살아 ...

아들 까지  앞세우고 ....

칠십이 다가오는 며느리 한테 수발을 맡기니 얼마나 죄스럽고 미안 하다고 입버릇 처럼 말씀 하시던 우리 어머니...

을력 7월 17일이 어머니 생신이신데...

우리집 제사가 엄마 생신이랑 겹처서 한번도 엄마 생신 못해드린 이 죄인...

 

98세가 되도록 ...너무 오래 사신다고..

왜 안돌아 가실까하고  맘속으로 또는 겉으로 들어내 놓고 성화를 부렷던 못된

자식들 ....

엄마 죄송해요

저도 역시 그랬어요 

우리 엄마 왜 안돌아 가시고 이렇게 오래 살아 고통을 주고 받으시냐구요.

다들....

자기들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고 싶으면서도 ...

저도..언니들도 .. 엄마 너무 오래 사셔서 자식들 애 먹인다고  그렇게들 돌아 가시길 고대 하더니만...

 

나도 한시 빨리 죽고 싶지만 생목숨 끊을수 없어서 산다고 늘 말씀하시던 엄마

 

엄마 돌아가신  장례식장 영정 앞에선...

모두들 하나같이 무릎꿇고 ...

잘못했다고..용서 해달라고..죄송하다고..불쌍하다고...

 

녜 ..우리들 모두는 빌고 빌었습니다 .

 

정말 죄받을 까봐 ..

정말로 벌 이란걸 받게 돌까봐...

 

녜...우리 엄마 평생 용서하고 체념하고 사신 분입니다

 

우리 큰엄마 자식 못 낳는다고 ..

그옛날19살 처자때에 장씨가문에  씨받이로 시집오셔서 아들딸 6남매 낳았지만  아버지 사랑은 큰엄마랑 작은엄마 에게 나누어 주고...

젊은 시절 ..

여섯살 짜리 막내딸을 큰엄마 한테 맡겨놓고 그 무거운 중석 전대에 넣어 허리에 감고 다니며 돈벌어서 우리 식구 모두 먹여 살렸고 여관이며 음식점이며 모두 엄마가 뼈빠지게 고생해서 우리 먹여 살렸고 삯바느질 콩나물 장수 동동주 장사..

온갖노동 온갖수고 안해본거 없이 다 하셔서 우리들 공부 시켰건만...

한번도... 단 한번도..

그 누구 에게서도 고맙다는 치사 한번 들어보지 못하신 불쌍한 우리엄마...

 

옛날 어른이라 못배우고 무식 하셔서 ...

남들에게 자식들에게 ..며느리 에게도

듣기 좋은말  유식한말 제대로 한번 못해 보셨지만 ...

그런 엄마에게...

엄마는 왜 말씀 하나도 제대로 못하시냐고 타박들을 했었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는...

저 세상 가시기 전에 다~~~ 용서 하셨을 꺼예요.

못된 이   딸자식도 다 용서 하셨을 꺼예요.

 

내가....니들 다~~~용서 했으니까 걱정마라..하시며

눈을 떠 속마음을 보여 주신거예요.

우리 엄마의 빈 눈속엔 원망 같은건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어요

그냥 나를 가만히 올려다 보는 눈속엔 ...그저 ..무한한 사랑만 있었어요

이제 라도 죽은 내 얼굴에 막내딸 니  뺨을 마주 비벼주니 너무 고맙고 행복 하다고 엄마가 뜨신 눈은 제게 말씀하고 있었어요.

 

녜...참으로 가슴 아프고 참으로 슬픕니다.

 

살아계실땐...안보면 보고싶고  ..모시고 있으면 조그만 실수에도 속상하고 ...

막내딸의 온갖 성질 말씀 안하시고 다 받아 주셨지만 속으론 얼마나 야속 하셨겠습니까

정말 지금 생각하니 저는 천벌을 받을 죄인입니다

제딸이 어쩌다 저한테 말한마디 실수해도 그렇게 서운하고 야속하고 분하기 까지 한데  제가 왜 엄마 한테 그런 잘못을 했을까요?

 

시부모님을 이십여년간 모셔본 저는 ...

남들에게는 저도 좋은말 잘 합니다

어른들께 잘하라구요 돌아 가시면 후회 된다구요...

하지만 친정 어머니는 제 몫이 아닌걸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저 ..큰오빠가 돌아가신지 16년이 되신 ...

혼자 되신 올캐언니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죠.

 

저도..오빠가 돌아가시고 오랫동안 시부님 모시느라고 고생한 새언니 한테 너무나 미안해서  8년동안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지만...

아이들이 장성하고 결혼을 하고 그밑에 손주들이 태어나고.... 

종가집에 ...식구가 불어나고 .. 아이들이 커가고..대소사 간에  큰일은 많고..

제일 눈치 보이는건 시댁 식구들 보다 우리 며느리 였습니다아이들 둘이 외국에서 오래동안 유학을 하다보니 저도 일년이면 6개월은 외국으로 나돌아서

우리 며느리는 시외할머니에 시아버지 시중들기에도 바쁜데 아이들 둘  뒷치다꺼리 하자니 얼마나 불편하고  바쁘고 힘들겠습니까?

그래도 우리 며느리 무던 하고 착해서  잔소리 많은 우리 엄마 참 잘 모셨습니다.

 

하지만 한집에  4대가 살기에는 불편함이 어찌나 많은지..

딸은 출가 외인이라고...

사실 시부모님을 모시는게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오랫동안 ..일년이면 반은 외국에서 생활하는 우리 형편을 보고 새언니가 우리 며느리 보기가 미안하다며 친정  엄마를 대구로 모셔 갔지만...

형님 또한 모처럼 시부모로 부터 헤어나서 자유롭게 살다가 ...

몇년만에 어머니를 다시 모셔야 하니 얼마나 불편 했겠습니까?

귀는 잘 안들리시지...  궁금한건 많지... 알아 듣게 말하자면 목통 터지도록 고함을 쳐야 알아들으시지..

새언니도 고통 이었을것 너무도 잘 압니다.

얼마나 애쓰고 수고 한다는것 저는 왜 모르겠습니까?

그렇게 저도 시부모님을 모셔 봐서 잘 알면서도...

한번도 새언니 한테 고맙다는말 ...감사 하다는말 ...

왜 그렇게 인색 했는지 모릅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우리 엄마 한테 잘해주지 않는것이 야속하게만  생각했으니 ....

우리 새언니 오랫동안 엄마 모시면서 정말 마음 많이 상했을 겁니다.

왜 그런  아픈 마음 진작에 좀 위로 해 주지 못했을까 후회가 됩니다.

영정 앞에서 통곡하는 새 언니 보니까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어요

저는 엄마한테 잘한게 하나도 없어서 통곡할 자격조차 없었어요

그저 맘속으로 눈물 흘리며 입술만 깨물었습니다.

 

머제 삼우제를 지냈고 ...앞으로 49일제를 지낸다고 하네요

엄마가 돌아 가시는 순간 까지 염주를 굴리며 부처님을 찾았다고 새언니가 꼭 49일 제를 지내 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돌아 가셔도  꼭 극락왕생 하시라고 빌어 드리고 싶데요.

 

46살 유방암으로 오랫동안 투병하던  사랑하는 둘째딸을  애통속에 잃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새언니가 또 엄마 장례식을 연이어 치루려니 정신인들 제대로 차리겠습니까?

6킬로나 빠져...

헐렁한 바지차림에 넋나간 모습의 새언니가 오늘따라 왜 그럽게 존경스러운지..

19살에 우리집에 시집와서 ...

우리 엄마 98살이 되시도록 모셨으니 ...

 

새언니 고마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동안 시누이라고 언니 한테 진심으로 감사하단말 한마디 못하고 얹짠은 소리

맘 상하고 못 박히는 말만  해서 죄송해요.

순옥아 ,지혜야, 성옥아...고맙다.

그동안 할머니 모시면서 니들 너무 많이 애썼다.

그리고  순옥이 신랑 안서방 그동안 우리 엄마 한테 너무 잘해줘서 고맙네..

그리고 성희야 우필아  금주야 니들도 너무 고마웠어

이제 우리 엄마 천국에서 니들 잘 되라고 열심히 오늘도 염주 돌리면서 기도하고 있을꺼야

 

그리고 아버지 ...

엊그제 산소에서 처음 알았는데요..

큰엄마 산소를 이장을 못 하게 해서 엄마가 아버지 옆자리로 안치 되셨는요.

이제 ...영원구궁 토록 아버지는 엄마차지 니까요 엄마한테 좀 잘해 드리세요.

살아 생전에 큰엄마랑 작은 엄마 한테 너무 잘 하시느라 우리 엄마 못본체 하셨잖아요.

그러니 이제 돌아가신 영혼이라도 우리 엄마 섭섭지 않게

살아서  베풀지 못하신 사랑 많이 많이 쏟아주세요.

우리 엄마가 ...아버지가  그토록 오매불망 하던 큰아들낳아 족보에 올릴수 있게 해드렸잖아요?

아버지...산소를 가까운 곳에 모셨으니 저도 오빠 따라 산소에 자주 들릴께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 장례식때 조문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만복이 깃들기를 기도 드릴께요

 

특별히..

폭우 속에서도  700리 먼길 대구까지 운전 하시느라 애쓰신 이엘리사벳씨,마르시아 ,로사, 수산나, 루시아 자매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엄마 사랑해요 .

그리고 죄송해요

제가 그동안 지은 죄 다 용서 해 주시고 좋은 기억만 간직 하세요

그리고 저희들이 찾아 갈때까지 아버지 곁에서 오래오래 사랑 받으며 사세요.

 

저희 어머니...

오옥성 마리아란 영세명의  불제자 ...극락왕생 하심을 기도드리며

저희 상사에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여러 은인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위에 건강하시고 바라고 원하시는 모든일이 이루어 지시길 간원드립니다.

 

2005년 8월 5일  금호동에서 장 소피아 무릎꿇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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